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강선사 육성 법문 발췌 4 -

2008. 12. 22. 20:12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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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강선사 육성 법문 발췌 4 -                                         

 

 

 

다 죽게 되어 내 일이 시간시간 급한데 내가 이러고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죽고 사는 중생 생사를 두고 우리가 이러고 말아 ?

이거 못 듣고 못 믿으면(참선법) 개똥 벌거지가 낫다.

근데 광음을 허송해?

 

뭐 아무것도 힘든 것도 없고 그 내 찾는 법이 그려...

그저 '이뭣고'(화두를 말함) 알수 없는 놈 하나면 그만이여.

저 미래로 미루지 말아라. 때를 기다리지 마라.

용맹한 가운데 용맹을 더하고 정진하는 가운데 정진을 더해라.

 

만년을 입에서 화두만 씹고 앉았으면 되는가?

바로 보지 못하고 바로 듣지 못하기 땜세 생사가 우리 몸에 이렇게

얽혀져 있고, 상견(想見),사견(邪見)이 얽혀져 있다.

 

농부가 쟁기를 지고 논 갈러 가는 것도 생사 해탈 도리요,

여인네가 호미들고 밭 매러 가는 것도 생사 해탈 도리요,

숟가락 들고 밥 먹는 것도 해탈도리요,

젓가락으로 반찬 집어 넣는 것도 생사없는 해탈 도리인데

일체가 무엇이 아닌 것이 있으리요...

 

출가해서 마음속에 얻은바, 증한바가 없으면 썩은 배와 같다.

밥을 먹었거든 밥 값을 해라...

화두밖에 시간을 보내지 마라..

목숨 이놈 끊어지게 된 때에 무엇이 소용이 있겠느냐 말여...

눈썹위에 生死  두자를 이마 밖에 박아놔라...

세상에 나만 해탈하고 견성하고 말아..?

그런 소승견성, 도둑놈도 그런 법이 없어

어쨋든지 모두 깨닫게 권발시켜서 제도해야지...

 

남을 위해서라도 법문 들으면서 자울지 말어(잠자지 마라)

남까지 자고 싶어져.

배가 고파야사 법문이 들어가지 배부르면 안 들어가

역부러 굶고 법문 듣는 법이여.

 

법문 들을때 극장에서 배우 보듯이 고개 쳐들고 봐.

은사가 어디있고 상좌가 어디있어..?

도 닦으려 들어오면 인가 해주는 것을 은사락햐...

내 상좌, 내 은사다... 고 따구놈의 정신 가지고 들어왔냐 말이여.

고따구 놈의 것이 어디있어?

 

전쟁이 나면 싸워야 되고 도 닦을 사람이 죽게 되었으면

총든 사람의 총을 뺏어 그 사람을 죽여야 되는 법이여...

 

진심을 돌려 친소심을 두지 말고

화평주의,무아주의, 원융주의를 가져라.

 

퇴타하지 말아라.

물러가는 것이 제일 못쓰는 것이여.

타락하지 않고 물러가지 않으면 어느 누가 견성 성불 못할 것인가?

 

자자마라... 자지 말라고 법문하는데 자빠져 자고 있어?

수마(수면장애)가 뭣이여..

이렇게 잠이 와도 이놈이 무엇이냐.

한번 정신차리면 되는것을...

광겁장도(曠劫障道)에  수마막대(睡魔莫大)니라...

우리 대중이 도 잘 닦을때 나도 신심이 나서 법문을 해주는 거여.

오래 오래 하다보면 안 헐락해도 저절로 되는 때가 오는데

그때는 퇴타할래도 퇴타 할수가 없다.

  

토굴에 들어 간다는 놈은 벌써 난 옳은 학자로 인정 안하는구만

깨닫기 전에 토굴 들어가는 학자는 벌써 틀렸어.

해탈법을 배워야지...허공에가 잠자는 걸 배울 것인가?

일월같은 광명을 눈에 써가지고 다닐것인가...

 

의원을 구해야 병이 낫듯이 우리 학자는 옳은 스승을 구해야 한다.

