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긴다'는 게 무엇입니까?

2009. 1. 6. 17:04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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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긴다'는 게 무엇입니까?

[질문]

'길을 묻는 이에게'를 읽고 또 읽어도
놓고 맡긴다는 말씀이 아리송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을 해주시고요,
맡겼을 경우에 어떻게 되는 것인지도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큰스님]

처사님은 살면서 누굴 믿습니까?
허공을 믿습니까? 형상을 믿습니까? 아니면 이름을 믿습니까?
처사님이 그 중 무엇을 믿는다 해도 진짜로 믿을 수는 없지요.
믿는다는 그 대상이 처사님 대신에 죽어 줄 수가 있습니까?
대신 먹고 배불러 줄 수가 있습니까?
대신 똥을 누어줄 수 있습니까?
그러니 누굴 믿어야 합니까?
자기의 주처(主處)를 믿어야 하겠지요?
그래서 자기로부터 나온 것을
다시금 자기에다 맡겨 놓으라고 하는 것입니다.

처사님이 길을 가다가 넘어졌다면 어떻게 하십니까?
넘어진 자리를 딛고 제 힘으로 일어나시지요?
그와 같이하라 이 말입니다.
네가 엎어졌으니 네가 일어나라 이것이죠.
그렇게 다시금 맡겨 놓으면
점차로 그릇이 비워지면서 내가 밝게 보인다 이겁니다.
그걸 부자(父子)상봉이라고 하지요.

부(父) 속에 자가 들어있고, 자(子) 속에 부가 들어있는데
내가 나를 믿지 못하니 부자 가 만날 수 없는 것입니다.
저 맷돌이 아래짝 위짝이 딱 맞아야 잘 돌아가고
무엇을 집어넣던 갈려서 나올 텐데
아래 위가 맞질 않으니 맷돌질을 해도 그게 헛 맷돌이라
바르게 생산이 되질 않습니다.
그런데 모두들 밖으로 주여, 하나님 아버지시여, 부처님이시여,
보살님이시여 하면서 뭘 해달라고만 합니다.
헛 맷돌질 빈 맷돌질인 셈이지요.

맡겨 놓는 것은 내 마음의 맷돌에다가 집어넣는 것이나 같지요.
물건을 넣어야 갈려 나오듯이
다가오는 대로 다시금 놓아라!
믿음을 갖고 그렇게 놓으면 밝게 나를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