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의 생존법
하 악 하 악 /이외수
지대공감 자작속담
악플 끝에 살인나고 친플 끝에 정분난다.
과학자 이론에 의하면 어떤 사실을 알고 난 다음에는 어떤 방법
으로도 알기 이전의 상태로 복원할 수 없다.
그 이론을 사람과의 만남에 적용시키면 어떤 사람을 알고 난 다음에는
알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결론을 유추해 낼 수 있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 따위로는 완전무결하게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인연은 소중하다.
비록 사이버 공간에서의 만남이라도 가급적이면 아름다운 기억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서로를 배려하자. 하악하악
오석같이 경도가 높은 낱말이 있는가 하면
찰떡같이 점성이 높은 낱말도 있다.
저 혼자 반짝거리는 낱말도 있고,
저 혼자 바스러지는 낱말도 있다.
언어의 맛을 볼 줄 모르면 언어의 맛을 낼 줄도 모른다.
건성으로 읽지 말고 음미해서 읽으라.
분석 따윈 집어치우고 감상에 열중하라.
때로는 글 한 줄이 남의 인생을 송두리채 바꾸어놓기도 한다.
나중에 잘못된 내 글을 발견하면,
바지의 남대문을 활짝 열어둔 채로 인파가 들끓는 거리를 활보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처럼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런데 글쓰기가 내 직업이다. 후덜덜.
남대문을 조심하면서 새벽부터 자판질.
(악플- 자신이 천박하면서도 단세포적인 두되를 가졌다는 사실을 발악적
으로 과시함으로써 치떨리는 소외감과 패배감을 졸렬한 우월감과 정의감
으로 환치시키고 싶어하는 인터넷 찌질이들의 유독성 토사물.)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내 글을 허락도 없이 게재하시는 분들이 있다.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만 내 글을 사랑해 주시는 거라 생각하고 눈감아
드릴 때가 많다. 그러나 출처를 안 밝히거나 오자 탈자 투성이거나 심지어는
남의 글과 교접을 붙여서 전혀 다른 작품으로 만들어버리면 면상이라도
한 대 쥐어박고 싶어진다.
자기 자식 납치해다가 눈알 빼고 코 뭉개고 심지어는 다른 놈 팔 다리 붙여
놓으면 부모로서 기분이 어떨까를 한번쯤 생각해 보라. 퍽!
많이 아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많이 느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라. 많이 느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많이 깨닫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라. 태산같이 높은 지식도 티끌 같은 깨달음 한 번에무너져버
리나니, 오늘도 몽요담 돌거북은 번개 한 번에 삼천리를 두루 살피고 돌아온다.
"다른 코끼리의 반밖에 안 되는 코를 가진 코끼리를 만나면 당신은
어떤 말로 위로를 해주실 건가요." -하악하악/이외수-
senghwabook cafe♥
그림;수채화/정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