옳은 학자라면 스승부터 옳게 가릴줄 알아야 하는 법이여.

 

도인이라도 몇생을 닦다가도 입태(入胎)에 매할수 있고

주태(駐胎)에 매할수 있고 출태(出胎)에 매할수 있고

몸 받아 나와서 크다가 매하는 수가 있기 때문에 스승이 있어야 한다.

하루라도 좀 더 살았으면 정진 좀 허게.

한번 앉아서 마조스님처럼 7개 포단 뚫듯이 시간이 없이 공간이 없이

그 참선 한번 잘해 봤으믄...

몸 병 나시기 전에 정신을 가다듬고 모두 도 잘 닦기 바랍니다

 

우리가 지금 풀에 붙어 있는 부목정령이나 똑같다.

망념이나 내고 별별 시비 다하고 돌아 다니는게...

조사관을 아무때나 그럭저럭 수수께끼처럼 그거 안된다

화두를 좀 재미시럽게 해봐.

자리가 딱 잡혀서 화두정락이 되면 화두가 도망가지 않으면

그 이상 더 안락하고 쾌연하고 실다운 곳이 없구만...

화두가 자리 잡히지 않으면 그만 그 나부대고

그 경계가 분다하고 한시도 마음이 붙지 않으니까 밖으로만...

 

중생이 찰나간에 성불하는것도 얼마나 애를 썼을 것이며,

언하에 대오하는 지경도 무수겁을 닦아 나왔으니 되는 것이여

처음에 들어온 사람들이 어찌 좌선을 안하겠는가..?

앉는데서 힘을 얻는 것인데..

참선허는 놈이 어디가서 혼침도거가 와?

 

우리 신세를 보란 말여.

요까짓놈의 몸뚱이 하나도 맘대로 못하고.

요망하고 더러운 놈의 몸뚱이.. 요놈의 몸뚱이 시봉해 주고

종노릇 하느라고 죄만 짓고 또 받아 나오고 또 받아 나온다.

요까짓 놈의 몸뚱이 짊어지고 다니면서 그렇게 속아...?

 

세상에 나올때 어머니 아버니 의지해서 나왓지만

방편인줄 알아라.  환(幻)인줄 알면 여의어라.

이 무상정법 밖에 더 있느냐...

 

세철쯤 해나가면 화두가 척 잡히면서 망상을 낼라고 해도 안 나와

화두가 꽉 박혀서 얼이 나간 사람같고 어리숙한 사람 같이 된다.

내외(內外)에 이 낱 한 의단 뿐...

 

이 자리에 있는 선객, 보살님네-  "정 전강(전강스님)"이 믿어지면
꽉 믿고 안 믿어지면 밟아 버려라

 

이렇게 법상에 자주 올라 오는것은 이제 곧 떠나게 되얐으니

떠나기 전에 자꾸 좀 해줄라고, 병들면 또 못허고 하니까...

법문을 잘못 들으면 퇴전할 생각만 낸다.

도인이 한번 시방세계를 확철히 비추는 것이 밝은 날과 같고,

거울이 밝게 비추는 것과 같다. 비유허면...

 

망상이 나거든 없애려 말고 내버려 둬라.

내버려 두는게 제일이다.

망상 그놈 중생집이 어디 대번에 없어지는가?

 

세상에 사람으로서 사람의 원리를 모르고,

가까히 말하면 낱낱이 내가 나를 몰라?

내가 나를 모르고 있으면서 사람이라고 대갈박 내둘르고 다니다가

어느날 갑자기 죽는다.

 

진리를 집어 삼키면 뭐할 것이냐. 나 하나 깨달라야지...

살림살이를 내놔봐! 올 삼동에 이렇게 애썼으니 한번 내놔봐!

억겁 다생에 무슨 배때기 속엔 안들어 갔을 것이여...

난 때가 있어야지 무슨 짓을 하고 왔느냐 말여...

 

 

 

공부하다가 가슴 속에서 부처가 쑥~ 나와도 그거 정법(正法) 아니여!

