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무를 더 사랑하는 까닭
_ 소광리 소나무숲
우리가 생각 없이 잘라내고 있는 것이 어찌 소나무만이겠습니까.
없어도 되는 물건을 만들기 위하여 없어서는 안될 것들을
마구 잘라내고 있는가 하면 아예 사람을 잘라내는 일마저
서슴치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 위의 유일한 생산자는 식물이라던
당신의 말이 생각납니다.
동물은 완벽한 소비자입니다.
그 중에서도 최대의 소비자가 바로 사람입니다.
사람들의 생산이란 고작 식물들이 만들어놓은 것이나
땅 속에 묻힌 것을 파내어 소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쌀로 밥을 짓는 일을 두고
밥의 생산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생산의 주체가 아니라 소비의 주체이며
급기야는 소비의 객체로 전락되고 있는 것이 바로 사람입니다.
자연을 오로지 생산의 요소로 규정하는 경제학의 폭력성이
이 소광리에서만큼 분명하게 부각되는 곳이 달리 없을 듯합니다.
산판일을 하는 사람들은 큰 나무를 베어낸 그루터기에
올라서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잘린 부분에서 올라오는 나무의 노기가 사람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어찌 노하는 것이 소나무뿐이겠습니까.
온 산천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합니다.
- 신영복의 <나무야 나무야>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