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23. 20:50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내일 작은 비소식이 있긴 했어도, 벌써 우기가 끝나가나 보다. 반팔 입은 사람들도 있고, 저녁해가 조금 길어졌다. 이제 3월부터 10월 넘어까지 한톨 비 없이 태양이 주욱 내리쬘 것이다.
한국에서는 날씨로 인해 변경되고 대비해야 하는 일들이 많았는데, 처음 가주에 도착해서 이 곳 사람들은 다가오는 일정이나 약속에 날씨의 돌출상황이 없다는 것에 너무나 샘이 났었다. 눈이며 비며 애로를 그렇게 겪고 살았는데, 여긴 사람 사는 출발점이 너무나 달랐다.
지금은 서울하늘이 많이 달라졌지만, 십년전 서울에선 세살 큰애가 하늘을 늘 회색으로 칠했었다. 그러다 여기 와서 하늘이 넓고(빌딩이 높지 않아서) 아주 퍼렇구나 하고 보았는지 질문없이 곧장 하늘색으로 댑다 칠했다.. 하늘을 너무 크게 그리곤 해서 하늘색 크레용만 한 타스 따로 사줬어야 했다. 나는 파랗다 못해 눈이 시릴 정도의 하늘을 볼 때면, 가위로 쓱쓱 오려서 한국에 부치고 싶다는 생각이 늘 들었다....
..."엄마아. 눈이 오면-, 맞으면 굉장히 아플꺼야."
얼마전 뜬금없이 눈을 말똥거리며 열한 살 먹은 작은 애가 말했다. 작은애는 눈이 나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여기도 지역따라 눈이 오는 곳이 있지만, 늘 관광의 기분으로 살지 못했기에 때맞춰 가보질 못했다. 그래도 몇 년 전 한번 데려갔었다. 이미 눈이 쌓인 곳에서 눈싸움을 했는데, 눈을 뭉쳐서 던져 맞으면 아프다는 것만 기억나는지, 포실포실한 눈이 아닌 그렇게 아픈 눈덩이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줄 아는 것이다....
...흐리다가 해가 뜨다가를 겪으며 한시간 반 운전하여 (나중에 동생왈, 언니, 대전까지 공부하러 갔다 왔어?) 북가주 수선회에 도착해서, 인사와 함께 간단한 점심과 차를 나누고, 걸려진 반야심경 족자를 잠시 내려놓고 프로젝트가 흰벽에 쏘아지도록 한 준비 뒤, 앉는다.
보리방편문 열 번 합송과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되뇌고, 원통불법의 요체 처음부분인 돈오돈수와 돈오점수의 부분부분을 윤독하였다.
오늘은 도현거사님께서 강의를 자주 멈추시고 도반들이 갖고 있는 생각을 돌아가며 먼저 여쭤보신다. 그러니 각자 공부를 함축하여 각종 보배를 입에서 쏟아놓으신다... 그래서 수선회 선방에 보배가 한가득 쌓였다.
오늘도 도현 거사님은 "이 보리방편문이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아주 행복한 모습으로 말씀하신다.
그분의 결대로 옮기자면 이렇다.
금강경이나 반야심경이 우리를 깨우치게 하는 궁극적인 것은 공(아공, 법공)이다, 보리방편문도 궁극적으로 가고자 하는 것이 공(텅 빈 맑고 깨끗한 그 자리)이다. 금강경, 반야심경은 많이 때려부시면서(생각해보니 처음으로 좀 과격하시다) 공을 얻어가는 방법이고, 보리방편문은 ‘이미 되어있는 그 상태’로, 말하자면 보리방편문은 마음이 처음부터 공하다고 하는 부처님 마지막 말씀인 중도실상을 계속 세뇌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보리방편문에서는 돈오를 어떻게 정의할까.
보리방편문에선 마음을 깨달으면 돈오라고 한다.
텅 비고 깨끗한 그 마음을 탁 보았다면 돈오이고, 티끌도 없이 그 상태로 되어있는 것은 돈수라고 할 것이다. 본 것과 된 것은 다르다. 저 마음을 보는 것이란 실상 초지(보살)가 아니면 어려울 것이다.
보리방편문에서 정의하는(보이는) 돈오는, 마음이 구름 한 점 없이 탁! 하니 보는 것인데, 그 상태는, 법신을 자기가 보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이 번뇌(삿된 견해)가 없는 것이 공이고, 그 공하고 여기의 허공하고 똑같이 돈오라 하신 것 같다. 원래 마음은 때가 없다. 탐진치가 없다. 그것이 돈오이다.
보리방편문은 이미 그것을 깨달은 입장에서 전개를 하니까, 자꾸 되뇌다보면, 자기가 공의 입장에서 이것을 자꾸 얘기하고 있는 셈이다. 누구든지 자기 자신은 흙탕물이다, 안의 흙탕물을 하나하나 지워서 없애려고 하는 게 참선의 방법들이다. 관찰하고 집중하고 많은 방법이 있겠으나, 여기서는 내 상태가 이렇다는 것을 자신에게 주입시켜서 자기한테 맑은 물을 계속 부어가며 하다보면 어느 순간 자기의 더러운 물이 다 깨끗이 정화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이렇게 가는 그 방향을 알고 해야 할 것 같다.
