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와 기복은 어떻게 다릅니까?

2010. 2. 26. 20:42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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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기도와 기복은 어떻게 다릅니까?

 

 

 

-답변-

 

 

[기도]기도(祈禱)와 기복(祈福)의 차이는?

 


기도와 기복을 구분 못하는 분들이 더러 계신 것 같습니다.
오늘은 기도와 기복의 차잇점을 알아봅니다.

 


기복은 '성취 원리'를 모르는 것입니다. 성취 원리를 모르고 막연한 행위만 있을 때 기도는 기복이 됩니다. 어떤 원리로 소망이 성취되는지, 거기에 대한 밝은 이해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막연한 행위는 성취 원리를 모르기에 신비주의나 미혹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더 좋은 기도법이 있다고 하면 솔깃해 하여 지금까지 하던 믿음이 흔들리거나, 다른 뜻이 있는 분들에게 속아 막대한 재물을 낭비하기도 합니다. 성취 원리를 알아야 기복이 아니고 기도가 됩니다.

 


기복은 영험, 신통,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결과(果)를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가시적 성과는 주로 단기적 형태를 띱니다. 즉, 기복적일수록 '가시적, 단기적 성과 위주'의 기도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참된 기도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어찌 보면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기도' 입니다. 이런 차이를 알지 못하기에 당장 이익이 되고 눈앞에 성과가 드러나는 기복에는 인산인해의 사람들이 몰려드나, 참다운 기도는 그 반대로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도를 하면 얻는 것이 없습니다. 기복에서 흔히 보는 영험이나 신비한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기복적 기도를 하는 분들이 꿈속에서 관세음을 만나고 천사를 만나 감격해도 기도에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그저 해는 오늘도 뜨고 지고  세월은 아무 일도 없이 무심히 오갈 뿐입니다. 어찌 보면 참으로 무료하고 따분한 것이 기도입니다. 


그 대신 기도에는 '나의 무한 확대'가 일어납니다. 내 세계의 무한 확장이 일어나며 '좁은 나, 작은 나(我)' 가 '더 큰 나, 끝없는 나'로 변해 갑니다. 그리고 점점 밝아집니다.

 

 


그와 함께 나도 모르는 사이 불가사의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아무 일 없는 속에 병이 낫고 사업이 풀리며 우환이 사라지는 등, 실로 불가사의한 일들이 우리도 모르게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기도의 성과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얼핏 보면 기복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사실은 많이 다르니, 가령 기복의 성과가 단기적이고 일회적이라면, 기도의 성과는 장기적이며 복합적입니다. 기복은 일회성 소망 성취의 수준에 머무르지만, 기도는 소망은 물론 잃어버렸던 밝은 나를 찾게 해 줍니다.

 


이러한 차이는 기복은 밖에서 오는 것인데 비하여 기도는 내 안에서 솟아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복은 밖의 힘, 절대자 등 타인에 의존하는 미혹한 마음의 결과인데 비하여, 기도는 내 안에 깃 든 본래 밝은 나의 진리의 발현이기 때문입니다. 본래 밝은 나의 무한성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기에 기도의 공덕은 끝이 없고 영원한 것입니다.

 


우리는 처음은 기복으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마침내는 반드시 기도로 들어가야 합니다. 기복에만 머무르는 마음은 지금 당장은 우환을 피할 수 있을지 모르나 영원한 진리의 실현은 오지 않습니다. 그저 당장 급한 불만 끌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당장의 성과에 집착하는 마음은, 점점  눈앞의 내 이익만 추구하며 끝없는 미혹의 나락에 떨어지기 쉽습니다. 기복은 성취하면 할수록 어두워지지만, 기도는 성취되면 될수록 밝아집니다.

 

 

 

참으로 우리는 우리의 밝은 진리 본성이 드러나고 환히 꽃을 피우는, 그런 기도를 해야 할 것입니다.

 

 


普賢合掌

 

 

 

*우리의 밝은 진리 본성이 드러나고 환희 꽃을 피우는 그런 기도!-광덕큰스님의 '마하반야바라밀 기도'가 그런 기도입니다.

바람은 그 소리를 남기지 않는다 (2/26 금요일)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와도
바람이 지나가면 그 소리를 남기지 않는다.
기러기가 차가운 연못을 지나가도
기러기가 지나가고 나면
그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君子)는 일이 생기면
비로소 마음이 나타나고
일이 지나고 나면 마음도 따라서 비워진다.

삶들은 무엇이든 소유하기를 원한다.
그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는 것,
그들의 귀를 즐겁게 해 주는 것,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는 것이면
가리지 않고 자기 것으로 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남의 것이기보다는 우리 것으로,
그리고 우리 것이기보다는 내 것이기를 바란다.
나아가서는 내가 가진 것이 유일하기를 원한다.
그들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이기 위하여
소유하고 싶다고 거리낌 없이 말한다.
얼마나 맹목적인 욕구이며 맹목적인 소유인가?

보라!
모든 강물이 흘러 바다로 들어가 보이지 않듯이,
사람들은 세월의 강물에 떠밀려
죽음이라는 바다로 들어가 보이지 않게 된다.
소유한다는 것은 머물러 있음을 의미한다.

모든 사물이 어느 한 사람만의 소유가 아니었을 때
그것은 살아 숨쉬며 이 사람 혹은 저 사람과도 대화한다.
모든 자연을 보라.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와도
바람이 가고 나면 그 소리를 남기지 않듯이,
모든 자연은 그렇게 떠나며 보내며 산다.

하찮은 일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
지나간 일들에 가혹한 미련을 두지 말라.
그대를 스치고 지나는 것들을 반기고
그대를 찾아와 잠시 머무는 시간을 환영하라.
그리고 비워두라.
언제 다시 그대 가슴에
새로운 손님이 찾아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 채근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