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시나가라 사람들과의 고별
그리고 아난다여!
너는 이제부터 쿠시나가라 마을로 가, 쿠시나가라의
말라 족 사람들에게 이렇게 알려라.
'바세타여!
오늘 밤이 깊어 여래께서는 이 마을의 외곽에서 열반에
드신다네.
그러니 바세타여!
나중에 여래는 실로 우리 마을에서 열반에 드셨는데,
우리들은 그 마지막 때 여래를 뵙지 못하였다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지금
모여 여래를 만나도록 하자'라고."
"잘 알았사옵니다,
세존이시여!"라고 아난다 존자는 대답하였다.
그리고 가사를 입고 발우를 손에 드시고 서둘러 쿠시나가라
마을로 갔다.
아난다 존자가 마을에 도착했을 때, 쿠시나가라 말라 족은
마침 마을의 일로 집회장에 모여 있었다.
그래서 아난다 존자는 그들의 집회장으로 가, 쿠시나가라
말라 족에게 다음과 같이 알렸다.
"바세타여!
오늘 밤이 깊어 여래께서 이 마을 외곽에서 열반에 드신다네.
그러니 바세타여!
나중에 '여래는 실로 우리 마을에서 열반에 드셨는데,
우리들은 그 마지막 때 여래를 뵙지 못하였다'는
등의 말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지금 모여 여래를 뵙도록
하여라."
아난다 존자로부터 이러한 말을 들은 말라 족 사람들은
아들, 부인, 딸들과 함께 가슴이 메이는 깊은 슬픔에
젖었다.
그 갑작스러운 괴로움으로 어떤 이는 머리를 산발하여
통곡하였고, 어떤 이는 팔을 뻗어 슬피 울며, 혹은 어떤 이는
땅에 드러누워 마구 여기저기 뒹굴면서
"아! 세존께서는 무슨 연유로 이리도 급히 열반에
드시나이까?
원만한 이께서는 무슨 까닭에 이리도 급히 열반에
드시나이까?
세상의 눈은 무슨 까닭에 이리도 빨리 모습을
감추시나이까?"라며 여래의 입멸을 비탄해 하였다.
이렇게 가슴 메이는 깊은 슬픔으로 시름하면서
말라 족 사람들은 아들,부인,딸들과 함께
마을 외곽 '여래가 태어난 곳'인 사라 나무 숲으로 가,
한 걸음 먼저 돌아온 아난다 존자의 처소로 모였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아난다 존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지금 이곳에 이렇게 모여 있는 쿠시나가라 말라 족은
매우 많다.
만약 그들이 한 사람씩 세존께 고별 인사를 드리다 보면
모두가 세존께 인사를 드리지도 못한 채 날이 샐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곤란할 테니 이 쿠시나가라 말라 족
모두를 세존 앞에 늘어서게 한 뒤
세존이시여!
이런이런 말라 족 사람들은 아들, 부인, 딸, 일족(一族),
하인들 모두 함께 세존의 발에 머리를 대고 경례하여
인사 올립니다라 하면서 내가 한 사람씩 소개하도록
하자'라고.
이렇게 해서 아난다 존자는 쿠시나가라 말라 족
사람들 모두를 세존 앞에 정렬(整列)시켜
"세존이시여!
말라 족 사람이 아들, 부인, 딸, 일족, 하인들 모두
다 함께 세존의 발에 머리를 대고 경례 드리옵니다"라
하고서, 한 명 한 명씩 세존께 소개 드리고 예배하게 했다.
이렇게 아난다 존자는 그 밤이 깊어질 때까지
쿠시나가라 말라 족을 총괄하여 세존께 예배드리게 했다.
- 열반경(涅槃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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