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능은 그 스님으로부터 그 경이 <금강경>이며 또 오조 홍인
선사가 황매산에서 그 경을 강의하며 '견성성불(見性成佛)'을
설한다는 말을 듣고 구도의 뜻을 세워 출가하려고 했다. 그러나
늙은 어머니가 염려되었는데, 이 문제도 어느 기인의 도움으로
해결함으로써 안심하고 홍인 선사를 참례하였다. 홍인 선사는
혜능이 비범한 큰 그릇임을 알아보고 8개월 동안 방아를 찧고
장작을 패면서 고행을 쌓도록 하였다.
마침내 혜능은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야한다'는
도리를 깨달아 홍인의 법을 이어 중국 선종의 육조가 되었으며,
선의 중흥조로 추앙받는 고승이 되었다.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야한다."는 말은 부처님이 십대제자 가운데 수보리
에게 수행 중의 마음 씀씀이(用心)에 대해 가르친 구절이다.
<금강경>에 다음과 같이 설해져 있다.
수보리야, 도를 구해 수행하는 자는 청정심(순수한 마음)을
일으키려고 해서는 안된다. 눈으로 보는 것(色), 귀로 듣는 것
(聲), 코로 맡는 것(香), 혀로 맛보는 것(味), 몸으로 느끼는 것
(觸),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法), 이들 모두에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야한다.
'머문다'는 것은 마음이 한곳에 머물러 고정되어 집착하는 것이다.
이것이 미혹을 일으키는 근본원인이 된다. 따라서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야한다'는 마음이 사물을 향하더라도
그 사물에 마음을 빼앗기거나 집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유롭게
대처해 나가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마음은 어느 곳에든 머무는
데에서 애착과 번민이 생긴다.
마음이 머무는 그곳, 그곳이 고민의 씨앗이 된다. 그래서 머무는
마음을 생사윤회의 굴레라고도 말한다. 설봉선사는 어느 수행승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빈손으로 집을 나왔다가 다시 빈손으로 돌아간다."
이 역시 '머무는 바 없음'의 세계다.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야한다'는 수행이든 일상생활이든 좌우명으로 삼을 만하다.
<金剛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