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 엄 경
능엄경:제5권 6/6 칠대(七大)의 원통(圓通)
오추슬마(烏芻瑟摩)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게 아뢰었다.
저는 오랜 겁 전에 탐욕스러운 성품이 많았습니다.
그때 어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는데 그 이름이
'공왕'이었습니다.
그 분이 말씀하시기를 '음욕이 많은 사람은 맹렬한
불덩어리가 된다'고 하시며 저로 하여금 백해(百骸)와
사지의 따뜻한 기운을 두루 관하라고 하셨는데 신비한
광명이 안에서 엉키면서 많은 음심이 변하여 지혜의
불을 성취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여러 부처님께서 저를 화두(火頭)라고 부르
셨는데 저는 화광삼매(火光三昧)*의 힘으로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저는 마음으로 큰 서원을 발하여 모든 부처님께서
도를 성취하려 하시거든 제가 역사가 되어 마구니와
원수를 친히 항복 받겠다고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저의
생각으로는 몸과 마음의 따뜻한 감촉이 걸림없이
유통함을 자세히 관하여 모든 번뇌가 이미 소멸되어서
큰 보배의 불꽃이 생겨나 최상의 깨달음에 오르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지지보살(持地菩薩)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난 옛적 보광여래께서 그 세상에 출현하셨을
때입니다.
저는 그때 비구의 몸으로서 가장 중요한 길목과
나루에서 산과 길이 험하고 좁아 여법(如法)하지
못하므로 수레와 말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손상시
키기에 제가 모두 메워서 평탄하게 하였으며, 혹은
다리를 놓기도 하고 흙과 모래를 져다 메우기도
하면서 이렇게 노력하기를 한량없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실 때까지 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떤 중생이 복잡한 곳에서 짐꾼을 얻어
짐을 지우려고 하면 제가 먼저 짐을 지고 그 목적
지까지 가서 짐을 내려놓고는 곧 돌아오고 품삯은
받지 않았습니다.
또 비사부(毘舍浮)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적에는
여러 해 동안 흉년이 들었는데 저는 그때에도
짐꾼이 되어 멀고 가까움을 따지지 않고 일 전만
받았으며, 또 수레를 멘 어떤 소가 흙구덩이에
빠지게 되면 저의 신통력으로 그 바퀴를 밀어 주어
고뇌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습니다.
그때 국왕이 부처님을 맞아 재(齋)를 베풀었는데
제가 그 길을 평탄하게 닦아 놓고 부처님을 기다렸
더니 비사(毘舍) 부처님께서 정수리를 만지시며
저에게 말씀하시기를 '마음을 평탄하게 가지면
온 세계의 땅이 다 평탄해질 것이다'라고 하셨으
므로저는 곧 마음이 열려서 몸에 있는 미세한
티끌이 세계를 이루고 있는 미세한 티끌과 평등하여
차별이 없음을 깨달아서 미세한 티끌과 자성이
서로 접촉되지 않았으며, 마침내 도병(刀兵)까지도
접촉됨이 없었습니다.
저는 법의 성품에서 무생인(無生忍)을 깨달아
아라한이 되었으며, 지금은 마음을 돌리어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 부처님께서 묘련화의 불지견지
(佛知見地)를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제가 먼저
증명하여 우두머리가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깨달은 원인을 물으신다면
저의 생각으로는 몸과 세계의 두 미세한 티끌이
평등하여 차별이 없으므로 본래 여래장에서 허망
하게 미세한 티끌이 생긴 것임을 자세하게 관찰하여
그 미세한 티끌이 사라지고 지혜가 원만하게 되어
최상의 도를 이루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월광동자(月光童子)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생각해 보니 지난 옛날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겁 이전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그
이름이 수천(水天)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보살들을 가르치시기를 '물의
정밀한 성품을 닦고 익혀서 삼마지에 들어가되
몸 속에 있는 물의 성품은 서로 빼앗음이 없어서
처음으로 눈물과 침으로부터 진액.정액.피.대변.