간화선을 예로 든다면 내 안에 물이 있지만 그것이 딱딱한 고체인 얼음이 되어서 마음을 집중해서 녹이면 어느날 물이 되어 올 것이니(원래 물이니까) 집중해서 하는 것 같고, 보리방편문 수행은 원래 우리가 물이니까 얼음이던 어떻든 관계하지 말고 맑은 물을 계속 붓다보면 결국 온 전체가 맑은 물로 된다. 말하자면 돈오점수가 되면 궁극적으론 돈오돈수가 될 것이다.
문장이 짧으면서도 모든 말씀의 내용과 진리를 함축시켰다는 것이 너무도 기가 막히다. 깨닫지 않고서는 이런 내용을 얻을 수가 없다. 돈오를 빨리 하고 싶으면 보리방편문을 하라고 주변에 소개하면 될 것 같다. 아공, 법공을 빨리 체험하고 싶으면 보리방편문을 하라!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가 않았다 (이 대목에서 아쉬우신 표정이 뚝, 뚝, 뚝.).
실은 강의 서두에서 수행 중의 마장에 대해서 언급하셨었다. 수행 중, 깨달은 듯 무언가를 도통한 듯 하다가 어느날 귀신이 사라져버리면 그 사람은 거짓말쟁이, 모략꾼 등이 된다. 수행 중 보이는 것을 집착하면 안된다. 마음 뿐이다. 보리방편문은 관을 하기 때문에 (특히 내외생멸상 부분을 언급하셨다) 위험부담 확률이 매우 적다고 볼 수 있다. 경계가 나올 때, 자기도 모르게 정적으로 빠질 때, '마음 뿐'이라고 하면 없어진다.
보리방편문을 하면 무아감을 느낀다. 안심을 하려면 무아가 되어야 한다.
자기 몸과 마음이 텅 비어져야 부처님 말씀이 맞는 것을 알게 된다.
제 자리를 보고 왔다갔다 하는 자리 말고 그 질문을 하기 이전 자리가 있다.
모든 것을 마음으로 보라고 하면 잘 안된다. 이 포도가 내 마음.이라고 하면 착 안들어온다.
‘이 컵이나 포도가 내 마음!‘ 하고 보라고 용타스님께서 말씀하셨지만 처음엔 잘 못 알아들었다. 그런데 두단계로 접어 들어가니 조금 되는 듯 싶다.
그런데 이 포도가 에너지! 하면 요즘 사람들은 쉽게 잘 들어온다.
모든 게 에너지, 마음 뿐이다.
참, 수행의 달인 y보살님 말씀도 기억이 난다.
금타화상님께서 보리방편문을 어떻게 찾아내셨을까. 이 분은 굉장한 수행으로 깨달음과 동시에 보리방편문이 확 들어오셨을 것 같다. 우리는 이 글을 통해 어떤 내용이라는 것을 알고 하지만, 그 당시에 보리방편문이 없던 상태에서 이것을 얻으셨으니, 이 내용은 깨달음의 경지의 글이다. 말하자면 우리도 여기까지 가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이것을 많이 해보니 맑아지는 마음이 많이 든다. 이것(보리방편문)은 돈오이다.
...나는 작년에 종종 도현 거사님께서 밥먹다가도 지나가는 말씀으로 ‘다음 생에 제가 축생이 되면 어떻해요..’ 겸손해하시던 모습이 참 이상했었다. 아무리 눈먼 거북이 널빤지 얘기를 들었어도, 감이 잘 안왔었다. 오히려 이상했다. 저렇게 깊게 공부를 많이 하시고 체험도 하신 분이 어떻게 사람 이상은 커녕 사람으로조차 태어나지 못하실까 걱정하는 말씀을 하시는 걸까. 그럼 나는 어떻하라고!
그런데, 도현 거사님께서 어떤 심정으로 말씀하셨던가를 얼마전 다른 곳에서 알게 되었다.
동대 김성철 교수님 동영상(페이지는 모르겠다) 에서였는데,
- 모든 생명은 한 점으로 시작된다. 아주 큰 공룡도, 아주 작은 미물도, 사람도, 물고기도... 모두모두 딱 한 점으로 시작한다. 죽어서 우리는 그 한 점을 택해야한다. 사람은 기껏해야 두세명, 혹은 열명을 낳겠지만, 물고기 한 마리는 얼마의 알을 후루루 낳는가. (나는 갑자기 스시롤 위의 주황색 알들이 막 연상이 되었다) 그 모든 윤회하는 우주의 생명체 속에서 우린 한 점을 택해야 한다. 내가 택한 그것이 사람의 점일 확률은....? 글쎄에..
아악...! 이렇게 생물학적인 설명에 충격을 받았다.
모임에서 그 말씀을 못드렸네. 거사님, 이제야 이해가 된다고...
시간이 지날수록 부처님의 말씀을 과학이 증명해주고 실감을 시켜주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학교때 이과 공부는 젬병이었는데, 아무것도 몰라도 자꾸자꾸 들어야지. 계속 도반님들 질기게 쫓아다녀야지. 음 (고개 끄덕끄덕). 다음 모임을 벌써 예정하며..
모두가 부처님 말씀이요, 부처님 세상.
이 모두가 마음 뿐.
감사합니다.
보원 합장
Lorraine Ryan
깊숙히 숨겨 둔
온갖 보물
빨리 쏟아 놓고 싶어서
땅은 어쩔 줄 모른다
겨우내
잉태했던 씨앗들
어서 빨리 낳아 주고 싶어서
온 몸이 가렵고 아픈
어머니 땅
봄이 되면 땅은
너무 바빠
마음놓고 앓지도 못한다
너무 기뻐
아픔을 잊어버린다
봄이 되면 땅은 . . . . .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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