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교수 56명 시국선언 (全文)

2009. 6. 8. 15:06일반/금융·경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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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교수 56명 시국선언 "강압통치로 민주주의 위기"

"MB 국민앞에 사죄해야"..9일 부산대·경남대, 10일 인제대 시국선언

김보성 기자 vopnews@vop.co.kr
부산 동아대 교수들도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앞에 충심으로 사죄해야 한다”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부산지역에서 동아대 교수 시국선언은 지난 4일 신라대에 이어 두 번째다.

강은교(국어국문학과), 김광철(사학) 교수 등 56명은 7일 열린 ‘6월항쟁 22주년 기념식’에서 시국선언문을 낭독하고 이명박 정부에 ▲사법부와 검찰의 근본적 개혁방안 제시 ▲헌법에 보장된 사상·표현, 집회결사의 자유 완전히 보장 ▲용산참사 해결책 제시 ▲미디어악법 강행처리 중단 등을 강도높게 촉구했다.

이들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국민장을 참담한 심정으로 지켜봤다”며 “현 정부가 전직 대통령과 관련한 문제 뿐 아니라 집권이래 공안정국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를 연출하며 강압적인 통치를 자행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87년 6월항쟁을 통해 일궈낸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촛불탄압과 용산참사, 서울광장까지 막는 등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경찰국가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던졌다.

동아대 교수들은 “이런 현실을 눈앞에 두고서 과연 어떻게 강단에서 젊은학생들에게 정의와 진리를 가르쳐야 할지 암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의가 희생되고 불의가 기승을 부리는 현실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더 이상 우리나라의 앞날을 기약할 수도 없다”며 시국선언 발표의 의미를 강조했다.

9일에는 부산대와 마산 경남대 교수들이, 10일에는 김해 인제대 교수들도 각각 시국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경성대와 부산경남 지역의 몇몇 사립대학들도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7일 동아대 시국선언에 동참한 교수들의 명단과 선언문 전문이다.

다시 민주주의의 회복을 요구한다


노무현 전임 대통령의 서거와 국민장을 참담한 심정으로 지켜보면서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새삼 절감하였다. 검찰의 부당한 법집행으로 인해 일방적으로 모욕당하면서 한편으로는 재벌언론에 의해 오도되어 세간의 피상적인 무관심과 질시 속에 파묻힌 채 고뇌하던 양심은 생명을 던져 그 부당함의 실체를 온 몸으로 증언하였다. 이것은 비단 그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오늘의 한국사회가 얼마나 암울한 먹구름에 덮혀있는지를 밝히는 등불이 되고자 한 것이라 여겨진다.

현 정부는 전임 대통령과 관련한 문제에서 뿐만이 아니라 집권 이래 공안정국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표적수사와 세무조사 등을 통해 사회 전반에 암울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강압적인 통치를 자행하여 왔다. 잃어버린 십년 세월 운운하며 언론마저 이에 편승하여 견제와 비판은 커녕 기득권층의 권익보호에 앞장서온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근래 들어 대한민국의 법 집행이 과연 정의롭게 행사되고 있는지 심각하게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촛불시위와 관련된 재판개입으로 말미암아 사법부의 위상이 권력의 하수인으로 추락해버렸음에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언론기업의 대표가 연예계 비리와 관련하여 무고한 생명을 자살로 몰아간 일도 적당히 무마되어 버리고 말았으며, 재벌기업의 수 조원 재산에 대한 상속세 집행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는 것도 이 나라의 법률이 소수 기득권층의 노리개로 전락하였을 뿐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겠다. 국민의 주권에 의해 위임된 법률이 이처럼 언론과 검찰 그리고 재벌기업 등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을 위해 자의적으로 집행되고 있는 현실이 대다수 국민을 좌절과 분노에 사로잡히게끔 만들고 있다.

