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23. 20:58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말이 필요치 않다
피를 토하면서 울어보아야 쓸 곳이 없으니
차라리 입을 닫고 남은 봄을 보내는 것만 같지 못하리라.
啼得血流無用處 不如緘口過殘春
제득혈류무용처 불여함구과잔춘
- 『선문염송』
선문염송에 이런 말이 있다.
“세존이 도솔천을 떠나기 전에 이미 왕궁에 태어났으며, 아직 어머니 뱃 속에서 태어나기도 전에 사람들을 다 제도하였다.”
경전에 의하면, 부처님은 전생에 도솔천이라는 하늘에 계시다가 왕궁에 내려와서 태어나셨다. 또 왕궁에 태어나시어 성장하고 출가한 후 6년 동안 고행하시고 성도하여, 비로소 중생들을 제보하신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서는 격 밖의 소식이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법문이 이쯤 되면 입이 있어도 쓸모가 없다. 그런데 차라리 이렇게 된 것이 잘한 일이다. 알아듣는 사람도 없는데 입만 아프게 떠들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래서 취암(翠巖) 스님은 이렇게 시로써 그 경지를 거량하였다.
살다보면 일상에서도 말이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 하물며 공부에 관한 것이나 도의 문제에 있어서겠는가. 너무도 분명한 도리이건만 아무리 말을 하고 설명을 해도 이해를 못한다. 이야기가 되지를 않는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실은 말이 필요치 않다. 말은 하나마나다. 알 수 있고 행할 수 있는 것은 말 이전에 이미 안다. 모르는 일은 말을 해도 실은 모른다. 그러니 말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두견새가 피를 토하면서 아무리 울어야 누가 알아주겠으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촉나라로 돌아가고 싶다고 ‘귀촉도, 귀촉도’ 하지만 촉나라에서는 그를 알아주지 않는다. 눈을 돌리지 않는다. 그래서 망국(亡國)의 한을 품고 한 마리의 새가 되어 피를 토하며 이 산 저 산으로 다니면서 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차라리 말없이 남은 생을 보내는 것만 같지 못하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③ [무쇠소는 사자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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