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가귀감(禪家龜鑑):1. 이끄는 글

2008. 7. 17. 16:53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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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가귀감(禪家龜鑑)

    1. 이끄는 글 예전에는 불교를 배우는 사람들은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면 말하지 않았고 부처님께서 행하셨던 계행(戒行)이 아니면 행동하지 않았었다 그러므로 그들이 보배로 여기는 것은 오직 대장경의 거룩한 글뿐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불교를 배우는 사람들은 서로 전해가면서 외우는 것이 세속 사대부의 글이요 청하여 지니는 것이 벼슬아치들의 시뿐이다 그것을 울긋불긋한 종이에 쓰고 고운 비단으로 꾸며서 아무리 많아도 만족할 줄 모르고 가장 큰 보배로만 생각하니 아! 예와 지금의 불교 공부하는 이들이 보배로 삼는 것이 어찌 이와 같이 다를까 미흡한 산승이 옛 글에 뜻을 두어 대장경의 거룩한 글로써 보배를 삼기는 하지만 그 글이 너무 길고 많으며 대장경의 바다가 너무 넓고 아득하므로 뒷날 뜻을 같이하는 여러 벗들이 가지를 헤쳐가면서 잎을 따는 수고로움을 면하지 못한 것 같아서 글 가운데서 가장 요긴하고 간절한 것 수백 마디를 추려서 한 장에 쓰고 보니 글도 간단하고 뜻도 두루 갖추어졌다고 할 만하다 만일 이 글로써 스승을 삼아 끝까지 연구하여 오묘한 이치를 깨닫게 된다면 마디마디에 살아 있는 석가여래께서 나타나실 것이니 부디 부지런히 노력하라 그리고 문자를 떠난 한 마디 활구(活口)와 상식적인 형식의 틀을 벗어난 선지(禪旨)의 기묘한 보배를 쓰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장차 특별한 기회를 기약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