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7. 20:31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아상이 있는 자가 어찌 나를 보리오/해월스님
어느 고을에 홀로 된 여자 한 분이 날마다 남의집 품팔이로 거기서 나오는 쌀겨를 품삯으로 받아 돌아와 그것으로 밥이라고 해 먹고 살아 갑니다 그외의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는데 장만하여 치성을 드리러 가까운 절에 간다고 분주합니다 한번 가서 부처님 전에 간절한 마음으로 절이라도 해야지 하고 뒤를 따르는데 마을 부녀자들은 어디 거지같은 사람이 우리들 절에 가는데 따라 오느냐 핀잔을 하고 못 따라 오게 하니 이 여인은 하는 수 없이 절에는 못 들어 가고 먼 발치에서 합장하고 부처님께 발원합니다 이렇게나마 부처님께 인사 드립니다 하고 흐느끼며 집으로 돌아 옵니다 비몽 사몽간에 밖에서 목탁 소리가 들려 옵니다 또한 추레하고 시장해 보이는지라 어서 들어 오시라 하여 쌀겨 가운데 그래도 미음이라도 끓일만한 부분을 골라 죽을 쑤어 한 그릇 대접을 하니 동자스님은 맛있게 잘도 드십니다 이렇게 묻습니다 나을 게 없는데 어찌 이리 환대를 하십니까 - 하자
여인은 어제 절에 가다가 있었던 일을 울면서 이야기 하며 전생에 지은 복이 부족해 금생에는 이렇게 어렵게 살지만 다음 생에라도 넉넉한 집에 태어나 부처님과 스님들께 좋은 공양 올리고 불교 공부도 하고 싶다 합니다 늘 말씀하시는데 아마 곧 이루어질 것입니다 하고는 작은 걸망에서 솥단지 하나를 꺼내 줍니다 물만 붓고 불을 때면 저절로 밥이 될 터이니 이제 쌀겨로 밥을 지어 드시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하고는 떠나갑니다 정말로 하얀 쌀밥이 솥 안에 가득하고 그 밥에서 풍기는 향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밥을 먹는데 정말로 살다 살다 내게 이같은 날이 오기도 한 것인지 다리를 꼬집어 보아도 분명히 꿈은 아닌 생시입니다 밥을 해내도 물만 부은 솥단지는 여전히 흰 쌀밥을 지어 내니 이제 마을 사람들로부터 받는 대접도 달라지고 마음에 점점 여유가 생겨납니다 마을 사람들이 장난하는 소리로 만약 물을 붓지 않고 불을 때면 어찌 되는지 시험해보자 하는 소리에 다들 돌아간 뒤에 정말로 그렇게 해보는데 솥을 열어 보는 순간 솥 안에서 광채가 납니다 가정도 이루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가피가 그렇게 나투셨으니 그저 우스개 소리거니 하거나 왜 나는 그보다 더하면 더했는데 내게는 그같은 일이 없냐 하지 마시고 열심히 기도하고 공부하십시다 난조우요 맹구우목에 비유되는 크나큰 복과 공덕 아니면 어찌 이같은 공부의 길에 도반이 되어 만나겠습니까 않음이 없는데 내가 문을 닫고 빛을 들이려 하지 않는다면 방안은 깜깜 한 것이 마치 열심히 불러서 어렵게 찾아 오신 문수 보살을 거렁뱅이 노인이라고 쫓아 보내고 나서 크게 후회하던 자장 율사의 모습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 동화사 승가대학 강주, 대구불교대학 학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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