石霜 信首(석상 신수) 스님
바람아 부지마라 솔남게 흰꽃 진다
말 없는 청산 속에 값 없는 물마시고
산집에 무심한 설월로 함께 놀다 가리라
한뉘를 그냥저냥 단칸방 지켜오니
반칸은 내차지나 반찬은 구름차지
강산은 디딜에 없어 둘러두고 보리라
숲새에 우는 학이 솔남게 깃들이니
고라니 짓는 밤달
이슬에 젖겼어라
이대로 분명하니 냄잠잡고 가리라
봄바람 부는 곳에 마른가지 잎이 피고
가을잎 지는 적에 돌 사람 우짖으네
- 제자 호경湖鏡스님이 은사에게 바친 시
석상스님을 두고 <탈속한 천진보살>이라고 한다. 세속에 물들지 않고, 오로지
수행으로 일관했던 스님은 계행과 학덕, 선덕을 두루 갖춘 인욕보살이었다.
당신 생애에 단 한번 화를 냈는데, 그것은 보은군수가 법주사에 왔는데, 합장을
하지 않고 법당을 지나갈 때였다고 한다.
스님이 기차안에서 한 일본인을 만났다. 일본인은 스님에게
"화상은 무얼하는 스님이냐?"고 비꼬듯이 물었다.
필담을 통한 문답이 이루어졌다. 스님은
有時乎參禪 有時乎布敎 (유시호참선 유시호포교)
<때로는 참선하고 때로는 포교한다> 라고 �다.
如何布敎(여하포교) <어떻게 포교를 하느냐>고 했다.
飢者與食 渴者與飮(기자여식 갈자여음)
<굶주린 이에게는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른 자에게는 마실 것을 준다> 했다.
일본인의 무례는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飢者與食 渴者與飮(기자여식 갈자여음) 不飢渴者如何濟度(불기갈자여하제도)
<주린자나 목마른 자에게는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겠지만
주리지도 목마르지 않는 자는 어떻게 다루겠느냐>는 것이었다.
스님은 머뭇거림 없이
投藥不爲健人(투약불위건인) 說法不爲君子(설법불위군자)
誰然如是(수연여시) 至於如這漢(지어여저한)
夕陽在山 群洋下野(석양재산 군양하야)
약은 건강한 사람을 위하여 주는 것이 아니요,
법은 어진 사람을 위하여 설하는 것이 아니다.
비록 그러할진대 같은 놈에 이르러서는
석양이 산에 비끼었으면 뭇 양떼들이 들로 내려오느니라
고 했다. 이어 스님은
"어떤 것이 석양이 산에 있는데 뭇 양떼들이 들로 내려오는 경계냐?"
고 경책했다.
마침 기차가 역으로 들어오면서 기적을 길게 울리자, 그 소리에 놀란 제비들이
전깃줄에 있다가 일제히 날아올랐다. 일본인은 그 장면을 보고
"저것이 그 경계다"라고 답했다. 이에 스님은 고개를 내저으며,
淸風江上(청풍강상) 白鷗閑飛(백구한비)
"맑은 바람 부는 강 위에 흰 갈매기가 한가로이 난다" 고 했다.
기차와 제비라는 상을 나누어 생각하며 아직까지 사량분별에 머무른 일본인에게
평상심과 있는 그대로가 진실인 불이법不二法을 가르쳐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