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공양 문수스님 빈소 표정 "두손 모은 채 일자로 꼿꼿이 숨져"

2010. 6. 1. 13:02일반/금융·경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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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스님 소신공양의 큰 뜻을 잊지 않겠습니다”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 오늘(6월1일) 기자회견 개최

향후 조계종 총무원, 지보사 협의해 장례 치를 예정

문수스님 소신공양을 애도하며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가 오늘(6월1일) 오전10시 서울 조계사 내 서울한강선원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 앞서 여주 여강선원장 수경스님이 문수스님의 분향소에 헌화하는 모습.

4대강 사업 저지를 촉구하며 지난 5월31일 소신공양한 문수스님과 관련,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가 오늘(6월1일) 오전10시 서울 조계사 내 서울한강선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불교계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회견에는 여주 여강선원장 수경스님, 불교미래사회연구소장 법안스님, 불교인권위원장 진관스님,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 사무총장 금강스님, 정웅정 대한불교청년회장, 성태용 우리는 선우 이사장,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 김희운 전 교단자정센터 원장 등이 참석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대중들은 서울한강선원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헌화와 분향을 가졌으며, 스님의 소신공양을 애도하는 묵념을 올리기도 했다.

수경스님은 “소신공양의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문수스님의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착잡하다”면서 “문수스님은 소신공양을 통해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다뤄야 할 종교인들과 조계종 모든 사부대중에게 큰 죽비를 내린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유승무 교수는 문수스님과의 인연을 회상하며 “스님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되면 주저하지 않고 실천에 옮기셨던 분”이라며 “4대강 사업이 중단돼 스님의 소신공양의 원력이 온전히 쓰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참가자들은 법안스님이 대표로 낭독한 애도문을 통해 “대체 무엇이 선원에서 수행에만 전념하던 한 운수납자를 적멸의 길로 가게 한 것인가”라고 지적하며 “스님의 소신공양은 자신의 생명을 던져 온 생명을 구하고자 한 지극히 불교적인 생명살림의 발로”라고 스님의 원적을 애도했다.

향후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는 조계종 총무원, 지보사와 협의해 스님의 장례를 치를 계획이며, 현재 5일장으로 장례를 거행하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정한 상황이다. 또 불교연대는 지난 5월31일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 퇴휴스님과 불교환경연대 상임집행위원장 현각스님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현장에 파견했으며, 장례 문제 협의해 스님의 법구를 서울 조계사로 이운하는 방향도 모색 중이다.

기자회견에 앞서 수경스님, 법안스님, 진관스님, 지관스님 등이 문수스님의 분향소에 조문하는 모습.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의 문수스님 소신공양 애도 기자회견 모습.

서울 조계사 내 서울한강선원에 마련된 문수스님 분향소 모습.

엄태규 기자

다음은 애도문 전문.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애도하며

- 哀 悼 文 -

지혜와 자비 구족하신 부처님께 엎드려 절하옵니다. 

부처님, 풀벌레가 눈을 감고 새들이 떠난 강 위에 우리는 또 다시 섰습니다. 마른 갈대를 좌대 삼아 홀연히 육신을 사른 한 수행자의 입적 앞에 가눌 수 없는 슬픔으로 섰습니다. 

소식을 듣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고, 한참이나 귀를 의심해야 했습니다. 인적 없는 강변에서 스스로 몸을 사르시다니요, 소신공양(燒身供養)이라니요. 대체 무엇이 선원에서 수행에만 전념하던 한 운수납자를, 3년간 무문관을 넘지 않았던 바위처럼 굳센 수행자를 기꺼이 적멸의 길로 가게 한 것입니까?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포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부처님, 문수스님이 남긴 이 짧고도 간절한 서원이 우리를 한없이 슬프게 합니다. 아무리 당신께서 자신의 행복을 남들의 고통과 기꺼이 바꾸라 가르치셨다지만, 그래도 어찌 이렇듯 황망하게 가실 수 있단 말입니까? 강의 생명들이 스러지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난한 이웃들의 삶을 대하는 것만도 괴로운데, 어찌 이렇듯 처연하게 우리 곁을 떠날 수 있단 말입니까?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은 자신의 생명을 던져 온 생명을 구하고자 한 지극히 불교적인 생명살림의 발로입니다. 생명의 강을 무참히 파괴하고 있는 탐욕과 거짓을 꾸짖는 준엄한 질책이자, 그에 맞선 우리의 마음가짐을 다잡아주는 자비롭고도 고요한 항거입니다.

