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 엄 경
능엄경:제4권 8/9 원만한 감각기관
아난아, 네가 지금 나고 죽는 애욕의 흐름을
거슬러서 그 흐름의 근원으로 돌아가서 나고 죽음이
없는 데에 이르고자 하면 마땅히 이 여섯 가지 느껴
작용하는 감각기관이 어느 것이 합하고 어느 것이
떠나며, 어느 것이 깊고 어느 것이 얕으며, 어느
것이 원만하게 통하고 어느 것이 원만하게 통하지
못하는 것인지를 징험해 알아야 한다.
만약 그러한 데에서 원만하게 통하는 감각기관을
알아서 시작이 없는 과거로부터 허망함이 짜여서
된 업장의 흐름을 거슬러서 원만하게 통함을
따를 수만 있다면 원만하지 못한 감각기관에
의지하여 닦는 것과는 시간의 흐름이 서로 배가
될 것이다.
내가 지금 여섯 가지 맑고 원만하게 밝은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공덕의 수량이 이러함을 갖추어
나타내었으니, 네가 자세히 선택해서 따라 들어갈
수 있는 것을 내가 밝혀서 너로 하여금 더 나아가게
하리라.
시방의 여래는 십팔계(十八界)에서 하나하나
수행하여 모두 원만한 최상의 보리를 증득하여
그 중간에 우열이 없거니와 다만 너는 근기가
하열하여 그 가운데 원만하고 자재한 지혜를 얻지
못하였기 때문에 내가 이를 선양해서 너로 하여금
오직 한 문으로만 깊이 들어가게 하는 것이니,
한 문으로 들어가 허망함이 없어지면 저 여섯 가지
느낌이 있는 감각기관이 일시에 깨끗하게 될
것이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해야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
한 문으로 깊이 들어가서 여섯 개의 감각기관을
일시에 깨긋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이미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증득하여
삼계의 중생들이 세간에서 *견도위(見道位)를
수행할 적에 끊어야 할 의혹을 없앴다.
그러나 아직도 여섯 개의 감각기관 중에는 오랫동안
쌓여서 생긴 시작이 없는 과거로부터의 허망한
습관을 알지 못하고 있다.
그 습관은 모름지기 *수도위(須道位)를 수행할 적에
끊어야만 되는 것인데 더구나 그 가운데 나고
머무르고 변하고 없어지는 분제(分劑)와
두수(頭數)이겠느냐?
너는 또다시 살펴보아라.
앞에 나타난 여섯 가지 감각기관은 하나이냐,
여섯이냐?
아난아, 만약 하나라면 귀로는 왜 보지 못하고
눈으로는 왜 듣지 못하며, 머리로는 왜 다니지
못하고 발은 왜 말을 하지 못하느냐?
만약 이 여섯 가지 감각기관이 결정코 여섯을
이룬다면 내가 지금 이 모임 중에서 너희에게
미묘한 법문을 말할 적에 너의 여섯 가지
감각기관 중에서 어느 것이 그것을 받아들이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저는 귀로써 듣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 귀가 스스로 듣는데 몸과 입은 무슨 관계가
있기에 입으로 질문할 적에 몸은 일어나서
공경하여 받드나야?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 한다.
하나가 아니라 여섯이며 여섯이 아니라 하나이니,
마침내 네 여섯 개의 감각기관은 원래 하나도 아니고
여섯도 아니니라.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여섯 개의 감각기관이 하나도 아니고 여섯도
아니거늘 시작 없는 과거로부터 뒤바뀐 데 빠져
왔으므로 원만한 맑음에서 하나이니 여섯이니 하는
이치가 생겼느니라.
너는 수다원으로서 비록 여섯 가지는 소멸하였으나
아직 한 가지는 없애지 못했느니라.
마치 큰 허공을 여러 가지 다른 모양의 그릇에 담아
놓으면 그릇의 모양이 다름으로 해서 허공도 다르다고
하다가 그 그릇을 치우고 허공을 보면 허공은
하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저 허공이야 어떻게 너를 위하여 같기도 하고
같지 않기도 하겠느냐?
더구나 또다시 어떻게 '하나다, 하나가 아니다'라고
하겠느냐?
네가 아는 여섯 개의 감각기관이 수용하는 것도
이와 같느니라.
어두움과 밝음 등 두 가지가 서로 나타남으로 말미암아
미묘하고 원만한 가운데 맑고 고요한 데에 붙어서
보는 것을 발생시키나니, 보는 정기가 빛을 비추어서
그 빛이 맺혀 근(根)이 되었으니 그 눈의 근원은 깨끗한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졌고, 그러므로 안체(眼體)라
이름하는 것이니 이는 마치 포도알과 같다.
그것은 네 가지 티끌로 이루어진 부질없는
감각기관이라서 빛을 따라 흘러 치닫느니라.
움직이고 고요한 두 가지가 서로 부딪침으로
말미암아 미묘하고 원만한 가운데 맑고 고요한
데에 붙어 듣는 것이 발생하나니 듣는 정기가
소리에 비치고 그 소리가 말려서 근(根)이
되었으니, 그 근원은 깨끗한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졌는데 그를 이름하여 이체(耳體)라 하니,
마치 새로 돋아나는 *권이(卷耳)의 잎새와 같다.
그것은 네 가지 티끌로 이루어진 부질없는
감각기관이라서 소리를 따라 흘러 치닫느니라.
