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운명 /월호스님

2008. 2. 5. 02:43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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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운명 /월호스님

 

 

 

현재의 마음과 행위로 미래가 바뀐다

 

 

주어져 결정된 운명은 없는 법
끊임없이 노력하고 수행해가야


운명은 바꿀 수 있는가? 그 답은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강경〉에서 석존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다시 또한 수보리야, 선남자와 선여인이 이 경전을 수지하고 독송하되 만약 다른 사람에게 가볍고도 천한 대우를 받는다면, 이 사람은 전생에 지은 죄업으로 응당 삼악도에 떨어져야 할 것이지만, 금생에서 가볍고도 천한 과보를 받는 것으로 전생의 죄업이 소멸하고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얻게 되리라.”

〈금강경〉을 받아 지니고 독송하는 공덕으로 과거에 지은 막중한 죄업도 가볍게 때우고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최상의 깨달음도 얻게 된다고 한다. 얼마든지 운명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재밌는 일화가 있다.

옛날 어느 한 비구는 여섯 가지 신통을 얻었는데, 나이 여덟 살이 되는 한 사미와 함께 산중에 있으면서 저마다 한 쪽에 앉아 경전의 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 스승은, 사미의 수명이 7일 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곳에 있다 죽으면 그의 부모가 ‘돌봄이 허술해서 아이를 죽게 했다’하면서 마음에 원한을 품겠으므로, 이내 사미에게 말하였다.

“너의 부모가 너를 생각하니 너는 집으로 돌아갔다가 여드레가 되는 날 아침에 오거라.”

그러자 사미는 기뻐하면서 머리를 조아리고 떠나가다가 길에서 큰 비를 만났는데, 길바닥에 물이 괴며 세차게 흘러내렸다. 때마침 그 땅에는 개미구멍이 있었는데, 그 흐르는 물이 들어가려 하므로 사미는 ‘나는 부처님의 제자다. 첫째는 인자한 마음을 내야하고, 둘째는 중생을 살려주어야 한다’ 라고 생각하였다.

이내 흙으로 막고 물을 터서 다른 곳으로 흘러가게 하고난 후 사미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른 변화가 없이 8일째 새벽에 돌아오자, 스승이 멀리서 그를 보고 괴이하게 여기면서 생각했다. ‘7일 만에 죽었어야 하는데, 이게 무슨 일일까? 귀신으로 화현하여 오는 것은 아닐까?’

이내 삼매에 들어가 그가 개미를 구제하여 현세에서 목숨을 늘리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사미가 와서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 쪽에 앉으므로 스승은 말하였다.

“너는 큰 공덕을 지었는데, 스스로가 알고 있느냐?”

사미는 말하였다.

“7일 동안 집에 있었으며, 다른 공덕은 없었습니다.”

스승은 말하였다.

“너의 수명은 다 했어야 했으나, 엊그제 개미를 구제하였기 때문에 현세에서 수명을 80여 년 늘렸느니라.”

그러자 사미는 기뻐하면서 착한 일에는 과보가 있음을 믿고 더욱 부지런히 닦고 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다가 아라한이 되었다.

미래의 모든 일이 다만 신(神)의 뜻에 달려 있다거나, 이미 확고히 결정되어있어서 전혀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면, 자신의 노력이나 수행이 궁극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주어진 운명을 한탄할 일도 아니고, 모든 것을 신의 뜻에만 맡겨 놓을 일도 아니다. 꾸준한 수행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닦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팔자를 고치려면 마음을 고치고 몸의 행위를 고치면 되는 것이다. 쌍계사 강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