내가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내가 무엇을 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그저 자연스럽게 저절로 보일 뿐입니다.
내가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소리가 그저 자연스럽게 저절로 들릴 뿐입니다.
내가 숨을 쉬는 것이 아니라, 숨이 그저 자연스럽게 저절로 쉬어질 뿐입니다.
숨을 잘 쉬기 위해 우리는 한 번도 노력하지 않았지만,
죽기 전에 숨은 끊어진 적이 없습니다.
잠을 자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졸리면 잠이 자연스럽게 저절로 듭니다.
밥 때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쓸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저절로 배가 고파옵니다.
어제 어떤 사람한테 화를 낸 것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 미안하고, 죄스럽고,
혹은 화가 나나요? 내가 화를 낸 것이 아니라, 사실은 인연(因緣) 따라 화가
자연스럽게 저절로 올라왔을 뿐입니다. 그 화를 '내 것'이라고 여기는 생각만 없다면,
그 화는 내가 한 일이 아닙니다. 화가 올라온 것은 내가 한 일이 아니기에 당연히
'내 죄'가 아닙니다. 따라서 죄의식에 사로잡힐 이유도 없습니다.
내게 일어나는 모든 것이 이와 같습니다. 모든 것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일어납니다. '내가 한다'는 생각을 내게 일어나는 모든 것에 개입시키지만
말아 보세요. 한결 자유로와 질 겁니다.
이와 같은 이치를 설명하는 것이 연기법(緣起法)이라는 방편(方便)입니다.
인(原因)과 연(緣, 조건)이 화합하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저절로 일어나지만,
일어나는 것에 어떤 주체(主體)는 없습니다.
이것이 이 세상 모든 것, 우주삼라만상만물은 고정불변하는 실체가 없다는
제법무아(諸法無我) 사상입니다.
그래서 '원인(因)과 결과(果)는 있지만, 모든 것을 짓는 작자는 없다'라는 말처럼,
이 세상 모든 것을 짓는 자는 없습니다. 당신은 죄인도 아니고, 성인도 아닙니다.
그저 인연(因緣) 따라 일어날 뿐입니다.
-법상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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