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조록(馬祖錄) 시중(示衆) 2-4
어떤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도를 닦는 것입니까?"
"도는 닦는 데 속하지 않는다.
닦아서 체득한다면 닦아서 이루었으니
다시 부서져 성문(聲聞)과 같아질 것이며,
닦지 않는다 하면 그냥 범부이다."
다시 물었다.
"어떻게 이해해야 도를 깨칠 수 있겠습니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성(自性)은 본래 완전하니
선이다 악이다 하는 데 막히지 않기만 하면
도 닦는 사람(修道人)이라 할 것이다.
한 생각 망념이 3계 생사의 근본이니,
일념이 없기만 하면 즉시 생사의 근본이 없어지며
부처님(法王)의 위 없는
진귀한 보배를 얻게 될 것이다.
무량겁(無量劫) 이래로 범부는 망상심,
즉 거짓과 삿됨, 아만(我慢)과 뽐냄이 합하여
한덩어리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경에서 말하기를,
'여러 법이 모여 이 몸을 이루었기 때문에
일어날 때는 법만 일어날 뿐이며,
멸할 때도 법만 멸할 뿐이다'하였다.
그러므로 이 법이 일어 날때 내(我)가 일어난다 하지 않으며,
멸할 때도 내가 멸한다 하진 않는다. 전념(前念).후념(後念).중념(中念)이
생각생각 서로 의지하지 않아서
생각생각 고요함(寂滅)을 해인삼매(海印三昧)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일체법을 다 포섭한다.
마치 백천 갈래 물줄기가 함께 큰 바다로 모여들면
모두 바닷물이라 이름하는 것과도 같다.
한 맛(一味)에 여러 맛이 녹아 있고
큰 바다에 모든 물줄기가 섞여드니,
마치 큰 바다에서 목욕을 하면
모든 물을 다 쓰는 것과도 같다.
우리의 본성인 자성(自性)은
무구청정이며 조작과 시비가 없이
고요하고 적정하여 일체법을 포섭하지만
물들거나 변화가 없다고 했다.
석가여래 부처님이 [화엄경(華嚴經)]을 설하기전에
드신 선정(禪定)이 해인삼매(海印三昧)인데
모든 번뇌와 일체 망념이 사라져
마치 바다에 풍랑이 쉬면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모두 바닷물에 비치는 것같이.
일체 번뇌가 끊어진 부처님의 정심(定心)가운데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법이 명랑하게 나타나므로
이 해인삼매를 들어 설명하셨다.
[전념(前念).후념(後念).중념(中念)이
생각생각 서로 의지하지 않아서]라고 하신 것은
바닷물에 비친 삼라만상의 형상이 다 비추여도
그기에 바닷물이 물들거나 의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바닷물이 일체법(삼라만상)을 다 비추이는 것이
마치 백천가지 물이 섞여 일미평등(一味平等)한
바닷물이 되듯이 일체법이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지 않고 일어났다 사라지므로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지 않았으나
그 형상은 일체법으로 다 드러나는 모습이
마치 바닷물에 목욕을 하면
모든 물을 다 쓰는 것과도 같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해인삼매에 들어
일체유위법을 다 드러내 보이지만
물들거나 조작을 하지 않고
일체의 법을 다 비추이는 것이
마치 모든 법을 다 설하데 설함이 없이
이렇게 설할 수 있는 것이다.
나무아미타불_()_
- 원오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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