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조계종 총무원, 지보사 협의해 장례 치를 예정
문수스님 소신공양을 애도하며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가 오늘(6월1일) 오전10시 서울 조계사 내 서울한강선원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 앞서 여주 여강선원장 수경스님이 문수스님의 분향소에 헌화하는 모습.
4대강 사업 저지를 촉구하며 지난 5월31일 소신공양한 문수스님과 관련,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가 오늘(6월1일) 오전10시 서울 조계사 내 서울한강선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불교계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회견에는 여주 여강선원장 수경스님, 불교미래사회연구소장 법안스님, 불교인권위원장 진관스님,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 사무총장 금강스님, 정웅정 대한불교청년회장, 성태용 우리는 선우 이사장,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 김희운 전 교단자정센터 원장 등이 참석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대중들은 서울한강선원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헌화와 분향을 가졌으며, 스님의 소신공양을 애도하는 묵념을 올리기도 했다.
수경스님은 “소신공양의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문수스님의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착잡하다”면서 “문수스님은 소신공양을 통해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다뤄야 할 종교인들과 조계종 모든 사부대중에게 큰 죽비를 내린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유승무 교수는 문수스님과의 인연을 회상하며 “스님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되면 주저하지 않고 실천에 옮기셨던 분”이라며 “4대강 사업이 중단돼 스님의 소신공양의 원력이 온전히 쓰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참가자들은 법안스님이 대표로 낭독한 애도문을 통해 “대체 무엇이 선원에서 수행에만 전념하던 한 운수납자를 적멸의 길로 가게 한 것인가”라고 지적하며 “스님의 소신공양은 자신의 생명을 던져 온 생명을 구하고자 한 지극히 불교적인 생명살림의 발로”라고 스님의 원적을 애도했다.
향후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는 조계종 총무원, 지보사와 협의해 스님의 장례를 치를 계획이며, 현재 5일장으로 장례를 거행하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정한 상황이다. 또 불교연대는 지난 5월31일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 퇴휴스님과 불교환경연대 상임집행위원장 현각스님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현장에 파견했으며, 장례 문제 협의해 스님의 법구를 서울 조계사로 이운하는 방향도 모색 중이다.
기자회견에 앞서 수경스님, 법안스님, 진관스님, 지관스님 등이 문수스님의 분향소에 조문하는 모습.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의 문수스님 소신공양 애도 기자회견 모습.
서울 조계사 내 서울한강선원에 마련된 문수스님 분향소 모습.
엄태규 기자
다음은 애도문 전문.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애도하며
- 哀 悼 文 -
지혜와 자비 구족하신 부처님께 엎드려 절하옵니다.
부처님, 풀벌레가 눈을 감고 새들이 떠난 강 위에 우리는 또 다시 섰습니다. 마른 갈대를 좌대 삼아 홀연히 육신을 사른 한 수행자의 입적 앞에 가눌 수 없는 슬픔으로 섰습니다.
소식을 듣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고, 한참이나 귀를 의심해야 했습니다. 인적 없는 강변에서 스스로 몸을 사르시다니요, 소신공양(燒身供養)이라니요. 대체 무엇이 선원에서 수행에만 전념하던 한 운수납자를, 3년간 무문관을 넘지 않았던 바위처럼 굳센 수행자를 기꺼이 적멸의 길로 가게 한 것입니까?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포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부처님, 문수스님이 남긴 이 짧고도 간절한 서원이 우리를 한없이 슬프게 합니다. 아무리 당신께서 자신의 행복을 남들의 고통과 기꺼이 바꾸라 가르치셨다지만, 그래도 어찌 이렇듯 황망하게 가실 수 있단 말입니까? 강의 생명들이 스러지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난한 이웃들의 삶을 대하는 것만도 괴로운데, 어찌 이렇듯 처연하게 우리 곁을 떠날 수 있단 말입니까?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은 자신의 생명을 던져 온 생명을 구하고자 한 지극히 불교적인 생명살림의 발로입니다. 생명의 강을 무참히 파괴하고 있는 탐욕과 거짓을 꾸짖는 준엄한 질책이자, 그에 맞선 우리의 마음가짐을 다잡아주는 자비롭고도 고요한 항거입니다.
이제 죽어가는 생명의 강을 살리는 일은 남은 우리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고단한 이웃의 삶을 보살피고 함께 나아가는 일도 남은 이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부처님이시여. 보살의 삶을 서원한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우리들의 비원(悲願)을 함께 받으소서. 진정한 생명과 평화의 빛을 이 땅에 비추소서.
2010. 6. 1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
2010-06-01 오전 11:56:56 /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