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성(香聲) / 경봉스님

2009. 1. 30. 12:37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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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성(香聲) / 경봉스님

푸른 물 찬 소나무에 달은 높고 바람 맑아

향기소리 깊은 곳에 차 한잔 들게

차 마시고 밥 먹는 일

인생의 일상삼매의 소식이니

이 소식을 알겠는가 ! 차(茶). 

 

碧水寒松 月高風淸 香聲沈處 相分山茶

遇茶喫茶 遇飯喫茶 人生日常 三昧之消息

會得마 ! 茶 

 

< 감상: 정각 스님 / 원각사 주지 >

 

향기 소리(香聲) 깊은 곳은 寂靜三昧를 말한다. 그 적정삼매 속에서 茶飯事처럼 우리는

일상의 향기를 감촉하는 가운데 오늘도 '영축산 봄 향성'을 듣고자, 현상 사운데 부처와

삼매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하겠다.

중생들은 세간의 소음 가운데 무수한 見處를 발견한 옛 노승의 향성에 귀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이것이야말로 일상 가운데 삼매를 얻어 취하는 바른 길임을 인식해야 하겠다.

 

 

향성이란 '향기소리'를 말한다. 경봉스님이 평소 납자들에게 즐겨 써주시던 문구다.  

향기에 무슨 소리가 있겠는가. 그러나 옛 사람들은 '문향聞香' 즉 '향기를 듣는다'하여

냄새 맡음을 넘어 '향기를 들음'이란 심미적 표현의 사용에 주저하지 않았다.

조선 중기 문인 화가 김시의 梅鳥聞香圖는 '한마리 새가 매화 향기 듣는 모습'을 탈속적

분위기 속에 묘사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관음觀音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청음廳音 즉 '소리들음'을 넘어 '소리

를 본다'는 것으로, 이런 표현들 속에는 언어적 상징과 관념적 서정을 능가하는 초월적

인식이 내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향성의 '귀로 듣는 향기'는 어떤 향기를 말함인다. 한겨울 눈위에 핀 붉은 매화향,

雪中梅의 아스라한 존재의 향기는 코의 냄새 뿐 아니라 귀까지 동원해야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경봉스님은 寒梅吐紅 古佛心(한매토홍 고불심) 이란 글을 즐겨 쓰셨다.

"한겨울 매화의 붉은 향기, 옛 부처의 마음일세" 한 표현은 존재의 外包를 넘어선 內延을

볼 수 있어야 함을 촉구한 것이리라.

그렇다면 존재의 내연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경봉스님은 寂音스님 에게 보낸 편지

글속에서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대숲흔드는 소리, 아~ 귀를 간질이는 이슬 구르

는 소리, 이 모두가 다 寂音이니 어찌 아름답지 않은가. 복잡한 삶에 이 애끊는 소리를

듣는 이 있으니, 그대 얼마나 행복한가. . ."

 

아 소리 소리 가운데 寂靜의 차원 존재하니, 萬物相 가운데 그 적정의 '향기 소리' 들을

수 있다면 우리 또한 얼마나행복할 수 있을까. 이는 두두물물이 부처의 현현임을 말하는,

화엄 法界緣起를 능가하는 六大緣起의 참다운 인식 속에 생겨진 표편이라 하겠다.

우리는 일상가운데 수많은 소리를 듣는다. 인생의 다양한 향기 접해 듣기도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존재의 일상을 살아가는 바 무수한 부한 부처를 만나고, 무수한 깨달음을 얻어

갖는다. 아니 일상 자체가 하나의 향기가 되어 그 향기가 나의 귓전에 울려야 할 것이다.

이에 경봉스님은 茶詩를 통해 茶音의 촉구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