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부루나의 노래"에서

2009. 12. 17. 20:15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금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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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부루나의 노래"에서

 

중국의 덕산(782∼865) 스님은 『금강경』을 잘 해석하기로 유명해서

주금강周金剛으로 불렸다.

남쪽 지방에 선종이 일어나 크게 융성하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상했다.

오랑캐들의 조잡한 짓거리들을 한 마디로 깨버리겠다는 다짐을 하고

바랑에 경전과 해설서 몇 권을 넣고 길을 떠났다.

 

때는 마침 무더운 여름인데 어느 마을 어귀에 이르니

당산나무 그늘 아래서 노파가 떡을 팔고 있었다.

덕산이 떡을 청하자 노파가 등에 진 바랑 속에 무엇이 들었느냐고 물었다.

금강경 해설서가 들었다고 대답하자 노파가 되물어 왔다.

 

“금강경 속에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으며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

過去心不可得 現在心不可得 未來心不可得고 했지요?”

“허, 그 노파가 제법 경전을 보신 모양이로구만.”

“제가 한 말씀 여쭤서 대사께서 답을 하시면 떡을 그냥 드리겠지만

대답을 못하시면 천금을 주어도 한 개의 떡도 줄 수 없습니다.

자신 있으십니까?”

“노파, 내 별호가 주금강이라는 것을 모르는구만. 어디 물어보시오.”

덕산은 자신 있게 말했다.

“네, 스님. 그럼 스님은 과거, 현재, 미래 어느 마음으로 점심을 드시렵니까?”

 

이 한 마디에 덕산은 말문이 콱 막혀 버리고 말았다.

과거의 마음은 지나가 버린 것이며,

현재의 마음도 머무르는 것이 아니며,

미래의 마음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어느 마음으로 점심을 먹는다고 이야기해야 옳을까 고민스러웠던 것이다.

결국 입맛만 다시며 쩔쩔매는 꼴을 노파에게 보이고 말았다.

 

덕산은 대답을 못하고 노파에게서 용담 숭신 스님에게로 가보라는 말을 듣고 찾아가,

밤늦게까지 법을 물어 깨달음을 얻은 뒤 『금강경소초』를 다 태워버렸다.

어디 한 번 줘 보라든지,

무조건 집어서 먹어버리면

그것이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상관 없었을 텐데,

공연히 아는 대로 실행하지 못한 덕산 때문에 아까운 책들만 불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 일화는 진리는 말이나 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체험에 있다는,

깨달음의 치열함을 이를 때 하는 이야기다.

그런 한편 시간의 속성을 잘 이야기해 주고 있다.

그것은 시간이 고정 불변한 것이 아니고 흐르고 변화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즉 연기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용수의 『중론』 관시품觀時品에서는

시간도 중도中道적으로 살펴보고 안 뒤 체득해서 뛰어넘을 것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면 현실적으로 시간을 뛰어넘는 방법은 무엇이고,

실재로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시간을 뛰어넘는 길은 시간을 벗어나는 데 있지 않고

시간 속에서 열심히 시간을 활용하는 길밖에 없다.

한국인에게는 코리안 타임이라는 것이 있다고들 한다.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낯을 들 수가 없다.

정시에 시작되는 행사가 거의 없고 빠르게는 10분,

늦게는 무려 한 시간 이상씩이나 기다리다 지쳐

정작 본 행사가 시작되면 대중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자리를 뜨기 시작한다.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일본이 대동아공영권을 꿈꾸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아시아의 큰 나라인 중국을 먹어 치워야 했는데,

그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 중국에 첩자를 보냈다.

그가 침략의 성공 가능성을 시험한 것이 중국인의 시간관 점검이었다.

 

그는 시계를 들고 북경역에 나갔다.

열차 시각표를 보니 열두시 차가 곧 들어올 예정이었다.

속으로 마음 졸이며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정각 12시가 되자 기차가 ‘뽁 -’ 하고 경적을 울리며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는 ‘침략해서 이기기는 틀렸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발길을 돌리려다

문득 역무원을 붙잡고 물었다.

“열두 시 차가 맞소?”

역무원이 대답하기를

“맞지요. 그런데 오늘 12시 열차가 아니라 어저께 열두시 차입니다.”

하는 것이었다.

그는 뛸 듯이 기뻐하며 본국으로 타전했다.

“무조건 들어오라, 이길 수 있다.”

 

코리안 타임! 쩝쩝!!

어린왕자의들꽃사랑마을

 
 

 돌아보면 인생은 겨우 한나절/ 이외수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막연하게 기다렸어요.

 서산머리 지는 해 바라보면

 까닭없이 가슴만 미어졌어요.

 돌아보면 인생은 겨우 한나절...

 아침에 복사꽃 눈부시던 사랑도

 저녁에 놀빛으로 저물어 간다고

 어릴 때부터

 예감이 먼저 와서 가르쳐 주었어요.


 이제야

 마음을 다 비운 줄 알았더니

 수양버들 머리 풀고

 달려오는 초여름

 아직도

 초록색 피 한 방울로 남아 있는

 그대 이름...


 아시나요?...

 종일토록 아무 생각없이 태양만 바라보고 있어도

 그대가 태양이 된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기 위해

 해바라기는

 여름이 다 가도록 그대 집 마당 가에 서 있습니다.


 가을이 오면

 그대 기다리는 일상을 접어야겠네.

 간이역 투명한 햇살 속에서

 잘디잔 이파리마다 황금빛 몸살을 앓는

 탱자나무 울타리

 기다림은 사랑보다 더 깊은 아픔으로 밀려드나니

 그대 이름 지우고

 종일토록 내 마음 눈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구름 한 자락으로나 걸어 두겠네.


 어쩌자고 하늘은 저리 높은가...

 이 풍진 세상에 가을빛 짙어

 날아가는 기러기 발목에 그대 눈물 보인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

 겨울이 너무 깊어 사랑조차 증거가 인멸 되었습니다.

 올해도 무기질의 시간이나 파먹으면서 시정잡배로 살았습니다.

 법률은 개뿔도 모르지요.

 그래도 희망을 목조르지는 않았으므로

 저는 무죄를 주장합니다.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 조병화 님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너나 나나 이 세상에선

소유할 것이 하나도 없단다

 

소유한다는 것은 이미 구속이며

욕심의 시작일 뿐

부자유스러운 부질없는 인간들의 일이란다

 

넓은 하늘을 보아라

그곳에 어디 소유라는 게 있느냐

훌훌 지나가는 바람을 보아라

그곳에 어디 애착이라는 게 있느냐

 

훨훨 떠가는 구름을 보아라

그곳에 어디 미련이라는 게 있느냐

다만 서로의 고마운 상봉을 감사하며

다만 서로의 고마운 존재를 축복하며

다만 서로의 고마운 인연을 오래오래

끊어지지 않게 기원하며

이 고운 해후를 따뜻이 해 갈 뿐

실로 고마운 것은 이 인간의 타향에서

내가 이렇게 네 곁에 머물며

존재의 신비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짧은 세상에서

이만하면 행복이잖니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너는 인간들이 울며불며 갖는

고민스러운 소유를 갖지 말아라

번민스러운 애착을 갖지 말아라

고통스러운 고민을 갖지 말아라

하늘이 늘 너와 같이하고 있지 않니

대지가 늘 너와 같이하고 있지 않니

구름이 늘 너와 같이하고 있지 않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