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바람(風)은 바라밀을 배우지 않아도 부사의한 일을 하거늘...

2009. 12. 2. 21:49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728x90

[수행]바람(風)은 바라밀을 배우지 않아도 부사의한 일을 하거늘...

바람은 바라밀을 배우지 않고/부처님의 공덕도 안 배웠으나
오히려 부사의한 일을 하거든/하물며 모든 원을 구족한 이랴

 

남자와 여인들의 여러 음성과/일체의 새와 짐승 모든 소리와
파도 소리 강물 소리 우레 소리들/다 능히 중생 마음 기쁘게 하니

 

 


화엄경 현수품에 나오는 게송입니다.
이 게송은 '중생들의 업보는 부사의하여 모든 세간 온갖 만물을 만들어 내고 일체의 중생들을 안락케 한다'는 게송에 이어 나옵니다.

 

 


물론 이 게송은 바람이나 파도 소리도 부사의한 일을 하고 중생 마음 기쁘게 하는데, 모든 서원을 구족하고 변재를 갖춘 이가 어찌 중생을 기쁘고 안락하게 못하겠는가, 하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말씀입니다만, 저는 여기서  '수행지상주의'에 물든 한국 불교 풍토를 되돌아 보게 합니다.

 

 

우리 불교는 수행의 종교라 하여 수행을 대단히 강조합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폐단도 발생하는 것이, 수행을 하지 않으면, 또는 수행이 어느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생각하는 그런 수준에 이르기 위해 일상 삶을 포함한 모든 덕목을 그 시점까지 유보하고 오직 수행 그 자체에만 매달리는 것을 심심챦게 볼 수 있습니다.
삶은 무시하고 수행만 붙잡는 것입니다.
현수품의 이 게송은 그런 우리의 모습을 한편으로 생각하게 합니다.

 

 

바람은 부처님 공덕도 배우지 않았고 육바라밀이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부사의한 일들을 일으키고, 파도 소리 강물 소리도 부처님 법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지만 그 자체로 우리 마음을 기쁘고 안락하게 해 주는데,
우리는 무엇이 모자라고 무엇이 부족해서 이웃을 기쁘게 해 드리지 못하고 안락하게 못 할까요?


수행을 안 해서? 부처님 법을 몰라서?
도대체 얼마나 닦고 얼마나 더 배워야, 바람만큼 파도만큼이라도 할까요?...

 

 

산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여름에 나뭇꾼이 나무를 할 때
이마에 솟은 땀을 식혀 준대요

 

 

바람은 배우지 않아도 오히려 시원하고,
파도 소리 강물 소리는 닦지 않아도
오히려 우리 마음을 맑힙니다...

 

 

                           普賢合掌

 

 

가정 구한 판사의 편지 한통 -유죄선고한 피고 아들에게 격려의 편지
“편지 덕에 마음잡아 1등 했어요” 답장


 
 
“아버지에게 유죄를 내릴 수밖에 없었지만 좌절하지 말고….”

 


대전지법 형사2단독 서정(35·사진) 판사가 이달 초 자신이 유죄를 선고한 피고인의 아들 김모(16·고1) 군에게 학업에 전념할 것을 당부하는 편지와 약간의 학비를 보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서 판사는 지난해 10월 검찰에서 넘어온 김 군 아버지 사건 서류에 첨부된 한 통의 편지를 보고 김 군을 알게 됐다. 김 군은 이 편지에서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겪은 자신과 가족의 고통과 좌절을 소상히 밝히며 선처를 호소했다.

 

 


서 판사는 5일 김 군 아버지에게 징역 6개월 선고유예 판결을 내린 뒤 김 군에게 편지를 썼다. 유죄 판결이 불가피했지만 아버지는 가장으로 존경할 만한 분인 만큼 용기를 잃지 말고 공부에 열중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또 “참고서 사는 데 써라”라며 20만 원을 동봉했다.

 

 


이 사실은 김 군이 12일 대전지법으로 보낸 감사 답장을 직원들이 민원서류로 잘못 알고 개봉해 읽으면서 알려졌다.

