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에 주머니가 없다

2019. 6. 9. 20:56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꿈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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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과 등대

수의에 주머니가 없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일본 쓰레기장에서 주인 없는 돈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4월 군마현의 한 쓰레기 처리회사는 혼자 살다가
죽은 노인의 집에서 나온 쓰레기 더미에서 검은 봉지에
담긴 현금 4억 원을 발견했다.
버려진 유품 속에 섞여 나온 돈이 지난해에만 약 1,900억 원에
달할 정도라고 하니 쓰레기장만 잘 뒤져도 돈벌이가
될 것 같다.

외롭고 궁핍한 생활을 하면서도 죽음 직전까지 돈을
생명 줄처럼 움켜쥐고 있던 노년의 강박감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고 1인 가구 비중이
급증하는 우리에게 이웃 나라의 쓰레기 더미 속 유산
은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눈앞의 현실이다.

한국은 재벌총수부터 중산층까지 돈을 쌓아놓고도 웬일인지
돈이 부족할까 봐 전전긍긍한다.
50대 이상의 중년.노년 세대는 단군 이래 가장 가계자산이
두둑하다.
1960년대 이후 경제발전으로 인한 성장과 실을 고스란히
누렸다.

돈은 써야 내 돈이다.
내가 벌어놓은 돈이라고 할지라도 내가 쓰지 않으면
결국 남의 돈일수밖에 없다.
일본인 소설가 소노 아야코는...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라는 책에서 돈이 다 떨어지면 최후에는 길에 쓰러져
죽을 각오...로 마음 편히 돈을 쓰라고 조언한다.
노인들이 돈에 집착하는 이유는 자식이나 사회로부터
버림받았을 때 최후에 의지할 곳은 돈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나오지만,
그정도로 비참한 경우를 당하게 되면 돈이 있더라도
별 뽀족한 수가 없다.
작가는
차라리 돈을 실컷 쓰다가 무일푼이 되어 세상을 떠나라고
권유한다.
인생의 황혼 무렵 수중에 돈이 떨어지면 피켓시위라도
하다 죽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라고 주장한다.
평생 돈 걱정해야 할 수명 100세 시대를 맞아 황당하게
들릴 법하지만,
곰곰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내가 죽으면 돈도 소용없고,
자식에게 상속한다고 자식이 행복해지지 않는다.
재산을 쌓아놓기 보다 벌어들인 재산과 수입을 최대한
활용하는데 관심을 두는 게 훨씬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지난9월 코미디계의 황제라 불리던 이주일 선생의 묘가
사라졌고,
묘비는 뽑힌 채 버러졌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한참 밤무대를 뛸 때는 자고 일어나면 현금 자루가
머리맡에 놓여있었다고 회고했을 정도로 큰 부를 거머쥐었던
그가 말이다.
보유부동산을 지금 가치로 따지면 500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금연광고 모델로 나와 흡연을
뚝 떨어뜨릴 만큼 선하게 살았고 세상떠난 뒤 공익재단과
금연재단 설립까지 꿈꿨던 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유족들은 기껏해야 1년에 100만 원 안팎인 묘지 관리비를
체납했을 정도로 유산을 탕진했다고 한다.
추모모임조차 열 공간이 사라진 이주일 선생의 처지가
안타깝고 딱하다.

잘못된 재산상속은 상속인에게 독이 든 성배를 전해주는
꼴이다.
국내 재벌치고 상속에 관한 분쟁이 없는 가문이 거의 없다.
재벌뿐 아니라 평범한 가정에서도 상속을 놓고 전쟁을
벌이다시피 한다.
유산을 놓고 싸움질하는 자식보다 재산을 물려주고 떠나는
부모의 책임이 더 크다.
싸울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세상을 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돈을 물려주는데 그치지 않고,
후손들이 화목하게 잘 살 수 있도록 가풍을 조성하고,
삶의 기틀을 마련해주라는 얘기다.

내 자식이나 형제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인생은 살아서나 사후에나 언제나 비관론을 바닥에 깔고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돈을 남겨주고 떠나기보다는 살아있을때 함께 가족여행을
가거나 자녀의 자기계발을 위한 자금을 도와주면 훨씬
낫다.

장의사에게 지불할 돈만 남겨두고 다 쓰라....는 말은
미래걱정에 너무 연연해 하지 말고,
현재의 삶에 충실 하라는 뜻이다.
yolo...라는 말 그대로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다.

아일랜드에는 이런 금언이 있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하늘이 준 물질적인 축복을 마음껏 누리고,
마지막엔 빈손으로 세상을 떠나는 게 순리다.

