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움의 노예를 벗어나는 길

2019. 11. 2. 09:47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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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움의 노예를 벗어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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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허선사가 대도를 이룬 후

만행을 할 때입니다.

가난한 아이들이 나무를 하러가다가 몇 명 모여

길가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경허선사가 말했습니다.

얘들아, 너희를 지게막대기로 나를 때려보아라.

만일 내가 맞으면 너희들에게 한 푼 돈을 주마

이런 엉뚱한 이야기에 아이들이 눈이 동그래지며

정말 지게막대기로 스님을 때려 스님이 맞으면 돈을 줍니까?”

그럼, 그렇고말고

아이들은 막대기로 스님을 때렸습니다.

스님은 맞으면서도

허허 나는 맞지 않았어. 맞지 않았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이

스님, 맞았잖아요? 맞아놓고 맞지 않았다니요?”

허허 너희들은 나를 때렸다 하지만

나는 맞은 바가 없느니라. 허허

결국 옥신각신하다가 경허선사가

아이들에게 돈을 주며

나는 맞지 않았어. 하지만 너희들에 돈을 주마.”하고

껄껄 웃으며, 다음과 같이 독백을 하였습니다.

아이들이 나를 때렸다. 내가 맞았다는 상이 없거늘

  어찌 이 도리를 아이들이 알까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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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괴로운 것은 좋아하는 것을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집착해서 뜻대로 되지 않으면 괴롭습니다.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모두 조건에 의해 일어나고 사라지는 연속적 현상만 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무엇이나 내 마음대로 하려고 해서 괴롭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집착해서 괴로운데

다시 괴로움조차 집착해서 더 괴롭습니다.


어리석으면 좋은 것도 집착하고 싫은 것도 집착에서

괴로움의 노예로 삽니다.

 

내가 좋아할 때는 나의 소유를 전제로 합니다.

그러나 나는 무엇도 소유할 수 없습니다.

나의 몸과 마음은 매순간 변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소유할만한 자아가 없습니다.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소유하려고 하는 본질적인 잘못 때문에 괴로움이 생깁니다.

무아(無我)임에도 유아(有我/내가 있다)라는 전도(거꾸로)된 생각 때문에

괴로움이 생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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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우리 모두는 썩어지면 없어질 이 내 몸에 집착을 하여

몸이 상쾌하네, 몸이 아프네.’

너를 좋아하네, 너를 싫어하네.’하며 오늘도 울고 웃습니다.

 

이 괴로움이 없으려면

좋아하는 것에도 집착하지 말고

싫어함에도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좋아하는 것에 집착을 하면 좋아하는 것이 떠날 때 괴롭고

싫어하는 것에 집착을 하면 싫어하는 것을 만날 때 괴롭기 때문입니다.

좋아함과 싫어함을 다 떠나면 그대로 여여 한 부처님의 마음입니다.

좋아함과 싫어함을 다 떠나려면

나없음(無我)의 도리를 확연히 알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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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본래 무아(無我)’인데

이를 알지 못하여 끊임없이 나와 내 것과 내 생각에 집착을 합니다.

내가 없다면 내가 맞았다는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경허 선사는 나 없는 도리(無我)’를 완전히 증득하였으니

아이들이 나를 때렸다.’라는 생각조차도 들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허허 웃으며 걸어갔던 것입니다.

코 구멍 없는 소를 타고

구멍 없는 피리를 불며

어디에도 머무는 바 없는 마음을 내어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할 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