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담스님 법문

2010. 5. 17. 19:22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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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오년 삼동결제 해제일입니다. 이 법보전 안에는 용주사 중앙선원 대중, 광덕사 태화선원 대중, 그리고 회룡사 선원 대중, 저 전주 위봉사 위봉선원 대중이 용화사 법보전에 해제 법요식을 갖기 위해서 그 먼데서 부터 이렇게 운집을 했고, 용화사 법보선원 대중과 보살선방 217명 보살대중도 이 자리에 꽉 자리했습니다. 그리고 100일 기도에 동참하신 청신사, 청신녀도 참석을 했습니다.

 

석 달 동안 결제를 하고 그 엄동설한에 무엇을 하기 위해서 우리가 이렇게 운집을 해가지고 규칙을 세워놓고 고생을 하면서 정진을 하느냐. 일대사인연을 위한 것이다. 큰 일대사는 생사대사를 해결하는 문제보다 더 큰 일은 없어요. 마을에서는 결혼하는 것을 대사라 하지만 도 닦아서 나의 생사를 해결하는 길보다 더 큰일은 없어.

 

머리가 허연 팔 십이 넘은 노보살님도 삼동에 결재 해가지고 젊은 분들과 같이 못지 않게, 모두 정진들을 죽음을 앞에 두고 오늘 죽을런지 내일 죽을런지 모르는 이 생사대사를 앞두고, 한 철이라도 더 공부를 해서 이 일대사 문제를 해결해야겠다 그러한 처절하고도 비통한 신심과 원력으로 정진을 허셨습니다.

 

이 일대사에는 출가한 스님이나 재가신도 차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아까 조실스님 법문 가운데 소동파, 백낙천, 이부마 이런 거사들의 이름을 말씀하셨지만, 그 분네들은 세속의 학자요 높은 벼슬을 한 거사들인데, 그런 부귀공명 속에 몸을 담아있으면서도 부귀공명이 영원한 것이 아니고 무상하고 허망한 것인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다 선지식을 친견하고 정진해가지고 확철대오해서 <전등록>에 오른 거사들입니다.

 

그래서 이 일대사는 속인이라고 해서 깨닫지 못하고 오직 출가를 해야만 깨달을 수 있다는게 아니여. 얼마던지 세속에 몸 담아 있어도 철저하게 발심만 하면 바른 선지식을 만나서 열심히 정진만 하면 누구던지 깨달을 수가 있는거여. 설사 머리를 깍고 먹물 옷을 입고 가사장삼을 수했다 하더라도 발심이 철저하지 못하고 정진을 여법하게 못한다면 백 년 동안 승려생활을 한다해도 깨달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 법을 받은 제1 가섭존자, 제2 아란존자, 제3 상라화수 이렇게 해서 제10 협(脇)존자인데, 협존자의 본래 이름은 바율습박 존자인데 어째서 옆구리 '脇'자 협존자라 하냐면, 이 협존자는 과거에 숙세의 인연으로 어머니 배속에서 60년 동안 태중에 있다가 60년만에 떡 출산해놓고 보니 머리가 허연 노인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80세가 되도록 있다가 그러니까 태어나서 20년간 살았지만 세속의 부귀영화, 오욕락에 별로 뜻이 없어요. 그래가지고 80세에 출가를 했는데 가사를 수하고 걸식을 하러 성중에 나갔는데, 성중 소년들이 모두 비웃어. 출가를 해서 도를 닦는 것은 첫째는 참선을 하거나 둘째는 경을 외우거나 그렇게 해야 할텐데, 백설 같이 머리가 흰 노인이 저렇게 출가하가지고 천덕스럽게 바리때를 들고 걸식을 하고 다니니 저것이 무엇을 할 것이냐. 공연히 청정대중에 늙은 것이 끼어가지고 대중만 피해를 끼치고 시주것만 축내지 저것이 뭘 할 것이냐고 모두 비웃고 그런단 말여.

 

협존자는 그 말을 듣고서 끽소리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돌아와서 가만히 생각해봤어.

 

'내가 삼경을 통달하지 못하고 삼욕을 끊지 못하고 육통을 얻지 못하고 팔해탈을 얻을 때까지는 옆구리를 땅에  대고 눕지 아니하리라.'

 

이렇게 결심을 하고서 행주좌와 어묵동전 간에 단 1분 1초도 헛되이 보내지 아니하고 낮에는 경을 읽고 밤에는 장좌불와를 하면서 앉아서 계속 참선을 했습니다. 3년만에 과연 원대로 삼경의 이치를 다 통달하고 삼계의 욕을 다 끊고 삼명육통(三明六通)과 팔해탈(八解脫)을 다 성취를 했습니다. 확철대오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 바율습박 존자를 모든 사람들이 별명으로 부르기를 옆구리 '협'자 협존자라 불렀습니다.

