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
다 큰 아들이 하는 일 매사가 마음에 안 들어서 너무 짜증이 납니다.
< 답변 >
지금 이 순간 보고 듣고 하는 이대로인 채로 이게 보고 듣고 하는 게 아닌 거요.
왜 그렇겠소? · · · · · · 만법이 성품이 없어서 작용이 없기 때문이오.
안으로 ‘나’라고 할만한 ‘나’도 없고, 밖으로 ‘내’가 보고 듣고 하는 빛깔과
소리 자체가 실체가 없는 거요. 전부 인연으로 말미암아 있는 듯이 보일 뿐이지,
전부 꿈같고 환(幻) 같아서 실체가 없는 거요.
이걸 모르고 실체인 줄 알고 집착하는 게 범부요. 그중에 제일 모질게 집착하는 게
이 육신을 ‘나’라고 집착하는 거요. 이 고깃덩어리를 ‘나’라고 알고 이 ‘나’를
어떻게 하면 이롭게 편하게 잘 지키는가에만 골몰 하고 있는 거요.
육근(六根), 육진(六塵), 육식(六識)이 다 실체가 없소. 그러면 여러분의 감관(感官),
즉 봐서 알고, 들어서 알고, 궁리해서 아는 그 지각활동이 몽땅 다 빈 거라 소리요.
논두렁 밭두렁에 서있는 허수아비가 감관이 있소, 없소? · · · · · ·
여러분은 어떻소? · · · · · · 지금 내로라고 뻣대면서 앉았다 섰다 왔다 갔다 하는
놈을 포함해서, 모습이 있고 이름이 있고 뜻이 있는 일체만유는 전부 다 환상이오.
실체가 없는 거요. 실체가 없다 소리는 저만의 자체성이 없어서 다른 그 무엇에
의지해서만 있는 그림자나 메아리와 같다는 얘기요.
다만 잠시잠깐 있는 듯 할 뿐이오. 산하대지 삼라만상, 유정 무정 할 것 없이
이 세상 모든 게 그렇소.
연기(緣起)는 무기(無起)라, 인연 따라 일어나는 것은 그게 무엇이건 간에 겉으로
보건 데에는 실제로 일어나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일어나는 게 전혀 없는 거요.
지금 현재 보고 있는 이대로인 채로 보고 있는 게 아니라는 말뜻을 알겠소?
꿈꾸고 있는 사람이 제가 꿈꾸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면 꿈속의 모든 일
모든 것들에 관여하고 간섭하고 엎치락 뒤치락 하느라 정신 못 차리게 돼 있소.
이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법문 아무리 많이 들어봐야 전혀 소용없소.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들이 실제인 줄 알고 거기에 폭삭 엎어지는 사람은
제도 못한다 했소.
- 대우거사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