 

 

김 군은 답장에서 “판사님의 편지가 힘들었던 저를 단단히 잡아 주고 있다”며 “훌륭한 법조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전교 1등을 차지했고 반장으로 뽑힌 사실도 전했다.

 

 

서 판사는 “김 군이 검찰에 보낸 편지에서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 동분서주해 온 아버지에 대한 처벌을 수긍하지 못하는 사춘기 소년의 심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며 “비뚤어지지 않게 돕고자 한 작은 일이 알려져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普賢註---------------------------------------------------

 

중생을 구하고 중생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일은 결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수행을 불같이 해야하고 법력이 산같이 높아야 되는 일도 아닙니다.

 

단지 한 마음,
'섬기고 공양하겠다!'는 그 마음이면 됩니다.
그 한 마음이 무량 겁을 감싸던 우리 모두의 무명의 어둠을 밝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마음은 닦아야 오고, 수행해야 오고, 부처님 법을 배워야 오는 것이 아닙니다.
아마 배워야 오고 닦아야 온다면,
고명한 수행자 외에는 그 어느 누구도 해탈할 수 없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세상 누구에게나 있고 누구나 본래로 가지고 있는, 그런 마음입니다.
심지어 축생도 식물도, 무생물까지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깨달아야 하고 수행해야 중생을 섬기고 공양할 수 있다는 분들이여!
그 어두운 잠에서 깨어나소서!

이제는 우리를 더 비참하게 만드는, 그 서글픈 잠꼬대 같은 말씀, 거두소서!

 


그리하여 단 하나, 그저 다함없는 서원, 저 깊은 보현의 원을 가지고
저 서러운 중생들 속으로 달려나가시옵소서...

 

 

 


열심히 산다는 것

산서에서 오수까지 어른 군내버스비는
400원입니다

운전사가 모르겠지, 하고
백원짜리 동전 세 개하고
십원짜리 동전 일곱 개만 회수권 함에다 차르륵
슬쩍, 넣은 쭈그렁 할머니가 있습니다

그걸 알고 귀때기 새파랗게 젊은 운전사가
있는 욕 없는 욕 다 모아
할머니를 향해 쏟아 붓기 시작합니다
무슨 큰 일 난 것 같습니다
30원 때문에

미리 타고 있는 손님들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운전사의 훈계 준엄합니다 그러면,
전에는 370원이었다고
할머니의 응수도 만만찮습니다
그건 육이오 때 요금이야 할망구야, 하면
육이오 때 나기나 했냐, 소리 치고
오수에 도착할 때까지
훈계하면, 응수하고
훈계하면, 응수하고

됐습니다
오수까지 다 왔으니
운전사도, 할머니도, 나도, 다 왔으니
모두 열심히 살았으니!

 - 안도현 -

 

 

예전에 종종 보던 버스내 풍경이기도 하고 요즘도 아마 어디선가는 저런 모습들이 벌어지고 있겠죠.

시인의 말처럼 현상 하나가 다른 이에게는 불쾌한 싸움의 모습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으로도 비춰집니다.

저 또한 저런 모습을 열심히 살아가는 삶의 모습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신선하게 다가오네요.

열심히 산다는 것. 남을 속이고 욕하는 것이야 열심히 산다고 할 수 없겠지만

그들의 삶에서는 각각 맡은바 임무(?)에 아주 열심히 훌륭히 살아가는 듯 합니다.

오늘 받은 메일중에 이런 구절이 있더군요.

티베트 속담중에,'이 순간이 지나면 내일이 먼저 올지 다음 생이 먼저 올지 아무도 모른다' 라는 말이 있답니다.

열심히 살고 사랑하고 느끼시기 바랍니다.

사랑을 하더라도 누구를 사랑하고, 얼마나 사랑하고, 어떻게 사랑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사진은 개심사 입구 서산농장에 방목중인 한우와 그 사이 드믄드믄 내려 앉은 백로의 모습입니다.

한가한 사진 한장과 글 한토막으로 오늘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