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허공(一虛空)! 하나의 바다(一海)! 불교에서는 내 마음이 움직일 때 우주법계가 움직인다 합니다. 그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내 마음 안에 있는 부처와 우리들이 사는 세상이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 마음을 넓게 쓰고 내 영혼을 깨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게서는 광명이 나옵니다. 따라서 내 마음을 넓게 쓰고 내 영혼을 일깨우면 돌아가신 영가의 천도는 100% 이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내 마음에서 광명이 나오도록 하면 영가에게서도 광명이 나오게 되고, 내 마음에서 암흑이 나오면 영가에게서도 암흑이 나오게 되니 내 자신이 먼저 밝고 광명의 세상으로 천도되어야만 영가천도도 제대로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아야 합니다. 이런 확실한 믿음을 가져야 비로소 영가천도를 올바르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인지를 모른 채로 살아가는데 어찌 나를 먼저 천도할 수가 있겠습니까? 따라서 내 마음이 어떤 세계인가를 알고, 내 마음을 길들이는 공부를 계속해서 해나가야 합니다.
과연 내 마음이 무엇입니까? 내 몸은 잠깐 빌려서 쓰는 자동차 같은 것이요 자동차 같은 몸을 이끌고 다니는 운전수가 마음입니다. 이 마음이 곧 부처(心卽佛)입니다. 다만 이 마음부처가 부처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까닭은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고 헛된 팔만사천 가지의 분별 번뇌 망상 이라는 검은 먹구름이 내 마음 앞을 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로 사람들은 내 몸을 위해서는 온갖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고 씻어주고 치장해줍니다. 또 몸 어디 한 군데라도 병이 나면 백방으로 수소 문하여 치료를 하러 다닙니다.
그러나 우리 몸이 썩지 않도록 지켜 주는 내 마음에 대해서는 너무나 소홀합니다. 내 마 음을 위해주는 일보다 더 소중한 일은 없는데도 말입니다. 이제 내 마음을 덮고 있는 분별 번뇌 망상이라는 먹구름을 걷어내야 합니다. 그래서 마음부처를 온전히 드러내어야 합니다.
이 마음의 세계는 모양이 없어 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관세음보살' 염불을 하면 염불한 만큼 욕을 하면 욕을 한 만큼 그것은 나의 잠재의식 속에 남게 됩니다. 어떠한 원리에서 이것이 이루어지는가? 같은 생각을 자꾸 하다보면 그 생각이 말로 나오게 됩니다. 또 같은 말을 계속 하다보면 행동으로 옮기게 됩니다. 또 거듭거듭 행동으로 옮기다 보면 그것이 습관이 되어 버립니다.
이것을 일러 사회에서는 '중독되었다'고 하고 불교 용어로는 '업(業)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중독되었다' 는 것은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100조 개의 세포가 같은 행위(業)에 중독되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잠재 의식에 있는 세포가 생각 말 행동이라는 그 행위(業)에 습관이 되어 있기때문에 다시 같은 그 행위를 하게 끔 합니다. 곧 내가 저지른 생각 말 행동이라는 행위, 즉 업(業)이 나를 허망한 분별 번뇌 망상 속으로, 그릇 되고 못난 쪽으로 괴로움과 고난의 세계 속으로 자꾸만 끌고 가기 때문에 생사윤회(生死輪廻)를 거드거듭 하게 되는 것입니다.
영화를 비유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가 영화를 볼 때 스크린 위에 나타나는 갖가지 영상은 어디에서 나온 것입니까? 그 영상은 촬영 때 찍어놓은 필름을 영사기로 돌릴 때 나타나는 필름의 그림자입니다. 스크린 위에 나타나는 이 필름의 그림자를 보는 것을 우리는 '영화를 본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의 삶, 인생 또한 영화와 마찬가지입니다. 오랜 과거 전생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사람들 각자가 생각 말 행동으로 지은 업(業)이 잠재의식이라는 필름에 찍혀 있다가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영화의 화면처럼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우리들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 현실세상이라는 영화를 어떠한 마음으로 받아들여 야 할까요? '아, 이 영화가 과거에 내가 찍어놓은 사진이었구나. 내가 저 남편을 억울하게 했었구나. 내가 며느리를 못살게 굴었었구나. 그래서 지금 여기서 그 행위가 이러한 사진이 되어 나에게 돌아오는구나. 이같은 사실을 내가 잘 받아 들여야 하는구나. 저 사람이 나를 억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찍어논 사진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구나. 지금 이 자리에서 받지 않으면 언제 또 받을 것인가!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의 이치를 모를 때에는 남에게 무시 당하거나 억울한 말을 들으면 화가 나고 열불이 나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걸어온 길이요 내가 찍어놓은 사진이라는 사실을 확연히 알고 나면 내 마음을 허공(虛空)과 같이 쓸 수 있고, 내 마음을 바다처럼 쓸 수가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마음을 허공과 같이 써 보십시오. 허공에는 침을 뱉어도 묻지 않고 먹물을 끼얹어도 묻지 않습니다. 총이나 대포나 미사일이나 인공위성을 쏴도 허공은 찢어지는 적이 없습니다. 우리들 마음을 허공과 같이 쓰면 남이 나를 억울하게 모함을 한들 어떻게 나에게 묻을 것이며 똥물을 끼얹은들 어디에 묻을 것입니까. 설사 부도가 열두 번 나더라도 올 때 빈손으로 왔으니까 갈 때도 빈손으로 간다고 하면서 좌절과 실의에 빠지지 않는 맑은 삶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꼭 기억하십시오. 마음을 허공처럼 넓게 쓰면 삶이 인생이 세상이 달라집니다. 마음 바다가 넓어지면 내 마음에서 광명이 나오게 됩니다. 이 밝은 광명은 나와 내 가족뿐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것들과 능히 모든 영가들에게까지 맑고 밝은 광명을 보내줍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내 마음이 움직여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내가 화가 났을 때는 검은 색깔이 모여 들어 암흑세계를 만들게 되니 그것이 지옥(地獄)세계 입니다. 내가 너그럽고 기쁠 때 맑은 기운이 모여 들어 광명의 세계가 만들어지니 그것이 극락세계 입니다. 극락(천상)세계, 인간세계, 아수라세계, 축생세계, 아귀세계, 지옥세계 등 이 모든 세계는 내 마음이 움직여 만들어내는 꿈과 같은 세상입니다.
