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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상대방 앞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제로' 상태의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일이다. 그런데도 나는 거추장스러운 짐을 진 채 이 자리에 있었다. 마음 한 구석에서 '이 정도쯤이야', '난 잘할 수 있어' 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얼마나 교만한 태도였는지.
시시한 자존심 따위는 거추장스러운 방해물에 지나지 않는다. 짐을 버리고 텅 빈 상태가 되어야 했다. 비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채울 수 없다. 마음을 고쳐먹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진정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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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그곳은 나를 이루는 넓은 저변이었다. 계속 여기에 있었고 어딘가에 갈 필요도 없었다. 해서는 안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해야만 하는 것도 아무것도 없다. 부족한 것도 무엇 하나 없다. 나는 그저, 여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온전히 충족시키고 있었다.
*** 비 오는 날에는 비를 듣는다. 눈이 오는 날에는 눈을 바라본다. 여름에는 더위를, 겨울에는 몸이 갈라질 듯한 추위를 맛본다. 어떤 날이든 그날을 마음껏 즐긴다.
다도란 그런 '삶의 방식'인 것이다. 그렇게 살아간다면 인간은 고난과 역경을 마주한다 해도 그 상황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비가 내리면 "오늘은 날씨가 안 좋네."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안 좋은 날씨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비 오는 날을 이런 식으로 맛볼 수 있다면 어떤 날도 '좋은 날'이 되는 것이다. 날마다 좋은 날이.
- 모리시타 노리코, <매일 매일 좋은 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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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매일 매일 좋은 날>이나 영화 <일일시호일>을 읽거나 보지 않으신 분들은 꼭 한 번 책이나 영화를(둘 다 읽고 보시면 더욱 좋겠지만) 읽거나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나중에 읽었는데, 영화도 만족스러웠고 책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책을 읽다가 가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으로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과 톨스토이의 단편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를 읽었을 때가 그러헸는데, 이 책 <매일 매일 좋은 날>은 적어도 서너 번 벅차오르는 감동의 눈물에 책장을 덮고 잠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반 여러분들께서도 제가 느꼈던 감동을 함께 맛보시기를 바랍니다. 이 책의 한 구절입니다.
"달려 나가 이 기분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는 가슴속 열기와, 말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덧없음과,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서로 다투어 만들어 내는 침묵. 침묵이 이렇게 뜨거운 것이었나." / 몽지님 책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