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상에는

2009. 12. 31. 21:0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화엄경·보현행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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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상에는 _()()_


며칠 전의 일이었습니다.

한 밤중에  뒷마당에  나가서 가만히 앉았는데  어둠속에서 누군가와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깜짝 놀라 다시 보니 바로 위의 그림과 같이 생긴 녀석이 제 앞에 떡 앉아있는 것입니다.

아마 저보다 먼저 그 자리에 앉아있었나 봅니다.


이 녀석은 오포섬(opposum) 이라는 너구리나 쥐와 같이 생긴 동물입니다.

집안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마당에 심어놓은 채소밭을 망쳐놓기도 하는

약간은 골칫거리이기도 한 녀석이지요.

가끔 나무가 우거진 숲속의 도로변에서 이 녀석이 나타나면 운전자에게는 아주 조심스럽답니다.

워낙 행동이 느리다보니 달리는 차를 피하지 못하거든요..


추운 날씨에 먹이가 없어서 왔을까 싶었지만 녀석이 놀랄까봐 제가 먹이를 던져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서로 말없이 바라보며 한참 시간이 흘렀습니다.

꼼짝도 않고 숨소리도 죽이며 가만히 있는 것이 제가 녀석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배려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녀석은 제가 무서웠나봅니다. 느릿느릿 일어나더니 엉금엉금 한 참을 기어서

저 멀리 다른 집 처마밑으로 가버리고 말더군요.


" 다음 세상에는 꼭 사람으로 태어나서 부처님법도 배우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따뜻한 집에서 살아라. "  

저는 녀석을 향해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내일이면 한 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 한국에서는 벌써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들 계시겠지요. )

돌이켜 보면, 쉽지만은 않았던 지난 한 해였지만 또 이렇게 앉아 지난 날을 돌아보고 있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고 기적과도 같은 일임을 느낍니다.


보현행원을 만나 감사함과 미안함을 배우고, 부처님의 은혜에 눈을 뜨게 되었으니 

감사합니다. 부족하나마 보현행원의 가르침을 더 열심히 따르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한해동안 좋은 글 올려주신 여러 도반님들과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엄한 모습으로 가르침 주신 보현님께

감사드립니다. 

모두 모두 새해복 많이 받으셔요 .. 나무마하반야바라밀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