통하고 막히는 두 가지가 서로 드러남으로
말미암아 미묘하고 원만한 가운데 맑고 고요한
데에 붙어 냄새를 맡나니, 맡는 정기가 향기에
비쳐서 그 향기를 받아들여 근(根)이 되었으니,
그 근원은 깨끗한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졌고
따라서 비체(鼻體)라고도 하니, 이는 마치
두 개의 오이가 드리운 것과 같다.
그것은 네 가지 티끌로 이루어진 부질없는
감각기관이라서 향기를 따라 흘러 치닫느니라.
그대로 있거나 변화하는 두 가지가 서로 섞여서
미묘하고 원만한 가운데 맑고 고요한 데에 붙어
맛을 보나니 맛보는 정기가 맛에 비쳐서 그 맛을
짜내어 근(根)이 되었으니, 그 근원은 깨끗한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졌고 따라서 설체(舌體)
라고도 하니 이는 마치 초생달과 같다.
그것은 네 가지 티끌로 이루어진 부질없는
감각기관이라서 맛을 따라 흘러 치닫느니라.
떨어지거나 합하는 두 가지가 서로 부딪침으로
말미암아 미묘하고 원만한 가운데 맑고 고요한
것에 붙어 느낌이 생기나니, 느끼는 정기가
접촉에 비추고 그 접촉이 뭉쳐서 근(根)이
되었으니, 그 근원은 깨끗한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졌고 따라서 신체(身體)라고도 하니,
이는 마치 장구통[腰鼓顙]과 같다.
그것은 네 가지 티끌로 이루어진 부질없는
감각기관이라서 감촉을 따라 흘러 치닫느니라.
나고 없어지는 두 가지가 서로 이러짐으로
말미암아 미묘하고 원만한 가운데 맑고 고요한
것에 붙어 깨닫게 되나니, 깨닫는 정기가 법에
비추어서 그 법을 잡아서 근(根)이 되었으니,
그 근원은 깨끗한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졌고
따라서 의사(意思)라고도 하니 이는 마치 어두운
방에서 보는 것과 같다.
그것은 네 가지 티끌로 이루어진 부질없는
감각기관이라서 법을 따라 흘러 치닫느니라.
아난아, 이러한 여섯 가지 감각기관은
저 밝은 깨달음[覺明]에 밝히려는 명각(明覺)으로
말미암아서 정밀하고 또렷함을 잃고 허망한 데
붙어서 빛을 발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네가 지금 밝음과 어두움을 여의면 보는
실체가 없을 것이고, 움직임과 고요함을 여의면
맡는 성품이 생기지 않을 것이며, 그대로 있어서
변하는 것이 아니면 맛보는 성품이 나오지 않을
것이며, 나고 죽음이 없으면 깨달음이 어디에
붙어 있겠느냐?
네가 다만 움직이고 고요함, 합하고 여읨, 그대로
있고 변함, 통하고 막힘, 나고 없어짐, 밝고
어두움의 열두 가지 모든 작용이 있는 현상을
따르지 아니하면 마음대로 한 감각기관만을 골라
거기에 집착된 것을 벗겨내고 속으로 굴복시켜서
이를 본래의 참된 상태로 돌아가게 해야 본래의
밝은 빛을 발하리니 밝은 성품이 환하게 밝아지면
나머지 다섯 가지 집착도 선택에 따라서 원만하게
벗겨질 것이다.
앞에 나타난 대상 물질이 일으킨 지견(知見)을
따르지 아니하여 밝음이 감각기관을 따르지 않고,
그 감각기관에 의탁하여 밝음이 발생하면 그로
말미암아 여섯 가지 감각기관이 서로서로
작용하느니라.
아난아, 네가 어찌 알지 못하랴?
지금 이 모임 가운데 아나율타는 눈이 없는데도
볼 수 있고, 발난타룡은 귀가 없는 데도 들을 수
있으며, 긍가신녀는 코가 없는 데도 냄새를 맡고,
교범바제는 혀가 달랐는데도 맛을 알며,
순야다신은 몸이 없는데도 촉감을 느끼나니
부처님의 광명 중에 비치므로 잠깐 나타나기는
하지만 본래가 바람의 체질이므로 그 몸은
원래 없으며, *멸진정(滅盡定)을 닦아 고요함을
깨달아 성문이 된 이로서 이 모임 가운데에
있는 마하가섭 같은 이는 오래 전부터 의근(意根)이
없어졌어도 원만하고 밝게 깨달아 앎에 있어
마음을 쓰지 아니하느니라.
아난아, 지금 네가 모든 감각기관을 원만하게
뽑아버리면 안으로 환하게 광명을 발하여 이러한
부질없는 대상인 물질과 온 세상의 모든 변화하는
현상들이 마치 끓는 물에 얼음이 녹듯해서 생각을
따라 최상의 깨달음을 이루리라.
아난아, 마치 세상 사람들이 보는 힘을 눈에
집중시켰다가 만약 갑자기 눈을 감으면 어두운
현상이 앞에 나타나서 여섯 가지 감각기관이
캄캄하여 머리나 발과 같으리니, 그 사람이
손으로 몸을 따라 더듬으면 그가 비록 보지는
못하더라도 머리인지 발인지는 틀림없이 분별하여
깨달아 아는 것은 밝을 때나 마찬가지인 것과
같으니, 대상물질을 보는 것은 밝음을 인해야
하고 어두우면 볼 수 없거니와 밝지 않더라도
스스로 깨달음이 생기면 모든 어두운 현상이
영원히 어둡지 않으리니 감각기관과 그 대상
물질이 이미 소멸되면 어찌하여 밝은 깨달음이
원만하고 오묘함을 이루지 못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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