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6. 11:27ㆍ일반/금융·경제·사회
프랑스는 독일나치를 몰아내자 국가반역자 청산에 착수했다. 4년에 불과한 침탈이었지만 청산은 6년간 이어졌다. 200만명을 조사했고 6766명을 사형 선고했다. 이외에도 30만명에 이르는 부역자들에게 죄를 물었다. 특히 가장 강력한 처벌을 받은 대상은 부역언론인과 지식인들이었다. 민족의 혼과 정신을 팔아 국민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가장 악질적인 범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온건했다. 노르웨이는 10만명당 1656명, 네덜란드는 10만명당 1250명을 처벌했다. 100명중 1명 이상이 처벌을 받을 만큼 유럽의 역사청산은 강력했다.
그러나 45년 일제강점기를 거쳤던 우리의 친일청산은 비루하기 짝이 없다. 반민특위가 구성돼 친일부역자 처벌이 시작됐지만 실패했다. 친일부역세력에 의해 1년 만에 해체당했고 오히려 이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갖은 모욕과 테러로 힘겹게 살아야 했다.
유럽은 나치에 의한 반인륜적인 범죄를 찬양하거나, 부인하면 징역형으로 다스린다. 그러나 해방된 지 7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일제를 찬양하고 피해자를 조롱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특히 청산되지 못한 친일언론과 일본의 장학금을 받은 소위 지식인이라는 학자들의 망언과 망동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일제강점기를 근대화로 포장하고, 성노예 피해머니들의 피맺힌 한을 매춘으로 조롱하고 있다. 그럼에도 처벌은 없다. 저질기사와 발언들은 언론의 자유, 학문의 자유로 용인된다. 프랑스가 왜 가장 먼저 부역언론과 지식인을 처벌했는지 이해되는 대목이다.
인과역연(因果歷然)이라는 가르침이 있다. 원인과 결과가 확연하다는 뜻이다. 프랑스와 우리의 처지가 이토록 확연하게 다른 것은 친일부역자를 단죄하지 못한 비운의 역사에 있다. 지금이라도 매국노들을 처단해 정의를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반역의 역사는 되풀이 될 것이다. “죄지은 자는 결코 자기 침대에서 눈을 감지 못한다”는 프랑스 국민들의 정신을 배워야 할 때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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