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일 밤/ 김지하

2010. 5. 20. 19:46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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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일 밤/ 김지하

 

꽃같네요

꽃밭 같네요

물기어린 눈에는 이승 같질 않네요

 

갈 수 있을까요

언젠가는 저기 저 꽃밭

살아 못 간다면 살아 못간다면

황천길에만은 꽃구경 할 수 있을까요

 

삼도천을 건너면 저기에 이를까요

벽 돌담 너머는 사월 초파일

인왕산 밤 연등, 연등, 연등

오색영롱한 꽃밭을 두고

돌아섭니다

 

쇠창살 등에 지고

침침한 감방 향해 돌아섭니다

굳은 시멘트 벽 속에

저벅거리는 교도관의 발자욱 울림 속에

캄캄한 내 가슴의 옥죄임 속에도

부처님은 오실까

연등은 켜질까요

 

고개가로저어

더 깊숙이 감방속으로 발을 옮기며

두 눈 질끈 감으면

더욱 영롱히 떠오르는 사월 초파일

인왕산 밤 연등, 연등, 연등

아아 참말 꽃 같네요

참말 꽃 같네요

 

 

 

 

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 天人師 佛世尊-

 

인도여행중 보드가야에 있는 보리수 나무를 찍었던 모습입니다.

바로 저 자리에서 석가모니께서 깨달음을 얻었고

석가모니께서 깨달은 2,500여년 전의 그 보리수는 이미 무상함에 묻혀

그 종자를 받아 내려온 나무라고 합니다.

부처님 오신날이면 자주 듣는 말이죠. '천상천하 유아독존'

'하늘위 하늘아래 오직 나홀로 존귀하다, 3계의 모든 고통을 내가 평안케 하리라'

나 홀로 존귀하다는 말이 무슨 의미일까요? 극단적 에고이스트?

 

M.Scatt Pec이라는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상담학자가 한 말을 몇자 옮겨볼까 합니다.

"자신을 스스로 존중하는 느낌은 정신건강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며 자기 훈련의 주춧돌이다"

"부부간의 결합은 서로가 분리된 개체라는 것을 깨달음으로서 풍요로워진다.
자신의 근본적인 외로움에 겁을 먹고 서로 하나가 되는 결혼에만 집착하면

훌륭한 결혼에 이르지 못한다. 사원들의 기둥은 서로 떨어져 있어 지붕을 받칠 수 있다"

 

기독교적 시각으로 사람의 내면을 깊이있게 성찰했던 인물이기도 한데

여러 성인들의 말과도 비슷한 부분입니다.

 

자기에 대한 애착으로 인한 자기 독선이 아닌

자신에 대한 존중.

하늘 위 하늘 아래 나홀로 존귀하다라는 말의 뜻은

상대적인 개념으로 네가 있고, 너와 비교해 보니 내가 더 소중하다는 편협한 말이 아닌

나, 즉 우리들 모두 개개인의 절대적 그 존엄함을 표현한 말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이들 자신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회사에서 나는 누구의 남편,아내,자식,나는 무슨 회사의 사장,부장,사원.

직장을 잃지 않기 위해,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돈 때문에, 무엇무엇 때문에..

한 곳만 바라보다 정작 자신을 잃어 버리고 지난후에야

얼마나 소중한 것을 잃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제가 지인들에게 자주 하는말.

" 회사에서 나란 존재는 하나의 부속에 불과해. 어디서든 마찬가지지.

단지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어느 정도 중요한 부속이냐의 차이가 있거든.

내가 꼭 있어야만 완성되고 유지되는 조직은 없어. 그러니 그 조직을 너라고 생각하지 마. 

회사에서든 어느 조직에서든 네가 하나의 부속이듯

네 삶에서 회사도 그 어느 조직도 네 삶을 완성하는 단지 하나의 부속일 뿐이야.

네 삶의 주체는 너라는 말이야."

 

대충 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나의, 우리의 참된 자리를,

나란 존재의 소중함과 존엄함을 잊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자가 그가 속한 삶도 사랑하고 이끌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자신을 잃고 회사에, 가족에만 매달리다

어느날 그 회사도, 가족도 사라지고 마침내 나 자신도 사라질때쯤에

남는 것은 무엇인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속에서 찾아보고 싶습니다.

佛恩이 충만함을 느끼시기를..^^()

 


    L'amour, C'est Pour Rien /Enrico Maci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