 

가을 깨끗한 들물 같이 가며, 흰 비단 같이 가며

불꺼진 재와 같이 가며, 옛 법당의 향로 같이 가며,

하루 아침에 백년같이 가며, 한 생각에 만년 같이 가면

쉬어가고 쉬어가라...

 

봄에는 동으로 가고,

남쪽으로 작대기 날리고,

가을 돌아오면 서쪽, 북방으로 들어가서 풍경 구경하고 참 좋다~

삼백 육순을 이렇게 도는 구나..

그 우리 선객들 참 좋다 그 말이여...

 

이렇게 지내 가지고는 어느날에

네가 자가(自家)고향에 도착할 것이냐 그말여..

이게 모두 우리 선객들 산중오입이여!

오입 중에 이것이 제일 무서운 오입이다.

미남미녀에 빠진것 보다 선객이 경치구경이나 즐기고

산새에 빠지는 것이 더 무서운 오입이다.

 

생전감옥, 평생감옥에 갇혀서 나오는 방법이 화두법 밖에 없다

애인이 있어서 보고 싶어 죽을 지경에 비하겠는가?

판치생모(전강스님 화두)가 더 좋은가?

이뭐꼬가 더 좋은가?

이러지 말고 나하는 화두만 잘 거각해라...

어쨌든디 이 몸 이만큼 영양이 꽉 차서 도와줄때 어서 해라

젊을때 이 광음을 허송하지 말라.

 

손님이 와서 몇시간 뺏기고 나면 그렇게 원통할 수가 없어

내가 이게 무슨 짓인가 싶단 말이야...

머리를 쥐어 뜯었지...

모재기용이다...좌(坐)에만 집착하면 안된다

행주좌와(行住坐臥)에서 밀밀무간(密密無間)의 묘(妙)를 얻어야 한다

 

법문 듣는데 가서 불퇴전이 있다.

붙일 것도 없도 뗄것도 없이 넉넉히 일러 놓은 것을~

조사어록이니 다 쓸데없어. 바로 '판치생모'( 화두)니라

의심도 아니고 망상도 아니고 잠도 아니고 데데하니

흐리터분하니 하지말고 밝게 밝게 "어찌 판치생모라 했나"

단단히 고놈만 옳게만 관찰하면 못 붙어... 망상이 붙덜 못햐.

부처님 은혜 따로 갚을 것 없어.

너 생사없는 해탈대도를 깨달으면 되야.

 

밥 먹는 이치를 알았으면 밥을 먹어야.

참선법이 이려... 중이 되야스면 중노릇하는 법 부터 배워야

무엇을 찾기에 의심(화두에 대한 의심)이 안난닥햐..!

당장에 알수 없는데..

남의 시비, 남의 허물 얘기하는 학자는 벌써 틀렸어

도문에 들어오는 법이 참괴법이 제일이여!

부처님은 저렇게 견성해서 믿었거들랑 물러가지 마라.

 

내가 나를 깨닫는 것이지 아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나를 깨닫는 것이 불법 대의다.

생사없는 대자재 대자유 이것이 인생 목적이다

지금이 계법 만년에 속하지마는 말세에 가서 참선법이 확 퍼져서

견성한 이가 콩 튀듯이 나온다 했어.

당신네들이 늦게와서 배운것을 한탄하시란 말씀이여!

 

꼭 부처님의 법을 들어야 겠고 알아야 되겠다하는 마음만 내도

상당히 부처님과 인연이 있는 사람이여

자기 양심에 가책된 일 한것은 다 죄지...

 

옳은 스승이면은 꽉 믿어라!

스승이 아닌것은 믿었다간 큰일 나나까 말헐것도 없고.

바로 깨달은 스승을 믿어야지 깨닫도 못헌걸 믿어 놨다간 큰 손해여

그건 마구니 밖에는 될것이 없으니까...

 

법문에 한마디라도 귀에 옳게 들어오는 놈이 있는데 고놈을 딱 믿어야 되야.

 

참선법에 인연이 없으면 와서 들을려고 하도 않어!

법문 한번 잘못 들으면 큰일 나는 것이여.

