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6. 22. 10:39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십 년 동안, 우리에겐
아름다운 푸른 꿈이 있었다.
이십 년 동안, 태양은
우리 집 초가 지붕 위를 비추었지.
어머니가 문 밖에 서서
나를 부르시면
나는 부엌 가까운 마당에서
발을 씻고, 발그레한 화로에
젖은 손을 말리며
밤의 장막이 마을 위로
천천히 내려 덮히는 동안
저녁 밥상을 기다렸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살는지 모른다만
나는 결코 더 자라지 않겠다.
바로 어제였지. 우리 집 뜰 위로
황금빛 나비들이 떼를 지어
춤추며 나부끼는 것을 보았다.
겨자풀 잎사귀마다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어머니 그리고 누이야, 어머니는 언제나
제 곁에 있습니다.
부드러운 저녁 산들바람은 어머니 숨결이지요.
저는 먼 미래의 일을 꿈꾸는 게 아닙니다.
그냥 불어오는 바람을 만지며
어머니의 달콤한 노래를 들을 뿐이어요.
제게 들려주신 어머니 음성이
어저께 일인 양 귓가에 남아 있습니다.
"언제고 모든 것이 무너지거든
네 가슴 깊은 곳에서 나를 찾으렴."
내가 돌아왔다.
누군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내 손은 오래된 문고리를 어루만지고
나는 묻는다. "내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바람이 대답하는구나.
"웃게나. 삶은 기적이라네.
꽃이 되시게.
행복은 벽돌 위에 쌓을 수 없는 것!"
나는 안다. 우리는 서로에게
아픔을 안겨주고 싶지 않다.
밤으로 낮으로 나는 너를 찾아헤맨다.
폭풍치는 밤, 나무들은
가지를 뻗어 서로를 어루더듬고
그것들이 얼싸안은 모습을
번갯불이 환하게 비쳐준다.
아우야, 울타리 따라 피어나는 꽃이 되거라.
이 놀라운 존재의 한 부분이 되거라.
내가 너와 함께 있다.
제발 머물러다오.
고향은 언제나 우리 안에 있다.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우린 함께 노래부를 수 있다.
오늘 아침, 잠 깨어 일어나면서
經典을 베개 삼아온 나를 문득 보았다.
우주를 재건하느라 분주한
벌들의 날갯짓 소리를 나는 듣는다.
사랑하는 아우야, 재건사업은
수천 번 생이 걸려야 하겠지만
그러나 그것은 아주 오랜 옛날에
완벽하게 마무리되었다.
바퀴는 지금도 돌아가면서
우리를 실어나르고 있다.
내 손을 잡아라, 아우야, 너도 보게 되리라,
수천 번 생을 통해서
우리가 그 동안 함께 살아왔음을.
어머니 머리채는 깨끗하고 치렁치렁 길어서
당신 발목을 건드리는데,
빨랫줄에 걸린 누이 옷자락이
바람에 날리며
푸른 뜰 위로 여전히 나부낀다.
가벼운 아픔의
가을 날 아침.
우리 집 뒤뜰에 나는 서 있다----
석류나무들, 잘 익은 망고 열매 향기
그리고 붉은 단풍잎들이
꼬마 아이들처럼
발치에서 종종걸음을 치는구나.
멀리 강건너에서 노랫소리 들리고
금빛 은빛 건초더미들이
대나무 다리를 건너온다.
아, 저 향기로운 풀 냄새!
대나무 숲 위로
달 떠오를 때,
대문 앞에서 우리는
함께 놀고 있다.
나는 지금 꿈꾸고 있는 게 아니다.
오늘은 오늘, 아름다운 오늘이다.
과거로 돌아가서
숨바꼭질을 하고 싶으냐?
우리는 오늘 여기 있다. 그리고
우리는 내일 여기 있을 것이다.
정말이다.
오너라, 너 목이 마르구나.
깨끗한 물 솟아나는 샘으로
우리 함께 걷자.
하느님은 사람들이 일어서서
당신을 돕도록 허락하셨다고, 그렇게
말하는 이들이 있더구나.
우리는 까마득한 시절부터 손에 손잡고
이 길을 걸어왔다.
네가 괴로움을 겪는다면
그건 네가 나뭇잎이요
한 송이 꽃임을 잊었기 때문이다.
국화꽃이 너에게 웃고 있다.
시멘트와 모래 더미에
네 손을 묻지 말아라.
별들은 저희를 가두려고 감옥을 짓지 않는다.
꽃과 아침 새들 더불어
우리 함께 노래하자.
지금 이 순간을 꽉 차게 살아보자.
네가 여기 있는 줄 나는 안다.
네 눈동자를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화꽃처럼 네 손이 예쁘구나.
그 예쁜 손을 다시는
톱니바퀴로 갈구리로 밧줄로 만들지 말자.
서로 사랑해야 한다고, 굳이 그런 말을
할 게 뭐 있느냐?
그냥 너 자신으로 되거라.
너 아닌 다른 누구도 되어야 할
아무 까닭이 없다.
한 마디만 더 내 가슴 속 말을 하겠다.
제발 이 모든 말을
퐁 퐁 솟구치는 샘 한테서 듣는 것처럼
그렇게 들어다오.
그리고 어머니께 전해다오.
어머니가 보고 싶구나.
내 사랑하는 누이야, 너를 위해서
노래를 불러주마.
네 머리채도 어머니 머리채만큼
길게 자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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