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22. 14:11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스님! 퀴즈 하나 낼테니 맞혀 보세요."
지난 여름수련회 때의 일이다..
초등학교 4학년인 한 꼬마가 수수께끼라며 갑자기 문제를 냈다.
"5 빼기 3은 뭘까요?"
한참을 궁리했다.
넌센스 문제 같기도 하고
아니면 무슨 의미가 내포되어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별의별 생각을 다한 뒤에
"글쎄.."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이 꼬마 녀석이
"스님은 바보예요.이렇게 쉬운 것도 못 맞혀요"
하며 깔깔 웃었다.
내가 알려 달라고 하니 과자를 주면 알려 주겠다고 해
과자 한 봉지를 건네주었다.
"굉장히 쉬워요.5 빼기 3은 2예요."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꼬마는 또 물었다.
"그 뜻은 무엇일까요?"
'하! 이건 또 뭐야?'
혼자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겨 있는데,
그 녀석 하는 말이 걸작이다.
"오(5)해를 타인의 입장에서 세(3)번만 더 생각하면 이(2)해가 된다는 뜻이랍니다."
순간 나는 무릎을 쳤다. "맞아!"
이후 어디에서 법문 요청이 오면 '5 빼기 3'이 나의 단골 메뉴가 됐다.
오해로 인해 얼마나 가슴 아파했던가?
오해로 인해 얼마나 많은 다툼이 있었던가?
이 오해는 어디서 올까? 이해하지 못함에서 오겠지..
이해가 안 되는 건 왜일까?
내 입장에서만 생각해서겠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해할까?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되겠지.
누가 내게 욕을 할 때는 그럴 만한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서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욕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보자.
이해가 되면 분노가 사라진다..
이해가 되면 내가 편해진다.
5 빼기 3은 2!
삶을 새롭게 하는 커다란 힘을 가졌다.
꼬마는 신이 나서 퀴즈를 하나 더 냈다.
"2 더하기 2는요?"
나는 가볍게 알아맞혔다. "4지 뭐니."
"맞았어요. 그럼 그 뜻은요?" 하고 되묻는다.
또 한참을 궁리하다 모른다고 했더니, 그 꼬마는
"이(2)해하고 또 이(2)해하는게 사(4)랑이래요"
라고 말한 뒤 깔깔대며 뛰어간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이해하고 또 이해하는게 사랑이라….'
올여름 땀 흘리며 얻은 가장 큰 보람 중 하나다.
올겨울 여러분도 5 빼기 3으로 마음을 넓히고,
2 더하기 2로 멋진 사랑을 해보면 어떨까?
어느 스님의 글을 옮겨보았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조숙하다 조숙하다 하더니만 정말 조숙하네요.저런 말을 할 정도라니 말입니다.^^
예전에 어린이법회 선생님을 할때면 저런 질문들을 곧잘 받고는 했습니다.
꼬마녀석들이 쪼르르 달려와서 "선생님,선생님 2더하기 2는 뭐게요?", "개구리하고 두꺼비하고 싸우면 누가 이겨요?" 등등
답을 몰라서 하는 질문이라기 보다는 선생님을 놀리거나 자기들끼리 내기를 하거나 하는 그런 질문인지라
나름 질문을 받으면 혼자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봐야했죠. 너무 많이 머리를 굴려 뭔가 다른게 있을텐데 하고 고민을 하다보면
그것도 모르냐고 꼬마 녀석들에게 핀잔을 듣기가 일수고 당연한 답을 이야기하면 아니라며 나름대로의 정답(?)을 말하며
의기양양해 하는지라 맞히기도 어렵고 여간 어려운 질문이 아니었죠.
그런데 위에 꼬마 녀석은 예전에 알던 꼬마들과는 차원이 다른 고수군요.^^
오해는 이해 이전의 상태라고들 하죠.
주변에 종종 '도대체 저 사람은 왜 저러지?'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다수의 경우는 정말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가 충분히 될 문제이지만
'나'라는 주관때문에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 간혹 다른 사람들이 절대 이해못할 일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들이죠.
오해하기 전에 글자하나 뒤짚어 이해하는 사람으로 살기를..
정말 사랑하고 싶으시다면 이해하고 또 이해하시기를,
그리고 지금 사랑하고 계시다면 내가 그 사람을 이해하고 또 이해하려 하는지를...
오늘 하루도 이렇게 스스로 자문하며 일주일을 시작해 봅니다.
사진은 친구의 딸 모습입니다. 6살인데 어릴때만 해도 제가 '종합선물세트삼촌'으로 불렸죠.
항상 친구네 집에 갈때면 종합선물세트를 사가곤 해서말입니다..
아이들의 눈에 비치는 세상이,
아이들의 시각에서 찍히는 사진처럼 세상이 단순하고도 좋기만하면 좋겠네요.
도리어 복잡한 어른들의 시각이 사는걸 더 까다롭게 만드는지도 모르죠..^^
내가 다 했다 .. 생각대로 다 내가 했다 그리고 내가 다 아팠다 그러나 이제 다 알았다 마음대로 다 할 수 없다
|
'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 > 오매일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이 보일 때 / 이 복 숙 (0) | 2008.09.25 |
---|---|
흙탕물 (0) | 2008.09.24 |
가장 큰 행복은 마음의 평안이다 (0) | 2008.09.22 |
방편과 실상 (0) | 2008.09.20 |
덕을 베푸는 행위속에서도 '나'가 있습니다 (0) | 2008.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