똑 같은 법문이지만 글만 봐서 새기는 것 다르고 뜻을 알고 새기는 것 다르거든...

애착!  억만년을 해 나온 애착 무섭다 틈새기가 없이 발심해라..

 

한시간을 안 닦으면 어찌 될것인가.

그 시간에 죽어버리면 어찌할 것인가.

10분은 어떻고 5분은 어뗘! 그동안에 뒈져 버리면 어쩔것이여?

그런데도 해태를 부릴 것인가?

대중에 진실한 학자 만나기가 참으로 어렵다

선지식은 옳게 믿는 학자 얻기가 어렵고,

학자는 바로 옳게 깨달은 선지식 만나기가 어렵다...

 

내 눈이 일월이 돼 가지고는

일월 보담도 천하 더 밝은 그런놈의 것이 도가 아니여!

고까짓것이 도일것 같으면 왜 글쎄 개똥 벌레는 쬐그만한 것이라도

배때기에 불을 써 가지고 천하를 돌아 다니고 공중을 막 왕래허는데

왜 그것은 응! 그건 뭐 신통아녀...?

그런 신통이나 그런 모양다리 나타낸 것이나 빛깔 나타내는 것이나

그런것으로써 해탈법이 그걸로 써서 생사 없는 법이 아녀...

 

내가 나를 찾는 법! 내라는 면목은 빛깔이...상이 없어

천만사가 있드래도...백만사가 있드래도,

내 목숨이 천번 죽을 일이 있드래도

이 도문은 물러가는 법이 없는 것입니다...

 

주작으로 하기 때문에 법문을 듣고 또 들어도 결렬심을 내고

또 내봐도 혼침도거가 또 들어와...

진심으로 무상함을 깨달아야 발심을 해야 기막히게 철저하게 해야 한다.

 

왜 안되는 상을 짓느냐 말여!

알수 없는 놈 하나뿐이지 되고 안되는 상을 왜 붙여?

안되는데 가서 신심이 나고, 안되는 곳에 가서 분심이 나고

그렇게 철두철미하게 가행공부를 하는 것이 학자의 도리지.

뭐든지 꾸준히 꾸준히 해나가봐라...

어디가서 실패가 있고 안되는 것이 있는가!

 

도인도 똥 싸고 오줌 싸고 아홉구멍 있고 똑 같애

법을 의지하지 사람을 의지하지 말어!

철두철미하게 법을 믿어서 생사 해탈법을 배워라...

모양으로 믿고...상으로 믿고 허는 행동으로 흉보고 그 되야?

기가 찰일이지...

 

간단없이 화두가 의심이 자꾸자꾸 일어날것 같으면 일체망념

티끌경계가 들어오덜 않해...저절로

본래없는 것이니까.

그 놈이 방해헐라고 기달리고 있지 않어.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이지

일체망념이 안되니까 퇴타하려고 하는게 호마여!

나를 아비지옥에 보내는

 

공부하는 사람을 말을 말아라

가슴에 가서 꽉 맺혀져 가지고 풀래야 풀수 없고 보낼래야 보낼수 없다

점점 깜깜헌디...알수 없는 곳을 향해서 다시 한번 더 신령스러운 마음으로

돌이켜 비춰봐라...

다 모른닥 하지만은 '이뭣고"를 모르면 되여?

 

우리는 항상 도 닦는다고 말은 좋다~ 도 닦는다고 앉아서 참선허나?

참선을 몇분이나 하나...그 시간이 얼마나 하는가.

한 시간이면  그 1분이나 되는가...2분이나 되는가..?

그러고 앉아서 참선한다고 잔뜩 졸아 버리고 조금 또 졸음가면 망상내고,

일어나 나와선 잡담하고 뭔시간 뭔시간 빼고 나면 참선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부처님 마음이나 내마음이나 똑 같은건데 여태꺼정 뭣하고 이러고 있어?

부처님은 벌써 큰 대장부가 되어서 일체중생을 제도하고 있건만은 나는 이러고 있어

이 모양 다리로 그 밥만 먹고 옷만 입고 시은만 잔뜩 지고.

