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경(維摩經) / 17. 문수사리의 문병

2009. 6. 15. 10:56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유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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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수사리의 문병 그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文殊師利)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유마힐에게 가서 문병하지 않겠는가?"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그 성자(聖者)는 상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실상(實相)을 깊이 통달하고 있으며, 가르침의 요지(要旨)를 훌륭하게 설하며, 변설의 재능은 걸림이 없고 지혜는 막힘이 없습니다. 모든 보살에게 필요한 방편을 모두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부처님의 비장(秘藏)을 알고 있습니다. 많은 악마를 항복시키고 신통을 자유롭게 행하며 그 지혜와 방편은 이미 완성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부처님의 성지(聖旨)를 받들어 그를 찾아가 문병 하고자 합니다." 그곳에 모인 많은 보살과 부처님의 대제자들제석천범천사천왕 (四天王)들은 `이제 문수와 유마힐 이 두 보살이 함께 담론 (談論)을 하면 반드시 묘법(妙法)을 설하리라'고 생각하였다. 문수사리는 수많은 보살과 부처님의 제자, 천상의 신들에게 둘러싸여 비야리대성(浚耶離大城)으로 들어갔다. 그때 장자 유마힐은 마음 속으로 `지금 문수사리가 많은 대중 들과 함께 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곧 신통력으로 방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제거하고 시자 (侍者)들도 내보냈다. 그리고 텅 빈 방안에 오직 하나의 침상만을 남겨두고 그 침상 위에 혼자 누워 있었다. 문수사리가 그 집에 들어가자 방안은 텅 비어 아무것도 없이 오직 유마힐이 혼자 누워 있었다. 유마힐이 말했다. "문수사리여, 어서 오십시오. 온다는 상(相)이 없이 오셨으며 본다는 상(相) 없이 보셨습니다." 문수사리는 말했다. "그렇습니다. 거사여, 만약 이미 왔을진대 다시 올 수 없을 것이며, 만약 이미 갔을진대 다시 갈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직 오지 않은 것은 오는 것을 알 수 없으며 지나간 것도 가는 것은 알 수 없으며, 보인 것이 두 번 다시 보이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렇고 거사여, 병은 참을 만 하십니까? 치료에 차도가 있습니까? 세존께서도 여러 가지로 물으셨습니다. 거사여, 이 병은 무엇으로 인하여 생겼습니까? 그 병은 언제부터 생겼으며 언제쯤 나을 수 있습니까?" 유마힐이 말했다. "나의 병은 모든 중생의 어리석음[痴]과 애착으로부터 생 겼습니다. 무지(無知)가 남아 있는 한, 존재에의 애착이 남아 있는 한, 나의 이병도 계속될 것입니다. 만일 모든 중생의 병이 낫는다면 그때 나의 병도 낫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살은 중생을 위하여 생사(生死)에 들었고 생사가 있으므로 병은 있기 마련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만약 중생의 병이 다한다면 보살도 병에서 떠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장자에게 외아들이 있어 그 아들이 병들면 그 부모 도 병들고 만약 아들의 병이 나으면 부모도 낫는 것과 같 습니다. 보살도 이와 같아서 모든 중생을 내 자식과 같이 사랑하고, 중생이 병을 앓을 때 보살도 병을 앓으며 중생의 병이 나으면 보살의 병도 낫습니다. 또한 이 병의 원인은 보살의 큰 자비인 것입니다." - 유마경(維摩經)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