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심지불(心地佛)께 공양하다
그 때 1천 꽃잎 위의 부처님과 천백억 석가께서 연화대장세계의 혁혁사자좌로부터 일어나시어 각각 물러나실 때 온몸으로 불가사의한 광명을 내놓으시니, 그 광명이 다 한량없는 부처님으로 화하여 일시에 청·황·적·백의 무량한 꽃으로 노사나불께 공양을 올리셨으며, 위에서 말씀하신 심지법문품을 받아 지니셨다.
爾時千華上佛과 千百億釋迦 從蓮華臺藏世界 赫赫獅子座起하사 各各辭退하실새 擧身放不可 思議光하시니 光皆化無量佛하야 一時에 以無量靑皇赤白華로 供養盧舍那佛하시며 受持上說 心地法門品竟하시니라.
이 경문은 연화대장세계의 본존(本尊)이신 노사나불께 공양을 올리며 보살심지품을 받아 지니는 것을 묘사한 부분입니다.
곧, 앞대문에서 노사나불로부터 부촉을 받은 이 1천 꽃잎 위의 1천 석가모니불과 천백억 석가모니 화신불이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각각 자리에서 물러나실 때 한량없는 불가사의한 광명을 온몸으로 뿜어내자, 그 광명이 한량없는 수의 부처님으로 변화하여 노사나불께 공양을 올리는 장엄스러운 광경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공양과 함께 위에서 말씀한 심지법문품을 받아 지니시는 것임을 결론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1천 불과 천백억 화신불이 일어나실 때 온몸으로 내놓으신 불가사의한 빛은 과연 어떠한 광명인가?
그 광명은 모든 부처님과 일체 중생의 원만하고 밝은 본각(本覺)자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입니다. 어느 때 어느 곳을 가리지 않고 모든 법계를 두루 비추고 있는 이 광명은 결코 딴 곳에서 온 것이 아닙니다. 이 빛은 바로 일체의 부처님과 우리 모두의 근본 자리인 심지계체[心地戒體]인 것입니다. 홍찬스님은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셨습니다.
"모든 부처님의 광명에는 향상된 광명인 상광(常光)과 그 광명을 내는 방광(放光)이 있다. 상광은 본각이 원만하고 밝아 법계를 두루 비추는 것을 말하고, 방광은 신통으로 일으킨 광명으로 그 변화무쌍함을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모두가 본원의 심지계체를 여의지 않고 나온 것이니, 이미 이것이 본원의 계체라면 곧 언어와 생각의 길이 끊어진 경 계이기 때문에 불가사의라 한 것이다."
그리고 다음 구절의 "광명이 다 한량없는 부처님으로 화하여(光皆化無量佛者)"라고 한 '한량없는 부처님'도 역시 마음자리인 심지(心地)를 떠난 것이 아닙니다. 홍찬스님은 이에 대해 참으로 명쾌한 해석을 하셨습니다.
"광명이 모두 한량없는 부처님으로 화했다고 했을 때의 한량없는 부처님 또한 마음자리를 떠난 것이 아니다. 이는 곧 노사나불의 마음자리가 변해서 1천 부처님이 되고, 1천 부처님 이 화해서 천백억 부처님이 한량없는 부처님을 나타내고 또다시 한량없는 묘한 꽃을 이루 어 근원의 심지불(心地佛)인 노사나불부처님께 공양하셨으니, 이 또한 보살이 마음자리의 계체에 의지하여 복과 지혜를 닦으면 만 가지 덕을 이루고, 만 가지 덕이 스스로의 마음을 장엄하는 도리를 표출시킨 것이다."
요컨대 마음자리와 광명은 본체와 작용이라는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광명은 깨달은 마음으로부터 용솟음치게 되며, 그 빛은 꽃으로 표현된 만 가지 덕을 이루어 다시 우리들 마음을 장엄하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