 

60세 동안 태중에 있다가 태어난 것도 참 이상하고도 신기하지만 80세에 노령에 출가해가지고 3년 동안 무섭게 정진해가지고 대도를 성취한 그 역사를 우리는 제10대 협존자의 일화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 설화는 연세가 많은 80세가 넘은 사람도 철저하게 발심만 하고 여법하게 수행만 한다면 확철대오할 수 있다고 하는 증거를 우리는 알고 믿게 되었고, 그러므로 우리는 나이 많은 것도 상관하지 말고 여자다 남자다 하는 것도 상관 말고 근기가 수승하다 하열하다 하는 것도 따질 것 없이, 바른 스승의 지도를 받아서 여법하게 정진을 하면 반드시 도업을 성취한다고 믿는 것입니다.

 

<선가구감(禪家龜鑑)>에 "출가해서 중이 되는 것이 어찌 조그마한 일일까 보냐. 편안한 것을 구하는 것도 아니며, 따뜻하고 배부른 것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명예나 이익을 구하는 것도 아니다. 오직 생사문제 때문이며, 번뇌를 끊기 위함이며, 부처님의 혜명을 잇기 위함이며, 삼계의 모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출가한 것이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일대사를 위해서는, 마치 모기가 쇠로 만든 소 등어리에 올라가서 여하약하를 불문하고 '소가 쇠로 만들어졌으니까 내가 아무리 입부리를 박아봤자 들어갈 것인가?' 이런 등등 따지지 말고 무조건하고 입부리를 소 등어리에 때려박는데. 목숨을 바치고 아주 몸뚱이체 갔다가 때려박으란 말야.

 

입부리를 박기도 전에 이 소는 보통 소가 아니고 쇠로 되었으니 어찌 들어갈 것인가. 공연히 내가 입부리를 박다가는 입부리만 부러져 버리고 몸뚱이만 터져서 죽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해가지고서는 도업을 성취할 수가 없다.

 

내가 근기가 하열하니까, 몸이 약하니까, 나는 여자니까, 나는 나이가 많으니까 도저히 확철대오를 할 수 없을 것이다가 아니라, 협존자가 80 고령에도 불구하고 옆구리를 땅에 대지 아니하고 가행정진 용맹정진 해가지고 기어코 3년만에 대도를 성취하는 걸 거울 삼아서 정진을 한다면 어찌 대도를 성취 못하겠습니까?

 

지난 석 달 동안 80 고령의 노보살님네들이 모두 60세, 50세, 40세 젊은 대중과 같이 석 달 동안을 까딱없이 정진을 하셨습니다. 그 중에 한분은 열심히 정진을 하다가 이승을 하직했습니다. 잘 그날까지 정진을 하다가 머리가 조금 어지럽다 하고 병원에 갔는데 그냥 딱 열반에 들었습니다. 같이 정진하던 보살님들이 가서 시종을 들고 도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편안하게 숨을 거두었어. 틀림없이 이 보살님은 숨이 끊어지자마자 새 몸을 받아서 인도환생 하셨거나 도솔천 내원궁에 왕생하셨으리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모기가 쇠로 된 황소에 입부리를 박듯 하라고 말씀 하시고, 또 협존자가 80 고령에도 옆구리를 땅에 대지 않고 가행정진 용맹정진해서 대도를 성취했다 이 말씀을 듣고 여기 모이신 사부대중 가운데는 대분심을 내가지고 당장 오늘 저녁부터 협존자처럼 해야겠다. 이 몸뚱이 아주 죽거나 눈이 썩어빠지거나 상관하지 말고 아주 죽을 각오를 하고 용맹정진 해야겠다 이러한 용맹심을 내신 분이 틀림없이 나오실 줄 생각합니다.

 

그러나 공부해나가는데는 법이 있습니다. 무엇과 같이 해야하냐면 거문고 줄 고르듯 해라. 거문고 줄을 너무 팽팽하게 세게 매면 떨어지거나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것이고, 떨어질까 두려워서 너무 느슨하게 매면 제 음가가 제대로 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공부해나가는데도 너무 급하게도 하지 말고, 너무 늘어지게 하지도 말 것이다. 가행정진, 용맹정진하라고 고인네들은 구절구절 말씀 하셨지만 그 가행정진, 용맹정진의 참뜻이 무지하게 어리석게 몸뚱이만을 못살게 굴고 들볶는 것으로써 용맹정진 삼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이 참선은 관(觀)이거던. 관. 묘한 관이라야지, 덮어놓고 눈탱이를 찡그리고 이마에다 힘을 주고 그래가지고 이뭣고 이뭣고 해가지고 간절히 한답시고 몰아붙인다면, 며칠 못가서 골이 뽀개질라고 아플 것이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단전호홉을 여법하게 잘 하면서 화두를 들되, 단전에다 두고 관을 해야하거던. 머리로 이뭣고가 아니라 단전에다 두고 알 수 없는 묘관(妙觀)을 하라는 것이지.

