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25. 20:23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장 휘옥, 김 사업 두 분의 기사를 읽고-선생님! 꼭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오소서...]
이미 보장된 명예와 장래를 버리고 굳이 힘든 수행자의 길을 새로이 택하신 두 분의 기사를 대하고 먼저 격려와 찬탄을 보냅니다. 그런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거듭 놀라움과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두 분이 참 부럽습니다.
이 숨막히는 도시에서 날마다 밀려오는 삶의 무게 속에 하루 하루를 그야말로 하루살이(?)처럼 힘들게 살아가는 저로서는, 별 맑고 풀 향기 짙은 산골에서 수행에만 전념할 수 있는 두 분이 여간 부럽지 않은 것입니다. 저야 그럴 만한 용기도 복도 없는 터라 그런 결단은 꿈도 못 꾸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비록 제가 보잘 것 없는 이지만 그렇게 떠나지 못하는 것은 꼭 그런 용기나 복이 없어서 만은 아닐 것입니다.
"수행은 세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世間道中得解脫)"는 나름대로의 제 신념 역시 그렇게 저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세간에서 이루어지는 수행-그것은 제가 부처님 법을 만난 이후 한 번도 저를 떠나지 않던 화두요 어찌 보면 제 평생의 멍에와 같은 것입니다.
삶이란 정녕 힘들고 우리를 괴롭히기만 하는 것인지, 아무리 맹세를 하고 다짐을 해도 세간은 우리를 잠시도 내버려두지 아니 합니다. 나의 이상과 삶이 괴리되는 일 또한 한두 번이 아닙니다. 맑은 도량에서 한 마음 닦았을 땐 온 세상이 아름답고 불국토가 따로 없는 것 같지만 그런 마음은 잠시뿐, 혼탁한 세간에 시달리다 보면 그 마음은 어디 갔는지 도무지 흔적이 없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점점 신심도 떨어지고 우리 자신이 미워지기조차 합니다.
부처님 말씀이 무어 그리 어려운(?) 게 있는가?
그저 화내지 말고 욕심 좀 적게 내고 어리석은 일 좀 하지 마라는 게 어찌 보면 다인데, 그까짓(?) 것 하나 지키지도 못하는 내가 무슨 수행을 하고 부처를 이루겠다는 것인가?.
이런 자괴감에 스스로를 부정하고 자학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경계가 없는 그런 곳, 그런 삶을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아무리 수행을 잘 해도 '세간을 떠난 수행'은 별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그것은 우리가 태생적으로 '연기적 존재' 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홀로 존재하지 않고 무한한 시간과 공간의 중첩된 산물이라는 것은 세속을 떠난, 중생을 떠난 수행은 단지 '수행을 위한 수행'일 뿐 '해탈의 수행, 일체 중생이 행복한 수행'은 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중생에게 행복을 주지 못하는 수행, 이웃의 아픔과 함께 하지 못하는 수행은, 아무리 도가 높고 내 수행이 깊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만족'이요 '착각의 해탈'일 것입니다.
또한 제한된 공간, 제한된 시간 속의 해탈은 진정한 해탈이 아니라 봅니다.
사람 없는 산 속에서만 선정에 들며 깨달음이 오고 혼탁한 세간에서는 선정도 깨달음도 없다면 그것이 무슨 진정한 해탈이요 깨달음이겠습니까? 중생의 괴로움이 없는 곳이 아니라 중생의 괴로움이 산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은 곳에서도 선정을 잃지 않고 함께 해탈을 이루어야 우리는 진정한 깨달음, 해탈을 이루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떠난 분들은 필히 다시 돌아와야 하실 것입니다. 마치 유학 가신 분들이 학문을 이루고 나면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 당신의 공부를 위해 희생한 이웃들에 보답을 해야하듯 말입니다.
다행히 두 분의 행적을 보면 그런 염려는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부처님의 출가가 세상을 등지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지혜와 더 큰 사랑으로 우리 곁에 오시려 하셨던 것과 같이, 두 분은 우리 곁에 다시 꼭 돌아오실 것을 믿습니다.
다 얻은 다음에 나눌 것이 아니라, 나누면서 수행을 하시겠다며 벌써 얻은 행복을 나누시려는 두 분의 모습에서 저는 더욱 그런 희망을 갖습니다.
장휘옥, 김사업, 두 분 선생님!
부디 오곡도에 너무 오래 머물지 마옵소서!
두 분은 기복과 도인이 난무하는 우리 한국 불교의 희망이십니다!
출가와 재가를 이어주실, 몇 분 안 되는 우리 불교계의 보배이십니다!
그러니 오곡에 가시더라도 바다 너머 이 땅을 잊지 마시고,
너무 내 수행에만 목말라 하지 마시고 매달리지 마시고,
큰 공부 이루시어 꼭 다시 저희들 기다리는 이 곳으로 돌아오시옵소서!...
나무마하반야바라밀
나무보현보살마하살
普賢合掌
*이 글은 몇 년 전, 장 휘옥, 김 사업 두 분 교수님이 대학에 사표를 내시고 수행하러 서해안의 섬으로 들어가신다는 법보신문의 기사를 보고 썼던 글입니다.
법보신문에 보내었으나 실리지 못하고 지나갔는데,
마침 우연히 옛 글 정리를 하다 발견하여 이 곳에 올려봅니다...
(법보신문 기사도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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