 

인생이 왔다가 이렇게 허망하게 병들어 늙어 죽게 되는데 거기 뭐가 있나?

생각해 봐라...뭐가 도무지 있는가?

인생이란 죽을 일 밖에는 앞에 없구나

왜 이것을 한번 생각해 보지 못할까...

지혜있는 사람이라야 안다..

언제 남의 시시비비할 겨를이 있느냐

'도 닦아라' 일러주는 스승의 말을 듣고 일순간이라도 더 분심이 나고

더 닦아야 발심 학자이지...

 

                                                                                            계속...

 
어린왕자의들꽃사랑마을

 

 

 

모정-초저녁

 

 


엄마 - 피천득
 
마당으로 뛰어내려와 안고 들어갈 텐데 웬일인지 엄마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또 숨었구나!' 방문을 열어봐도 엄마가 없었다
'옳지 그럼 다락에 있지' 발판을 갖다 놓고 다락문을 열었으나 엄마는 거기도 없었다
건넛방까지 가 봐도 없었을 때에는 앞이 아니 보였다
울음 섞인 목소리는 몇번이나 엄마를 불렀다
그러나 마루에서 째깍대는 시계 소리밖에는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두 손으로 턱을 괴고 주춧돌 위에 앉아서 정말 엄마 없는 아이같이 울었다
그러다가 신발을 벗어서 안고 벽장 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날 유치원에서 몰래 빠져 나왔었다. 순이한테 끌려다니다가 처음으로
혼자 큰 한길을 걷는 것이 어떻게나 기뻤는지 몰랐었다. 금시에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잡화상 유리창도 들여다보고, 약 파는 사람 연설하는 것도 듣고
아이들 싸움하는 것 구경하고 그러느라고 좀 늦게야 온 듯하다


어머니의 등불

자다가 눈을 떠보니 캄캄하였다. 나는 엄마를 부르면서 벽장문을 발길로 찼다
엄마는 달려들어 나를 끌어안았다. 그때 엄마의 가슴이 왜 그렇게 뛰었는지
엄마의 팔이 왜 그렇게 떨렸는지 나는 몰랐었다
"너를 잃은 줄 알고 엄마는 미친년 모양 돌아다녔다
너는 왜 그리 엄마를 성화먹이니, 어쩌자고 너 혼자 온단 말이냐
그리고 숨기까지 하니 너 하나 믿고 살아가는데,엄마는 아무래도 달아나야 되겠다."
나들이간 줄 알았던 엄마는 나를 찾으러 나갔던 것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아니하고 그저 울었다


사랑의 이름으로

그후 어떤 날 밤에 자다가 깨어보니 엄마는 아니 자고 앉아 무엇을 하고 있었다
나도 일어나서 무릎을 꿇고 엄마 옆에 앉았다
엄마는 아무 말도 아니하고 장롱에서 옷들을 꺼내더니 돌아가신 아빠옷 한 벌에
엄마옷 한 벌씩 짝을 맞춰 차곡차곡 집어넣고 내 옷은 따로 반닫이에 넣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슬퍼졌지만 엄마 품에 안겨서 잠이 들었다
그후 얼마 안 가서 엄마는 아빠를 따라가고 말았다


모정_어머니의 촛불

엄마가 나의 엄마였다는 것은 내가 타고난 영광이었다
엄마는 우아하고 청초한 여성이었다. 그는 서화에 능하고 거문고는 도에 가까웠다고 한다
내 기억으로는 그는 나에게나 남에게나 거짓말한 일이 없고,
거만하거나 비겁하거나 몰인정한 적이 없었다
내게 좋은 점이 있다면 엄마한테서 받은 것이요,
내가 많은 결점을 지닌 것은 엄마를 일찍이 잃어버려
나의 사랑 속에서 자라나지 못한 때문이다


