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하면 될 걸 왜 혼란 키우나” 연기·공주 민심 더 싸늘

2009. 11. 6. 22:33일반/금융·경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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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하면 될 걸 왜 혼란 키우나” 연기·공주 민심 더 싸늘
[경향신문] 2009년 11월 06일(금) 오후 05:54   가| 이메일| 프린트
ㆍ‘수정’ 공식화 이후 반응

“여야가 합의해 만든 ‘법(法)대로’ 하면 되는 것 아닌가유. 누구 마음대로 기업도시를 한대유.”

정부가 세종시를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만들고, 대학들이 한꺼번에 내려오겠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6일 충남 연기·공주에서 만난 주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주민들은 “기업도시·교육도시 등은 이미 세종시 기본계획에서 중점 사업으로 추진되던 것으로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며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연기군 도심에는 이날 대로변마다 이명박 대통령을 규탄하는 현수막과 정운찬 총리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글들이 새로 내걸렸다. 조치원읍 거리에 나부끼는 현수막만 수백장이 넘었다. 정부가 세종시 수정을 공식화한 뒤 긴장감은 더 고조되고 있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충청도는 신의를 제일 중하게 여긴다”며 “서울대 제2캠퍼스니, 대기업 이전이니 갑자기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행정도시 백지화를 위한 ‘미끼’에 지나지 않는다”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감추지 않았다.

식당 주인 이준형씨(46·조치원읍)는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힘없는 국민들은 늘 이렇게 당해야 하는 것이냐”며 “이렇게 국정을 자기들 마음대로 농단하면 1987년 때처럼 국민적 저항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택시기사 김동정씨(39)는 “갑자기 대학·대기업 이전 얘기가 나오던데 행정부처가 내려오면 ‘비효율’이고 행정부처를 빼고 기업과 대학만 옮기면 효율성이 확보되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연기군청 광장에 마련된 농성장. 유한식 연기군수와 군의원들의 농성에 이어 지난 2일부터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앞에서는 민주당 당직자들의 단식농성이 2주째 이어졌다.

유한식 연기군수는 “당초 행정도시에는 정부부처는 물론 기업·학교·의료단지·국제교류시설 등이 다 오게 되어 있었고, 그래서 ‘행정중심 복합도시’로 계획된 것”이라며 “정부나 여권에서 이미 계획되어 있는 것을 마치 새로 주는 것인 양 강조해서 이야기 하는데 그건 행정도시기능을 백지화하기 위한 핑계이자 위장전술에 지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농성장을 지키던 주민들은 저녁해가 기울자 조치원 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민들은 광장에서 20여일째 계속되고 있는 ‘행정도시 사수를 위한 촛불문화제’를 이어갔다.

<연기 | 정혁수기자 overal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