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법정스님

2010. 5. 19. 19:45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728x90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법정스님
      너에게 주어진 몇몇 해가 지나고 몇몇 날이 지났는데, 너는 네 세상 어디쯤에 와 있는가?' 마르틴 부버가 <인간의 길>에서 한 말이다. 이 글을 눈으로만 스치고 지나치지 말고 나직한 자신의 목소리로 또박또박 자신을 향해 소리내어 읽어 보라. 자기 자신에게 되묻는 이 물음을 통해 우리 각자 지나온 세월의 무게와 빛깔을 얼마쯤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때때로 이런 물음으로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지난 한 해를 어떻게 지나왔는지, 무슨 일을 하면서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이웃을 만나 우리 마음을 얼마만큼 주고받았는지. 자식들에게 기울인 정성이 참으로 자식을 위한 것이었는지 혹은 내 자신을 위한 것이었는지도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안으로 살피는 일에 소홀하면 기계적인 무표정한 인간으로 굳어지기 쉽고, 동물적인 속성만 쌓여가면서 삶의 전체적인 리듬을 잃어버린다. 우리가 같은 생물이면서도 사람일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되돌아보면서 반성할 수 있는 그런 기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나직한 목소리로 물어보라.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 이와 같은 물음으로 인해 우리는 저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진정한 자신의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삶의 가치와 무게를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할 것인가도 함께 헤아리게 될 것이다.

       

       

      민들레

                         - 신용묵

       

       

      가장 높은 곳에 보푸라기 깃을 단다
      오직 사랑은
      내 몸을 비워 그대에게 날아가는 일
      외로운 정수리에 날개를 단다

      먼지도
      솜털도 아니게
      그것이 아니면 흩어져버리려고
      그것이 아니면 부서져버리려고

      누군가 나를 참수한다 해도

      모가지를 가져가지는 못할 것이다

       

       

      ............................................................................

       

      민들레 홀씨 날리고

      남은 둥지는 스님의 대머리 같이 깨끗하게 비워졌습니다.

      번뇌를 날려버리고

      남은 가슴 딱딱하지만 맨들한

      반석 같은 핵

      여기저기 보이는 초여름입니다.

      행복한 한주일 맞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