모정의 세월

엄마는 아빠가 세상을 떠난 후 비단이나 고운 색깔을 몸에 대신 일이 없었다
분을 바르신 일도 없었다
사람들이 자기보고 아름답다고 하면 엄마는 죽은 아빠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여름이면 모시, 겨울이면 옥양목,
그의 생활은 모시같이 섬세하고 깔끔하며 옥양목같이 깨끗하고 차가웠다
황진이처럼 멋있던 그는 죽은 남편을 위하여 기도와 고행으로 살아가려고 했다
폭포 같은 마음을 지닌 채 호수같이 살려고 애를 쓰다가 바다로 가고야 말았다


모정

엄마가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은 내 이름을 부른 것이었다
나는 그후 외지로 돌아다니느라고 엄마의 무덤까지 잃어버렸다
다행히 그의 사진이 지금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다
삼십 대에 세상을 떠난 그는 언제나 젊고 아름답다
내가 새 한 마리 죽이지 않고 살아온 것은 엄마의 자애로운 마음이요
햇빛 속에 웃는 나의 미소는 엄마한테서 배운 웃음이다
나는 엄마 아들답지 않은 때가 많으나 그래도 엄마의 아들이다
나는 엄마 같은 애인이 갖고 싶었다
이제 와서는 서영이나 아빠의 엄마 같은 여성이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나의 간절한 희망은 엄마의 아들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새벽을 열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엄마와 나는 술래잡기를 잘하였다
그럴 때면 나는 엄마를 금방 찾아냈다. 그런데 엄마는 오래오래 있어야 나를 찾아냈다
나는 다락 속에 있는데, 엄마는 이방 저방 찾아다녔다
다락을 열고 들여다보고서도 여기도 없네" 하고 그냥 가버린다
광에도 가보고 장독 뒤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닌가
하도 답답해서 소리를 내면 그제야 겨우 찾아냈다
엄마가 왜 나를 금방 찾아내지 못하는지 나는 몰랐다
엄마와 나는 구슬치기도 하였다. 그렇게 착하던 엄마도 구슬치기를 할 때에는 아주 떼쟁이었다
그런데 내 구슬을 다 딴 뒤에는 그 구슬들을 내게 도로 주었다
왜 그 구슬들을 내게 도로 주는지 나는 몰랐다


내일을 향하여

한번은 글방에서 몰래 도망왔다. 너무 이른 것 같아서 한길을 좀 돌아다니다가 집에 돌아왔다
내 생각으로는 그만하면 상당히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그런데 집에 들어서자 엄마는 왜 이렇게 일찍 왔느냐고 물었다. 어물어물했더니,
엄마는 회초리로 종아리를 막 때렸다
나는 한나절이나 울다가 잠이 들었다. 자다 눈을 뜨니 엄마는 내 종아리를 만지면서 울고 있었다
왜 엄마가 우는지 나는 몰랐다


기도는 평화를

나는 글방에 가기 전부터 '추상화'를 그렸다. 엄마는 그 그림에 틀을 만들어서 벽에 붙여 놓았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추상화가 없을 때라, 우리집에 오는 손님들은
아마 우리 엄마가 좀 돌았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엄마는 새로 지은 옷을 내게 입혀보는 것을 참 기뻐하였다
작년에 접어 넣었던 것을 다 내어도 길이가 작다고 좋아하였다
그런데 내 키가 지금도 작은 것은 참 미안한 일이다
밤이면 엄마는 나를 데리고 마당에 내려가 별 많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북두칠성을 찾아 북극성을 일러주었다. 나는 그때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불행히 천문학자는 되지 못했지만, 나는 그 후부터 하늘을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아침을 향하여

엄마는 나에게 어린 왕자 이야기를 하여 주었다. 나는 왕자를 부러워하지 않았다
전복을 입고 복건을 쓰고 다니던 내가 왕자 같다고 생각하여서가 아니라
왕자의 엄마인 황후보다 우리 엄마가 더 예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예쁜 엄마가 나를 두고 달아날까 봐 나는 가끔 걱정스러웠다
어떤 때는 엄마가 나의 정말 엄마가 아닌가 걱정스러운 때도 있었다
엄마가 나를 버리고 달아나면 어쩌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때 엄마는 세 번이나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영영 가버릴 것을 왜 세 번이나 고개를 흔들었는지 지금도 나는 알 수가 없다

       

그림:김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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