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경(維摩經) / 18. 비어있는 방

2009. 6. 18. 00:34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유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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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어있는 방 문수사리는 물었다. "거사여, 이 방은 무슨 까닭으로 텅 비어 있으며 시자(侍者)도 없습니까?" "제불(諸佛)의 국토는 모두 공(空)하기 때문에 텅 비어 있는 것입니다." "공이란 무엇입니까?" "그릇된 사유(思惟)를 떠난 것이므로 공(空)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공을 사유할 수 있습니까?" "사유 또한 공입니다." "그렇다면 공은 어디서 구해야 합니까?" "예순두 개의 잘못된 지견[六十二見]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문수사리가 물었다. "예순두 개의 잘못된 생각은 어디서 찾을 수 있습니까?" 유마힐이 대답했다. "일체 중생의 마음작용에서 구해야 할 것입니다. 또 그대는 왜 시자가 없느냐고 물었습니다만 모든 악마와 모든 외도(外道)가 모두 나의 시자입니다. 왜냐하면 악마는 생사의 세계를 즐기며 보살도 생사의 세계를 버리지 않고 있으며, 외도는 여러 가지 그릇된 견해를 즐기지만 보살은 그릇된 견해에 동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수사리가 유마힐에게 물었다. "그대의 병은 몸의 병입니까, 마음의 병입니까?" "몸과는 관계가 없으므로 몸의 병은 아니며 마음은 꼭두각시와 같은 것이므로 마음의 병도 아닙니다." "보살은 어떻게 병들어 있는 보살[有疾菩薩]을 위로해야 합니까?" "몸의 무상(無常)을 설하면서도 몸을 염리(厭離)하도록 설하지 않으며, 몸의 괴로움을 설하여도 깨달음을 바라는 일을 설하지 않으며, 몸에 자아는 없다고 설하여 중생을 가르치고 이끌 것을 설하며, 몸의 공(空)함을 설하여도 궁극적인 깨달음[畢竟寂滅] 은 설하지는 않습니다. 자기의 병을 헤아려 남의 병을 동정하고 영원한 과거에서부터의 괴로움을 알아야 합니다. 문수사리여, 이와 같이 병들어 있는 보살은 병의 원인인 괴로움 과 즐거움을 감수(感受)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생을 위하여 온갖 괴로움과 즐거움을 감수하며 또 부처님의 가르침이 충분히 미치지 않는 한 감수하는 일을 버리고 깨달음의 경계에 들지 않습니다. 만약 자기의 몸에 괴로움을 받는 일이 있으면 죄의 과보로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 중생들을 생각하고 무한한 자비심을 일으킬 것입니다. 이와 같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드는 것이 보살의 행이며 모든 존재의 궁극적인 모습은 청정하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필요에 따라서 스스로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 보살의 행입니다. 또 모든 부처님의 나라는 영원히 적정(寂靜)하여 공(空)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온갖 부처님의 청정한 나라를 나타내는 것이 보살의 행이며 부처가 되어 가르침을 설하고 깨달음의 경계에 들면서도 더욱 보살의 수행을 버리지 않는 것이 보살의 행입니다." 유마힐이 이와 같이 설하였을 때 문수사리가 데리고 온 많은 사람들이 가장 높은 부처님의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일으켰다. - 유마경(維摩經)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