작가 윤영걸


[공유] 잘가요,,,정재욱 

 

 

 

 

 

 

 

 

칼릴 지브란의 편지
 
- 살아남아 고뇌하는 이를 위하여 -

1.

술이야 언젠들 못 마시겠나
취하지 않았다고 못 견딜 것도 없는데
술로 무너지려는 건 무슨 까닭인가

미소 뒤에 감추어진 조소를 보았나
가난할 수밖에 없는 분노 때문인가
그러나 설혹 그대가 아무리 부유해져도
하루엔 세 번의 식사만 허용될 뿐이네

술인들 안 그런가, 가난한 시인과 마시든
부자이든 야누스 같은 정치인이든
취하긴 마찬가지인데
살아 남은 사람들은
술에조차 계급을 만들지

2.

세상살이 누구에게 탓하지 말게
바람처럼 허허롭게 가게나
그대가 삶의 깊이를 말할려 하면
누가 인생을 아는 척하려 하면
나는 그저 웃는다네

사람들은 누구나 비슷한 방법으로 살아가고
살아 남은 사람들의 죄나 선행은 물론
밤마다 바꾸어 꾸는 꿈조차
누구나 비슷하다는 걸
바람도 이미 잘 알고 있다네

3.

사람들은 또 너무 말을 많이 하고 산다네
누군가 실수라도 하면
"나는 괜찮은데 남들이 무어라 하겠나"

그윽한 목소리로 질타를 시작한다네
그러나 보게나, 조금은 빠르게
아니면 조금은 늦겠지만

삶에 대하여 모두들 잘 알고 있는 데도
세상에는 벙어리나 부러워할
수다쟁이와 시인
성직자 그리고 교수가 넘친다네

4.

내가 살아 있는 동안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를 스치며
울고 웃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누가 이제 남아서 내게 미소를 보내겠나

그대의 삶이 아무리 엄청나 보여도
사람들이 나를 기억하지 못하듯이
그대가 나와 함께 누우면
너만이라든가 너만을 위해서라는
언약이나 속삭임도 바람처럼 흩어지고

세월은 또 가고
어제처럼 새들이 울고 꽃이 피고
살아 남은 사람들은
또 서로의 매듭을 만들고

5.

그리고 무엇인가를 소유하려 들지
재물이라든가 권력이라든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또 누군가를

그러나 진실로 무엇인가 소유하고 싶으면
그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네
설혹 무엇인가 소유했을지라도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그대가 내 곁으로 올 때는
그와 잡았던 손을 놓아야만 한다네

사람은 혼자일 수밖에 없는 것
모두에게 자유를 주고
모두로부터 자유로울 때
진정 살아 행복할 수 있다네

6.

살아 숨쉬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길가의 들꽃인들 마구 딸 수 있겠는가
아름답다 느끼는 건 그대의 마음
보듬고 싶다는 건 그대의 욕심
꺾이는 순간이 뜰꽃에겐 종말이라네

낚시에 걸려드는 고기를 생각해 보았나
한끼의 식사를 취하려다 매달리는 물고기를
그 또한 사람들의 또 다른 모습
함께 사는 네 이웃을 헤아릴 수 있을 때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을 때

진정 그대에게 환희가 있다는 말에
예수나 석가의 이름을 빌려야 하나
그들인들 그대를 대신해 살아 주겠나

7.

태양을 보게나
살아 남아 있는 동안
얼마나 태양을 보며 푸른 하늘과 숨을 쉬겠나

등을 돌리면 보이는 건 그림자뿐
아무리 그대가 삶을 버리고 싶을 만큼
지쳐 있다 해도 나는 부러워하지
그대의 한숨이나 눈물도
무덤 속보다는 행복하지 않은가

비록 여기는 죄인도 판사도 없고
그 누구에게 지배받지도 않지만
모차르트도 연주를 멈추었고
고호도 붓을 놓았다네

8.

때때로 임종을 연습을 해두게
언제든 떠날 수 있어야 해
돌아오지 않을 길을 떠나고 나면
슬픈 기색을 보이던 이웃도
이내 평온을 찾는다네

떠나고 나면 그 뿐
그림자만 남는 빈 자리엔
타다 남은 불티들이 내리고
그대가 남긴 작은 공간마저도
누군가가 채워 줄 것이네

먼지 속에 흩날릴 몇장의 사진
읽혀지지 않던 몇 줄의 시가
누군가의 가슴에 살아 남은 들
떠난 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

9.

그대
무엇을 잡고 연연하며
무엇 때문에 서러워하나
그저 하늘이나 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