소변에 이르기까지 몸 속에 돌아다니는 모든 물의
성품은 동일한 것임을 관하여 그 물이 몸 속에 있는
것과 세계 밖 부당왕찰(浮幢王刹)*의 향수해와
평등하여 차별이 없음을 관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때 처음 그 관법을 이루어서 다만 물만
보았을 뿐 몸이 없어짐은 얻지 못한 채 비구가
되었으므로 방 안에서 편안히 참선을 하고 있었
는데 저의 제자가 창문을 뚫고 방 안을 엿보다가
맑은 물만 방에 가득할 뿐 다른 것은 보이지 않자
어린것이 무지하여 자갈을 가져다가 물 속에 던져
소리가 나게 하고는 힐끔힐끔 돌아보며
달아났습니다.
제가 선정에서 나온 뒤에 갑자기 가슴이 아프기가
마치 사리불이 원한의 귀신을 만났을 때와 같았으
므로 제가 스스로 생각하기를 '지금 나는 이미
아라한의 도를 얻은 터라 오래 전부터 병의 인연을
벗어났는데어찌하여 오늘 갑자기 가슴이 이렇게
아픈단 말인가?
아마도 퇴보하여 잃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고
하였었는데 그때 동자가 제게 와서 앞에서 일어
났던 일을 말하였습니다.
저는 곧 그에게 말해 주기를 '네가 다시 물을 보거든
즉시 문을 열고 그 물 속에 들어가서 자갈을 건져
내라'고 하였습니다.
동자는 시키는 대로 다음에 선정에 들어갔을 적에
다시 물을 관하니 자갈이 완연하였습니다.
그래서 문을 열고 건져냈는데 그러고 나서 제가
선정에서 나오니 몸이 처음과 같았습니다.
그 후 한량없는 부처님을 만났으되 산해자재통왕
(山海自在通王) 부처님 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서
몸이 없어져서 시방세계의 모든 향수해와 더불어
성품이 참다운 허공에 합하여 둘도 없고 차별도
없으므로 지금 여래에게 '동진(童眞)'이란 이름을
얻어 보살의 모임에 참여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저의 생각으로는 물의 성품이 한결같이 흘러 통하여
무생인을 얻어서 보살을 원만하게 이루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유리광보살(琉璃光菩薩)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생각하니 옛날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겁
이전에 어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는데 그
이름이 무량성이셨습니다.
보살께서 본래 깨달으신 오묘한 마음을 열어
보이시되 '이 세계와 중생의 몸이 모두가 허망한
인연인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임을 관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때 경계가 편안히 성립된 것과, 시간이
흘러가는 것과, 몸이 움직이고 멈추는 것과,
마음이 움직이는 생각을 관하였으되 모든
움직임이 둘이 아니어서 평등하여 차별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때 이 여러 가지 움직이는 성품이 와도
좇아 온 데가 없고 가도 돌아갈 곳이 없으며,
시방의 미세한 티끌같이 많은 뒤바뀐 중생들은
다같이 허망해서 삼천대천세계 속에 있는
중생들이 마치 한 그릇 속에 담아 놓은 백 마리의
모기가 앵앵거리고 시끄럽게 울면서 푼촌
[分寸]만한 가운데에서 고동치고 발광하며
소란스럽게 구는 것과 같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다가 부처님을 만난 지 오래지 아니하여
무생인을 얻었는데 그때 마음이 열려서 동방의
부동존 부처님의 나라[不動佛國]를 보고서
법왕자가 되어 시방의 모든 부처님을 섬겼으며
몸과 마음이 광명을 발하여 환하게 통해서 걸림이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저의 생각으로는 바람의 힘이 의지할 데가 없음을
관찰하여 보리심을 깨닫고 삼마지에 들어가서
시방의 부처님과 합하고 오묘한 마음을 전일하게
하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허공장보살(虛空藏菩薩)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부처님과 함께 정광(定光) 부처님 처소에서
끝이 없는 몸을 얻었습니다.
그때 손에는 네 개의 큰 보배구슬을 들고서
시방의 미세한 티끌같이 많은 부처님 세계를
비추어 허공으로 변화시켰으며, 또 스스로의
마음에 크고 둥근 거울을 나타내고 그 속에서
열 가지 미묘한 보배광명을 발하여 시방의 끝없는
허공에 있는 모든 세계를 비춰 주고는, 거울
속으로 들어왔고 내 몸에 들어와서는 몸이 허공과
같아져서 서로 방해하거나 걸림이 없었으며, 몸이
작은 먼지같이 많은 국토에 들어갈 수가 있어서
널리 불사를 행하여 크게 순하게 따름을
얻었습니다.
