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과 동양의 자연관의 차이

2007. 12. 16. 10:43일반/생물·과학과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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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연에서 느끼는 푸근함과 넉넉함을 그러나 서양 사람들도 똑 같이 느껴왔다고 생각하면 이것을 아전인수식의 근본적인 오해이다. 서양인에게 있어 자연은 우리가 느끼는 자연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서양과 동양의 자연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이를 보는 철학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 자연을 보는 서양과 동양의 눈이 어떻게 근본적으로 다른가를 필자의 경험의 일부를 소개함으로 비교해보자.

 

   필자는 본래 영문학도이다. 영문학이란 우리에게는 외국문학이며, 이를 배우는 과정은 언제나 생소한 경험을 친숙하게 하는 일련의 행위이다. 비근한 예를 들어 시골에 사는 노부부가 미국에 사는 아들의 초청으로 미국에 가게 될 경우, 그들은 생소한 경험을 친숙하게 하는 일련의 사건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예를 들면 비행기 타는 경험, 포크와 나이프로 식사하는 예절, 실내에서 신발을 벗지 않는 주거생활, 침대생활 등등이 모두 이런 것들일 것이다. 필자가 영문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부딪치게 된 생소한 경험들이 많이 있지만, 그중의 하나도 자연과 관계된 것이다.

 

   필자가 대학 학부생이던 60년대 초반, 필자는 자연주의(自然主義, naturalism)라는 문학 용어를 하나 얻어 듣게 되었다. 이에 필자는 의당히 이는 자연의 묘사나 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을 문학에서 쓰는 방법이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연주의가 필자가 생각하고 있던 그런 소박하고 순진한 자연과 관계되는 문학 용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필자는 자신의 무식의 깊이에 부끄러움을 느끼기 전에 동양인과 서양인이 자연에 대해 가지는 생각의 차이의 골이 깊음을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이 글의 독자들은 익히 잘 아는 바이겠지만, 자연주의는 불란서의 소설가 에밀 졸라(Emile Zola)가 주동이 되어 19세기 후반에 일어난 문학의 한 유파이다.

 

 자연주의에서 주장하는 근본 취지는 󰡐�자연󰡑�에 충실하자는 것인 바, 여기에서 자연이라 하는 것은 자연현상으로서의 자연인데, 이러한 자연은 그 당시를 풍미하던 다윈(Darwin)의 진화론과 마르크스주의 그리고 텐느(Taine) 등의 사회철학적인 고찰의 대상으로서의 자연이다. 자연주의에서는 그러므로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에 적용되는 과학적인 결정론(Scientific determinism)을 문학에도 적용하여 문학에서도 객관적인 과학의 탐구방법을 원용하자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 뒤에는 인간도 동물의 일종으로서, 동물과 인간과의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으며, 따라서 인간도 자연과학의 법칙에 따라 그의 행동과 심리가 객관적으로 검증되고 묘사돼야 한다는 가정이 전제된다. 따라서 이러한 자연주의는 우리가 생각하는 자연과는 거리가 멀다. 자연주의에서 자연은 살벌하고 무자비한 생존법칙인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의 무자비한 살육만을 자행하는 자연이다. 이러한 자연은 우리가 생각하는 포근하며 아늑한 자연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종류의 자연이다. 이 얼마나 커다란 사고의 차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