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다와 부처님의 병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유마힐에게 가서 문병하지 않겠는가?"
아난다는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유마힐을 찾아가 문병하는 일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전에 세존께서 몸이 불편하셨을 때의 일이 생각나기 때문
입니다.
그때 저는 우유를 드시면 좋으리라고 생각하고 발우를 들고 어느
대바라문의 집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곳에 유마힐이 와서 저에게
말했습니다.
`아난다여, 무슨 일로 이런 첫새벽에 발우를 들고 이곳에 서 계십니까?'
저는 `세존께서 좀 불편하십니다. 우유를 드시면 좋으리라 생각하여
이곳에 왔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유마힐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아난다여, 그렇게 말해서는 안됩니다.
여래의 몸은 금강석(金剛石)과 같아서 허물어질 수 없는 몸입니다.
모든 악을 이미 끊고 뭇 선을 빠짐없이 실천하고 계시므로 어떠한
병도 어떠한 괴로움도 있을 수 없습니다.
조용히 돌아가십시오.
아난다여, 부처님을 비방해서는 안됩니다. 전륜성왕은 약간의 복덕
으로도 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물며 헤아릴 수 없는 복덕을
지니셨으며 누구보다도 뛰어나신 부처님께서 어찌 병에 걸리겠습니까?
아난다여, 어서 돌아가셔서 저희들에게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마음 속으로부터 부끄러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부처님을 늘 가까이 모시면서 어떻게 하면 잘못 듣는 일이 없겠는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공중에서 `아난다여, 거사의 말과 같다. 다만 부처님께서는
오탁악세(五濁惡世)에 출현하셨기 때문에 실제로 이와 같은 법을
나타내보이심으로써 중생을 가르치고 계신다. 아난다여, 부끄러워
하지말고 우유를 가지고 돌아가라'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세존이시여, 유마힐의 지혜와 변설은 이같이 뛰어납니다.
그러므로 제가 그를 찾아가 문병하는 일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5백명의 제자들은 각각 부처님께 그들이 경험한 사실을
이야기하며, 유마힐이 설한 바를 찬탄하고 `그를 찾아가 문병하는
일은 감당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 유마경(維摩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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