이 큰 신비한 힘은 네 가지 원소가 의지할 것이
없이 허망한 생각으로 생기고 없어지는 것이어서
허공과 다름이 없으며, 불국과 본래 같은 것임을
자세히 관찰함으로 말미암아 같은 데에서
발명하여 무생인을 얻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저의 생각으로는 허공이 끝이 없음을 관찰하여
삼마지에 들어가서 오묘한 힘이 원만하고 밝게
되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미륵보살(彌勒菩薩)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생각해 보니 지나간 옛날 미세한 티끌처럼
많은 겁 이전에 어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
셨는데 그 이름이 일월등명이셨습니다.
저는 그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게 되었으나
마음에는 세상의 명성을 소중하게 여겨 족성
(族姓)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였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저로 하여금 '오직 심식(心識)
선정을 닦아 익혀서 삼마지에 들어가라'고
하셨습니다.
여러 겁을 지나는 동안 이 삼매로써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부처님을 섬겼더니 세상의 명성을
구하겠다는 마음이 완전히 사라져 없어졌고, 연등
(燃燈)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기에 이르러서는
제가 가장 오묘하고 원만한 식심삼매(識心三昧)를
증득하여 허공에 가득한 부처님의 국토가
깨끗하고 더럽고 있고 없는 것까지가 모두 제
마음의 변화로 나타나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러한 것이 오직 심식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므로 의식의 성품이 한량없는
부처님을 배출하였고 지금 수기를 얻어서 부처님
지위를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저의 생각으로는 시방이 오직 의식으로 인하였
음을 자세히 관하여 인식하는 마음이 원만하게
밝아져서 원만하게 성취한 진실에 들어가
의타(依他)*와 변계집(遍計執)*을 멀리 벗어나
무생인을 증득하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대세지보살(大勢地菩薩)이 그의 동료 쉰둘이나
되는 보살들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생각하니 지나간 옛날 모래처럼 많은 겁
이전에 어떤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는데
그 이름이 무량광이셨으며, 열두 부처님이 일
겁 동안 계속하여 나셨는데 그 마지막 부처님의
이름이 초일월광이셨습니다.
그 부처님께서 저에게 염불삼매를 가르치시되
'비유하면 마치 한 사람은 기억하기를 전념하고
다른 한 사람은 잊어버리기를 전념한다고 할 때,
이러한 두 사람은 만약 서로 만났더라도 만난
것이 아니며 보았더라도 본 것이 아니거니와
두 사람이 서로 기억해서 이렇게 기억하는 두
생각이 깊으면 이와 같이 이 생에서 저 생에
이르도록 형체에 그림자가 따르듯이 서로
어긋나지 않으리니, 시방 부처님은 중생을
가엾게 생각하심이 마치 어미가 아들을 생각
하듯 하시니만약 아들이 도망하여 간다면
비록 생각한들 무엇하겠느냐?
아들이 만약 어머니를 생각함이 마치 어머니가
아들을 생각할 때처럼 한다면 어머니와 아들이
여러 생을 지내더라도 서로 멀리 떨어지지
아니하는 것과 같다.
만약 중생의 마음이 부처님을 기억하면서 염불
하면 지금이나 뒷세상에 반드시 부처님을 보게
되어 부처님과의 거리가 멀지 않아서 방편을
빌리지 않고서도 저절로 마음이 열려지는 것이,
마치 향기를 물들이는 사람의 몸에 향기가
베는 것과 같을 것이니 이를 이름하여
향광엄장(香光嚴藏)이라 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본래 인지(因地)에서 염불하는 마음으로
무생인에 들어갔고, 지금 이 세계에서도
염불하는 사람을 이끌어다가 정토에 돌아가게
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저의 생각으로는 특별한 것을 가림이 없어서
여섯 개의 감각기관을 모두 단속하여 깨끗한
생각이 서로 계속함으로써 삼마지에 들어가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