 

그럼 무엇이 간절한 것이냐? 일분 일초도 잡담할 겨를이 없고, 남의 시비 잘하네 못하네 시시비비할 겨를이 없고, 반찬이 맛이 있네 없네 음식에 대해 신경쓸 겨를이 없고, 앉아서나 서서나 화두에 대한 간절한 의심을 관하지 딴 데 정신팔 겨를이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이야.

 

지난 가을 산철부터 삼동 두 철을 용화사에서는 가행정진을 했습니다. 왜 그동안은 사분(四分) 정진으로 2시간씩만 16년간을 해오다가 왜 이번에 가행정진을 하게 되었냐면, 조실스님 생존 시에는 3년 결사도 하시고 또 밤에 2시간씩만 자고서 하는 특별 가행정진도 가끔 하셨습니다. 또 조실스님께서는 젊었을 때 정진하실 때 100일 동안을 옆구리를 땅에 대지 않고 용맹정진하시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덟시간씩 하던 정진을 13시간씩 했습니다. 잠은 작년 가을철에는 4시간씩만 자고 하다가 삼동에는 5시간씩만 자고 공양만 끝나면 잠시 양치질 하고 그러다가 금방 가서 또 정진을 하고 13시간씩 했습니다. 대중 스님네가 참 여법하게 잡담 한마디 하지 아니하고 여법하게 정진을 잘 했습니다.

 

그리고 용주사 중앙선원이나 광덕사 태화선원, 저 전주 유봉선원 대중이나 회룡사 대중들도 삼동을 너무 참 여법하게 알들히 정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한철 한철 감에 따라 모두 정진들을 잘 하셔서 원장으로서 너무 환희심이 나고 너무 감사한 마음이 복받칠 따름입니다.

 

이렇게 정진을 한다면 부처님 열번하신 뒤 3천년이 되서 비록 말세가 되었다고 하지만 말세가 어찌 연대로만 따질 수 있겠습니까? 3천년이 아니라 5천년이 되고 8천년이 된다 하더라도 이와 같이 불제자들이 삼요(三要)를 갖추어서 여법하게 정진을 한다면 정법시대가 다시 돌아오리라고 나는 생각을 합니다.

 

어느 기록엔가 부처님 열반하신 뒤 3천년 뒤에 동북방에, 한국이란 말을 내가 보지를 못했으나, 동북방에 다시 정법이 흥왕할 때가 온다고 이런 기록이 있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에 백년 전에 경허큰스님께서 참 평지돌출로 탄생하셔 가지고 활구참선법을 선양하신 뒤 만공대선사가 법을 이으시고, 고봉선사, 전강선사, 금봉선사와 같은 그런 대선사가 법등을 이으신 뒤로, 한국에 이렇게 선풍이 다시 진작이 되서 각 선방에서 수좌스님들이 이렇게 알뜰히 정진하신 것으로 봐서, 말법에 와서 정법이 선양되리라고 하는 고인의 예언이 맞아들어가지 않는가 생각이 됩니다.

 

< 1991년 1월 15일, 동안거해제 법문 >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 배 려 ◑

 

소와 사자가 있었는데

둘은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해 살게 되었습니다.

둘은 최선을 다하기로약속했습니다.

 

소가 최선을 다해서 맛있는 풀을

날마다 사자에게 대접했습니다.

사자는 싫었지만, 참았습니다.

 

사자도 최선을 다해서 맛있는 살코기를

날마다 소에게 대접했습니다.

소도 괴로웠지만, 참았습니다.

참을성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둘은 마주앉아 이야기합니다.

문제를 잘못풀어 놓으면 큰 사건이 되고 맙니다.

소와 사자는 크게 다투고 끝내 헤어지고 맙니다.

 

헤어지고 서로에게 한 말은

"난 최선을 다했어...!" 였습니다.

소가 소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고

사자가 사자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면

그들의 세상은 혼자 사는 무인도입니다.

 

소의 세상, 사자의 세상일 뿐입니다.

나 위주로 생각하는 최선...

상대를 못보는 최선...

그 최선은.. 최선일수록 최악을 낳고 맙니다.

 

<나는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어쩌면 그것도 나위주로 생각하고,

상대방을 보지 못하는 최선은 아닐까?>

하고 항상 점검해 봅시다.

 

 ;

 

 

-아름다운 삶의 향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