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고의 신비와 평화가 숨쉬는 곳 - 티벳으로의 여행 *

2008. 7. 11. 18:30일반/생활일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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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고의 신비와 평화가 숨쉬는 곳 - 티벳으로의 여행 *




사뮈에 사원 다녀 오는 길. 태고의 신비와 평화가 숨쉬는 곳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언제나 설렌다. 내 오래전 기억이 남아있고 흔적이라도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래서 돌아와서도 오랫동안 꿈꾸듯 그리워하게 된다. 돌아오자마자 다시 가보고 싶어하던 그곳. 왜 티벳이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아마 오지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오래 전부터 운명적으로 가야할 곳처럼 여기며 언젠가 인연이 되면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지내다 갑자기 찾아 본 곳, 티벳.





사뮈에 사원 가는 길


처음 공가 공항에 내리던 날은 짧은 여름의 우기라 비가 온 후 살짝 갠 날의 상쾌함으로 기억된다. 고산증 때문인지 여행의 설레임 때문인지 두통과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릴 듯한 숨가쁨을 느꼈고 기압의 차이로 모든게 부풀어 신기한데마음까지 부풀어 더욱 설렌다. 멀리 설산이 보이고 야크가 뛰어 놀던 들판엔 목동들의 여유로움이 있었다.





체탕(Tsethang) 가는 길


이른 새벽 짙은 향 연기로 시작하고 그림자가 길어진 해질녘의 순례자 모습은 더욱 엄숙한데 해진 후까지 하루가 짧은 듯 아쉬움 속에 한번이라도 더 몸을 던져 기도하고 염주를 굴리고 마니차를 돌리는 그 모습을 한참 보고 있으면 홀린 듯 어느 듯 나도 순례자가 되어무리에 섞여 코라를 돌고 무언의 기도를 하게 된다.
그들에게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생활이고 이 척박한 땅에서 그래서 더 간절한 기도는 삶 그 자체이다. 사원이나 거리에서 쉽게 만나는 라마승은 그냥 보통의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이웃의 모습들이고 편하게 이방인을 맞아주는 미소에서 깨달은 자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남쵸, 야크가 있는 풍경


조캉사원의 옥상에서는 멀리 포탈라궁이 보이고 주위의 바코르 광장이 훤히 내려보인다. 중국의 정략적인 이주 정책과 위성 안테나와 휴대폰의 보급으로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게 된 이곳도 이젠 오지가 아니라 평소와 같은 익숙한 풍경에 잠시 착각을 하기도 한다. 사원의 담벼락엔 지친 순례자들이 옹기종기 앉아 쉬어가기도 하고 광장에는 관광객과 현지인이 섞여 시끌한 어느 시골 장터 같은 분위기도 있다.





하늘호수 남쵸(Nam Tso) 구름마저도 평이하지 않은 곳 신비의 세계입니다


스님은 통화중, 어디서 본 듯한 선전의 장면처럼 낯설지가 않다. 그곳만큼은 그대로 있어 주기를 기대하지만 그것은 이방인의 욕심일 뿐 티벳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변화가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지구상의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오지에 대한 기대 속에 누구나 여기에서 옛날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이제 라사는 이미 많이 개방되어 오히려 아쉬운 면도 없지 않으나 한발짝만 벗어나면 아직은 변하지 않은 저 멀리의 만년설처럼 녹지 않고 옛 모습 그대로가? 많이 남아있어 과거여행을 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하늘호수 남쵸(Nam Tso)


자신을 한껏 낮추어 고행하는 마음으로 최대의 존경을 표하는 방법으로 미그러지듯 엎드려 이마를 땅에 대고 절을 한다. 한곳에서 계속 부처를 향해 절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집에서 출발하면서 몇달, 몇년에 걸쳐 성지를 향해 삼보일배로 오체투지(五體投地) 하면서 순례길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곤 한다. 오체투지하는 순례자의 육체적인 고통은 상상 이상이겠지만 일그러짐 없이 오직 무상무념의 의식으로 기도에 몰입하는 모습은 이방인에겐 신기하고 엄숙하기도 한데 그들에겐 특이할 것 없는 일상의 모습이다.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강인하게 살아가는 이들은 서두르지는 않으나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순례를 하고 부처를 섬기며 내세의 평안한 꿈을 꾸며 오늘도 하루가 짧다하고 기도를 드린다. ‘옴마니반메훔’ 그러나 중국의 정략적 배려 속에 티벳을 점령하는 많은 이주 한족들과 문화 정책으로 갈수록 훼손되어 가는 현실은 그들의 고귀한 영혼마저 잠식당하는 느낌이 든다.





이른 아침 고단한 몸을 이끌고 못다한 기도로 다시 하루를 시작하고 종일 어제처럼 마니차를 돌리고 염주를 굴리며 사원 주위를 돈다. 또 내일도 그럴 것이다. 해는 지고 어둑한데 아직도 끝나지 않은 기도는 한시도 아쉬워 끝없이 이어지고 그 모습이 신비스러워 분위기에 쉽게 빨려든다. 윤회와 환생을 믿기에 보다 나은 사후 세계를 위한 기도와 믿음으로 생을 살아가는 것이 순례자의 마음일 것이다.






라사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사원이다. 티벳의 상징인 포탈라궁과 조캉사원을 비롯한 많은 사원이 있고 거리의 라마승과 향내음 가득한 골목길, 수많은 순례자들이 있다. 기도와 순례가 생활이고 삶인 티벳인들이 살고 있는 땅이라 비록 중국에 의해 조금씩 훼손되고 방해받기도 하지만 그들의 자존심이나 불심은 오히려 더 강해진다고 한다. 늦은 오후 골목길의 양떼를 보았다. 걸어가는 그 모습들이 어찌나 엄숙해 보이던지 방금 사원을 구경하고 와서 일까? 여기에서는 양들 조차도 순례자가 된다.
비 갠 광장엔 사람들이 몰려들고 키보다 큰 지팡이를 쥐고 멀리 뚫어지게 보고 있는 소녀를 만났다. 호기심인지 분노인지 멀리서 보기에도 눈빛이 느껴진다. 그 소녀가 본 것이 비 갠 후의 무지개였으면 좋겠다.





라싸로 가는 길

한때 바다였던 곳이라 무거운 침묵과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도 느끼지만 하늘과 가까워 구름처럼 가볍고 바람처럼 자유로운 곳. 말은 통하지 않아도 수줍은? 미소로 맞이해주고 합장하여 타시텔레로 반겨주던 곳. 아쉬움만 남고 그리움만 생기는 곳.

[ 출처: 월간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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