나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보겠습니다. 13살에 일타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출가한 나는 절에서 학교를 다녔고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대학교 법대를 들어갔습니다. 그 곳에서 글 쓰는 동아리에 갔다가 예쁜 여학생을 만났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하였고 그 아가씨를 보지 않으면 미칠것만 같았습니다. 당시 서울에 있는 정법사(正法寺)에 있으면서 대학을 다녔는데 저녁에 그 절로 돌아와 예불을 올리며 '지심귀명례'를 하여도 한 눈에는 아가씨가 싱숭생숭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손목을 잡아 본 것도 아니요 데이트를 해 본 것도 아닌데 계속 아가씨의 모습이 내 뇌리를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이상하다 보기만 하였는데 그 여학생의 모습을 이렇게 떨쳐버리지 못하 다니!'
그 길로 해인사로 내려가 성철스님을 뵈었을 때 자초 지종을 말하지도 않았는데 내속에라도 들어와 보신듯 묻는 것이었습니다. "니 가시나 생겼제?" "예 스님." "이 망할 놈! 맞아 죽어도 시원찮은 놈! 학교 그만둬!" "스님, 어떻게 들어간 학교인데, 졸업은 하게 해주십시오." "니가 누군지도 모르는 놈이 무슨 학교를 다녀? 마음 이 뭔지도 모르는 놈이! 어디 뭔지 대답해봐!"
그리고는 옆에 있는 주장자를 들어 보이시며 소리쳤습니다. "이거 보이느냐?" "예, 보입니다." "뭐로 보노?" "눈으로 봅니다." 그러자 성철스님께서는 방에 켜논 불을 딱 꺼버리고 계속 물었습니다. 주장자가 "보이나?" "안 보입니다." "왜 안 보이느냐?" "스님, 깜깜하니까 안 보이는 것 아닙니까?" 성철 스님께서 벼락같이 소리를 지르셨습니다. "이놈의 자식아! 고양이나 올빼미나 부엉이는 깜깜할수록 잘 보인다. 너는 고양이 눈깔만도 못하냐?" 큰스님께 호되게 꾸지람을 들은 나는 벌벌 떨면서 말했습니다. "스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누가 보는지, 누가 듣는지도 모르는 놈이 학교는 무슨 학교? 장경각에 가서 하루 5천배씩 해라!" 장경각에서 날마다 5천배를 하면서 불법에 대한 고마움을 깊이 깊이 느꼈기에 10만배가 끝나는 날... 나는 오른손 손가락들을 펄펄 태우면서 맹세했습니다. "부처님, 다음 생도 또 다음 생도, 몇 백 생을 다시 태어날지라도 스님의 길이 아니면 결코 가지 않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스님이 되게 해주 십시오'라는 기원이 아니라, '결코 스님의 길이 아니면 가지 않겠습니다. 부처님 지켜 봐 주십시오.' 라는 발원을 했습니다. 그게 벌써 몇 십년 전의 일인데, 지금도 그 발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결코 잊지말고 명심(銘心)하십시오. 사람들 각자의 업(業, 생각 말 행동이라는 세 가지 행위)는 각자가 짓는 겁니다. 나의 업을 깜깜한 곳에서 잘 보이도록 만들어 놓았으면 부엉이처럼 깜깜한 데서 활동하기 마련이요, 나의 업을 환한 곳에서 잘 보이도록 만들어 놓았으면 밝은 천지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실로 우리들 자신이 나의 참된 가치를 알고 원을 세워 실천하면, 참으로 멋진 삶을 살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각자가 지어논 업(業)에 의해 꼭두각시 처럼 놀아나고 있습니다. 내가 나를 모른 채 살고 있고, 내가 내 마음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업(業)의 놀이에 놀아나는 것입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서 내가 누군지를 모르고 사는 것보다 더 서글픈 일이 어디 있습니까.
만약 내가 나를 모르고 죽는다면 생사윤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느낌 감정, 생각, 욕망 욕구, 분별심의 노예가 되어 그것이 시키는 대로, 이러라면 이렇게 돌고 저러라면 저렇게 돌아갑니다. 우리를 가지고 노는 그같은 느낌 감정, 생각, 욕망 욕구, 분별심에 속아 내가 가야 할 길을 잊어버리고 제대로 찾아가지 못한다면 그보다 더 억울한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