如龍得水 似虎靠山/벽암록

2008. 12. 29. 12:49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염불 불보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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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얻고 산을 의지하다


용이 물을 얻은 것과 같고

호랑이가 산을 의지한 것과 같다.


如龍得水  似虎靠山

여룡득수    사호고산


- 『벽암록』

 

 

   이 글 저 글에서 많이 인용되는 명언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제가 있을 자리에 있고 제가 할 일을 하면, 모든 일이 순조롭고 모양도 갖추어진다. 그야말로 득의만면(得意滿面)이다. 특히 수행을 하는 사람들이 올바른 가치관과 바른 견해를 가지고 일체 생활을 수행자의 모습답게 살아간다면, 그것은 곧 용이 물을 얻은 것과 같고 호랑이가 산을 의지한 것과 같다. 야운(野雲) 비구가 쓴 자경문에도 이렇게 말하였다.


   “오랜 세월 동안 중생으로 살아오면서 깨달음의 길을 등지고 어리석고 타락하여 온갖 악한 일을 저질러서 윤회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능히 반성해서 애정을 끊고 출가하여 발우를 받아 지니며 가사장삼을 입고 세속을 벗어나는 길을 밟고 부처님의 미묘한 법을 배우기만 한다면, 그것은 마치 용이 물을 얻은 것과 같고 호랑이가 산을 의지한 것과 같다.”고 하였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이라도 잘 찾아보면 길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길, 자신의 분수에 어울리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발견하여 그 길을 간다면 누구나 용이 물을 얻은 것과 같고 호랑이가 산을 의지한 것과 같은 삶을 살 것이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③  [무쇠소는 사자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송년의 시/이해인

 

하늘에서 별똥별 한 개 떨어지듯

나뭇잎에 바람 한 번 스치듯

빨리 왔던 시간들은 빨라도 지나가나지요? 

 

나이 들수록 시간들은 더빨리간다고

내게 말핬던 벗이여

어서 잊을 건 잊고

용서할 것은 용서하고

그리운 이들을 만나야겠어요

 

목숨까지 떨어지기 전 미루지 않고

사랑하는 일

그것만이 중요하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눈길은 고요하게

마음은 따뜻하게 

아름다운 삶을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충실히 살다보면

첫새벽의 기쁨이 새해에도

우리의 길을 밝혀주겠지요




* 송년사(送年辭) *
 
이제 이 年도 멀어져 갑니다. 
아이구(19) 아이구(19)하며
상주보다 슬피 우는 
곡쟁이 같은 곡조로 청승떨던 年이 
떠난 지가 어제 같은데
다시금 또 한 年이
2千8年 세월의 치마꼬리를 거머쥐고
떠나갑니다,
두툼한 지갑을 손에 쥔 투전꾼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했던 이 年이 
가는 마당에 
역시 간 年이나 갈 年이나 
그 年이 그 年이군 하는
시큰둥한 푸념이 사방에서 들립니다, 
고질병인 때만 되면 배가 고픈
습관성 위장허탈증에 시달리며
세월이 약이라는 처방만 믿고
벌컥벌컥 세월만 마신 사람도
이때쯤이면 
송구영신(送舊迎新)이니 
근하신년(謹賀新年)이니 하며
돌팔이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같은 주문을 
또다시 중얼거립니다,
한두 번 속은 것도 아니련만, 그래도
갈 年이 가고 올 年이 오면 무엇인가
간 年보다 온 年이 낫겠지 하는 기대에
호들갑을 떨며 새 年을 맞이하는 서슬에 
슬그머니 가는 年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산전수전 세파에 찌든 치맛자락을 
제야(除夜)의 바닷물에 너울너울 흔들어 빨고선 
야멸차게 갑니다,
돌이켜 보면
숱한 年이 오가며 2千8年이 갔어도
어느 年 하나 
아쉬워서 잡는다고 눌러 있나요
이제는,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오늘을 보듬고
가는 年은 가더라도
오는 年 품안에서 암팡지게 살자구여!
♧ 시나브로 핀 연꽃/詩人 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