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세상사가 허공 꽃의 일이다

2009. 4. 7. 09:3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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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세상사가 허공 꽃의 일이다


백년의 세상사 허공 꽃의 일이며

한 조각 몸과 마음, 물에 어린 달과 같네.

만중산 깊고 깊은 곳에 외로이 살며

길고 긴 한낮에 솔문을 닫아걸고 가만히 앉아 있네.


百年世事空花裏   一片身心水月間

 백년세사공화리     일편신심수월간

獨許萬山深密處   晝長趺坐掩松關

 독허만산심밀처     주장부좌염송관


- 감산(憨山)

 

 

   인생사를 생각해보면 실로 손안에 들어오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 설사 백년을 산다 해도 꿈이요, 환영이다. 아침이슬이요, 저녁연기다. 눈에 병이 나면 멀쩡한 허공에서 꽃이 쏟아지는 것을 본다. 세상사가 그와 같다. 한 조각 몸과 마음은 물에 비친 달그림자와 같다. 헛것을 보며 헛것으로 산다. 그야말로 물거품이요, 번갯불이다.


   인생이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가. 바람직한 것이야 있을 수 없겠지만, 홀로 만중산 깊은 곳에서 긴 긴 한낮을 가만히 앉아 없는 듯이 살아간다. 물에 비친 달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흔적 없이 없는 듯이 살 뿐이다. 그렇게 사는 것이 허망한 인생사에 가장 가깝고 가장 맞게 사는 길이다.

 

                



 

    길은 돌아오기 위해서 존재한다

                      - 이외수

     

     

    길은          

    떠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길을 만들기 이전에는        

    모든 공간이 길이었다        

     

    인간은 길을 만들고        

    자신이 만든 길에 길들여져 있다        

     

    그래서 이제는       

    자신들이 만든 길이 아니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인간은 하나의 길이다

     

        

      


선사들은 묻는다.
어디로 가십니까

어디서 오십니까 

그러나 대답할 수 있는 자들은 흔치 않다

때로 인간은 자신이 실종되어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길을 간다 

 

인간은 대개 길을 가면서
동반자가 있기를 소망한다

어떤 인간은 동반자의 짐을

자신이 짊어져야만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어떤 인간은 자신의 짐을

동반자가 짊어져야만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길을 가는데 가장 불편한 장애물은
자기자신이라는 장애물이다

 

    험난한 길을 선택한 인간은 길을 가면서
    자신의 욕망을
    버리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평탄한 길을
    선택한 인간은 길을 가면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일에 즐거움을 느낀다.


    전자는 갈수록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후자는
    갈수록 마음이 옹졸해진다


    지혜로운 자의 길은 마음 안에 있고
    어리석은 자의 길은 마음 밖에 있다


    아무리 길이 많아도 종착지는 하나다

                                                

                    

                  - 이외수/길에관한 명상수첩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