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하는 법/성철스님

2009. 10. 21. 20:35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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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종도 작가 / 김종성 =

      가야산의 메아리]

        1. 불공하는 법 (1)

        요즈음 학생들에게 불공하라고 자주 이야기하며 권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혹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도 용돈을 타 쓰고 있는데 어떻게 불공할 수 있는가」 하고.
        그것도 당연히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그러나 불공이란 꼭 돈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몸으로,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남을 도와주는 것은 모두 불공입니다.
        예를 들어 버스 속에서 노인이나 어린이에게 혹은 병든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는 것, 그것도 불공입니다.
        또 정신적으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나
        혹은 어떤 사람을 좋은 길로 인도해 주는 것, 그것도 불공입니다.
        길거리에 앉아서 적선을 비는 눈 먼 사람에게
        10원짜리 한닢 주는 것, 그것도 불공입니다.

        이처럼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남을 도와주는 것은 모두 불공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몸, 마음, 물질이 세 가지로 불공을 하려고 하면
        불공할 것이 꽉 찼습니다.
        이 세상 모두가 불공거리, 불공대상입니다.
        단지 우리가 게을러서 게으른 병 때문에 못할 뿐입니다.
        이렇게 불공하여서야 결국에는 성불하게 되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수련회 때 3000배(拜)를 한 뒤 백련암에 올라와서
        화두(話頭) 배워 달라고 하면 이렇게 말합니다.
        「자, 모두 화두 배우기 전에 불공하는 방법 배워
        불공부터 시작한 후 화두 배우자」 이렇게 말하면
        처음에는 모두 눈이 둥그렇게 됩니다.
        우린 돈도 없는데 부처님 앞에 돈 놓고 절하라는 이야기인가 하고.
        그런데 나중에 알맹이를 듣고 보면
        그것이 아니고 남 도와주는 것이 참불공이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끝에 가서 「모두 불공합시다.」 하면
        「예」 하고 대답하는데
        진정으로 그러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특별한 주의를 시킵니다.
        그것은 자랑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남을 도와주는 것은 착한 일이지만 자랑하는 것은 나쁜 일입니다.
        몸으로써, 마음으로써, 물질로써 좋은 불공을 해놓고
        입으로 자랑하면 모두 부수어 버리는 것입니다.

        불공을 자랑하기 위해,
        자기 선전하기 위해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돈푼이나 기부해 주고 신문에 크게 선전해 달라고 하며
        또 그 재미로 돈 쓰는 사람도 많은가 봅니다.
        그러나 그것이 불공이 아닙니다.
        자기 자랑할 재료 장만하는 것이지!
        아까운 돈으로 남 도와주고, 몸으로 남 도와주고, 마음으로 남 도와 주고서
        왜 입으로 모두 부수어 버리는 것입니까?

        참으로 불공이란
        남을 아무리 많이 도와주었다고 해도 절대로 자랑해서는 안 됩니다.
        말 안해야 됩니다.
        그러므로 근본 생각이 어디 있느냐 하면
        「남 모르게 남 도와주라」 이것입니다.
        「남 모르게 남을 도울 것!」

        예수님도 이런 말을 했습니다.
        「왼손이 하는 일을 바른손이 모르게 하라」 기막힌 소리 아닙니까!
        자기 왼손으로 남을 도우면서 자기 오른손도 모르게 주라고 했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이 알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요즘 학생들에게 이 말이 좋게 들리는 가 봅니다.
        편지 자주 옵니다.
        「스님 말씀하신 남 모르게 남 돕자는 그 말씀을
        평생 지키고 노력하겠습니다」 하고.

        이제 예 하나를 들어 보겠습니다.
        미국의 보이스라는 사람이 영국 런던에 가서 어느 집을 찾는데
        안개가 꽉 끼어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이곳저곳을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열 두어살 되는 소년이 나타나서 물었습니다.
        「선생님 누굴 찾으십니까?」
        「어느 집을 찾는데 못 찾았어.」
        「저는 이 동네에 사는데 혹시 제가 아는지 주소를 보여 주시겠습니까?」
        신사가 주소를 보여주었더니
        「이 집은 마침 제가 알고 있습니다. 이리로 오십시오」 하고
        소년이 인도하여 안내해준 집에 도착하니
        찾아 헤매던 바로 그 집이었습니다.
        하도 고마워서 돈을 주었더니 그 소년은 사양하고 결코 받지 않았습니다.
        이름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제게는 선생님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저는 소년단 회원인데 우리 회원은 하루에 한 가지씩
        남을 도와주게 되어있습니다.
        저는 오늘 선생님을 도와드릴 수 있었으니
        오히려 제가 감사드려야 됩니다.
        참 고맙습니다.」
        그리고서 소년은 달아나 버렸습니다.
        신사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국에 와보니 어린이도 남을 돕는 정신이 가득하여
        돈도 받지 않고 남을 도우면서
        오히려 일과를 할 수 있게 해 주어서 고맙다고 하니
        이런 정신을 배워야겠다.」
        그래서 미국으로 돌아와서 드디어 미국에서도 소년단을 시작했는데
        온 미국인은 물론 세계적으로 보급되어서
        지금은 우리나라도 소년단 (Boy Scout)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뒤에 이 소년을 찾으려고 아무리 애써도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소년이 나타나질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이 이름 모르는 소년을 기념하기 위해
        영국의 그 마을에 큰 들소 동상을 세워주고
        그 기념비에는 이렇게 새겼습니다.

        『날마다 꼭 착한 일을 함으로써 소년단이라는 것을 미국에 알려준
        이름 모르는 소년에게 이 동상을 바치노라』 (계속)


        * 위 법문은 해인총림 방장 성철 큰스님께서
          조계종 종정에 취임하신 후 81년 1월 21일(음 12월 15일) 행하신 상단법어중에서
          학생들에게 알기 쉬운 내용만을 간추린 것으로
          앞으로 3회에 나눠 연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타일러 가르침〉
        올바르게 수행하여
        화합하고 공경하며
        일체중생을 이익케 하라

        조계종정, 성철



        * 법문 출처 : 해인지 <해인법문>
      ★*…해변 일기       
      
       - 시 : 돌샘/이길옥 -
      나의 미숙한 작업으로
      쌓인 모래성에
      해풍을 몰고 온
      낯선 소녀의 이야기가
      줄줄이 풀려난다.
      그날,
      석양은 심히도 붉었고
      물새의 날개는
      유독 아름다운 색깔이었다.
      해가 지면
      또 하나 엮이는 사연
      모래밭은 새로운 페이지가 되고
      갸름한 소녀의 젖무덤같이
      부푼 꿈의 산실
      바다는
      오늘도
      모래밭을 허우적거리던 물새 발자국만
      추억으로 남긴다.
      파도가 오늘을 침식한다.
      나의 하루가 
      짭짤한 갯바람에 절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