87년 6월항쟁을 통해, 온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일궈낸 이 땅의 민주주의가 이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명박 정권이 자행해온 위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통치로 말미암아 민주적 제도와 정치문화는 질식 상태에 놓여 있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소환장이 남발되고, 생존의 벼랑에 내몰린 가난한 철거민들의 요구를 폭압적으로 진압하여 용산참사를 불러왔다. 온라인상의 의견교환과 여론수렴도 무단적으로 차단하려 들고, '서울광장'을 경찰버스로 에워싸 집회를 가로막는 등 시민의 민주적 의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경찰국가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눈앞에 두고서 우리는 과연 어떻게 강단에서 젊은 학생들에게 정의와 진리에 관해 가르쳐야 하는 것인지 암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더 이상 슬픔과 좌절 속에서 개탄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정의가 희생되고 불의가 기승을 부리는 현실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더 이상 우리나라의 앞날을 기약할 수도 없기에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사태의 진전을 좌시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빚어진 과오는 지저분한 앙금을 걷고 반드시 제대로 청산되어야 한다. 임시방편으로 섣부르게 화해와 용서를 말할 것이 아니라 뼈저린 반성과 근본적인 개혁이 함께 뒷받침될 때에야 비로소 화해와 통합이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민주주의의 발전을 되돌리려는 시대착오적인 행태를 깊이 반성하고 화합과 소통의 정치로 거듭나기를 강력하게 촉구하면서, 다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이 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관해 국민 앞에 충심으로 사죄하여야 한다. ▲정치권력을 비롯하여 각종 기득권 계층에 의해 휘둘리는 사법부와 검찰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방안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완전히 보장해야 한다. ▲용산 참사의 피해자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며, 비정규직 노동자 등 소외계층의 요구를 수용하고 그들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미디어 관련법안 등 민주질서를 파괴하려는 각종 악법의 강행처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2009년 6월 7일. 동아대 시국선언 참여교수 일동.

강대우, 강신준, 강은교, 권치명, 김광철, 김달효, 김성연, 김수정, 김재웅, 김재현, 김종현, 남찬섭, 도성국, 박수천, 박영태, 박유리, 박인호, 박종탁, 박학길, 서금홍, 설광석, 손승길, 신진, 신홍철, 여남회, 오응수, 우진희, 윤성욱, 윤철현, 이기영, 이동대, 이범수, 이병창, 이영기, 이윤원, 이정형, 이학기, 임효섭, 장상목, 장세훈, 정문상, 정봉석, 정숙경, 정정남, 정희준, 조관홍, 차성수, 최인택, 최홍규, 한성진, 한수영, 홍성민, 홍순권, 황연수, 황영현, 황을철.

 

  

 

 

[항등원(恒等元)-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세계] 수학에는 항등원(恒等元 ,Identity)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항등원이란 어떠한 연산 (演算,operation)을 가해도 상대방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수학적 원소를 말합니다. 가령 덧셈의 경우에는 '0'이 항등원입니다. 0 은 어떤 숫자에 더해도 그 숫자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0을 수만 번 더해도 숫자는 그냥 그대로일 뿐입니다. 또 곱셈에서는 숫자 '1'이 항등원입니다. 1은 아무리 곱해도 숫자에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수만 번을 곱해도 수는 그냥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무리 조작(?)을 해도 상대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수학적 원소를 '항등원'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자리'에서 엄청난 일들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현대수학과 물리학에는 '군론(群論, Group Theory)이란 것이 있습니다. 저는 문외한이라 자세한 것은 전혀 모르지만, 군론이란 이론이 없었다면 현대의 입자물리학은 발달할 수 없었을 것이라 할 정도로 현대물리학에서 중요한 이론이라 합니다. 군론이 있었기에 과학자들은 새로운 소립자를 예견하고 또 실지로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정도로 중요한 것이 군론이라 합니다. 그런데 이 군론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항등원의 존재가 필수'라고 합니다. 항등원이란 개념을 알 수 있었기에 현대수학, 또 현대물리학은 군론을 만들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항등원이란 불교적으로 말하면,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세계', 즉 '무위(無爲)의 세계' 입니다. 불교적 관점에서 이 세계는 '무엇이 일어나는 세계'가 있고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세계'가 있는데, 전자를 '유위법(有爲法)'의 세계, 후자를 '무위법(無爲法)'의 세계라 부릅니다. 항등원은 그러니 '무위의 세계'에 해당되는 셈입니다. 유위의 세계는 생사거래, 생멸, 흥망성쇠가 물결치는 세계입니다. 그래서 행복도 불행도 슬픔도 기쁨도 함께 난무합니다. 그 반면 무위의 세계는 그러한 것이 없는 세계입니다. 생사(生死)도 거래(去來)도 행복도 불행도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는, 인위적인 그 모든 것이 없는 세계가 무위의 세계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이 없기 때문에 사실은 모든 것이 가능한 세계이기도 합니다. 사실 알고 보면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세계'란, '모든 것이 일어나는 세계'입니다. 우리가 단지 이 사실을 지금까지 모르고 무심히 지내왔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무위의 세계 소식이, 현대에 와서 '항등원'이란 모습으로 우리에게 그 일부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