이제 죽어가는 생명의 강을 살리는 일은 남은 우리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고단한 이웃의 삶을 보살피고 함께 나아가는 일도 남은 이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부처님이시여. 보살의 삶을 서원한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우리들의 비원(悲願)을 함께 받으소서. 진정한 생명과 평화의 빛을 이 땅에 비추소서. 

2010. 6. 1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

2010-06-01 오전 11:56:56 / 송고

4대강사업 즉각 중지, 폐기하라"...삼베법복에도 유서

'소신공양' 문수스님 빈소 표정 "두손 모은 채 일자로 꼿꼿이 숨져"
10.06.01 11:36 ㅣ최종 업데이트 10.06.01 11:53 하주성 (tradition)
  
▲ 문수스님 빈소 군위 삼성병원에 마련된 문수스님의 빈소
ⓒ 하주성
문수스님

 

문수스님의 소신공양(燒身供養) 소식을 접한 것은 5월 31일 오후 4시께였다. 놀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밤 10시 쯤 전주를 출발해 군위 삼성병원에 도착한 것은 6월 1일 새벽 한 시께. 스님 몇 분과 신도 몇 사람이 빈소를 지키고 있다.

 

스님을 처음 뵌 것은 아마 한 15년 전인가 보다. 항상 말씀이 없으시고 과묵하신 스님은, 언제나 뵐 때마다 웃음으로 인사를 하고는 하셨다. 그렇게 강직하던 분이셨는데, 이렇게 빈청에 마련된 영정을 보면서 눈물이 앞을 가린다. 지금이라도 '세상은 그저 강직하게 살아야만 해요. 세상에 나왔으면 할 일은 하고 가야지'라고 말씀을 하실 것만 같다.

 

문수 스님, 지난해부터 많은 고민 해와

 

"스님께서는 지난해부터 말이 없어지셨어요. 원래 과묵하신 분이신데 전혀 말씀을 하지 않으시고, 깊은 생각만 하고 계셨습니다. 3년 전부터는 공양도 하루에 한 끼 밖에는 들지 않으시고요. 배불리 먹는다는 것이 죄스럽다고 하시면서. 어제까지도 저와 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했는데, 이렇게 소신공양을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문수 스님과 지보사에서 함께 생활을 해 오셨다는 스님의 이야기다. 부여에서 먼 길을 달려오신 한 도반스님은,        

 

"문수 스님은 말씀이 없으신 분이죠. 그래도 가끔은 농담조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스님이 되어서 법랍 30년이면 살기가 편해져야 하는데, 오히려 날이 갈수록 어렵다고 하셨죠. 예전에는 모르고 지나치던 것이 이제는 발걸음 하나도 마음대로 뗄 수가 없다고요. 발 밑에 개미라도 한 마리 있으면 어쩌느냐는 것이죠. 그리고 지난해 부터는 4대강 개발을 두고 많이 고민을 하셨습니다. 스님이 되어서 세상 사람들처럼 싸울 수도 없고, 차라리 한 몸을 불살라 소신공양이라도 하고 싶다고요."

 

  
▲ 유서 문수스님이 자필로 쓴 유서. 4대강 개발 중지와 부정부패 척결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 하주성
문수스님

아마 스님께서는 이미 작정을 하고 계셨는지도 모른다. 강직한 성격 탓에 불의와는 타협을 할 줄 모르는 스님이셨다. 언제나 말을 앞세우는 것을 싫어하시던 그 마음이 소신공양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하셨나보다.

 

서민들의 고통을 멈출 수만 있다면

 

"스님의 또 한 가지 고민은 바로 서민들의 고통이었습니다. 국가가 정책을 잘 펴서 없는 사람들이 편해야 하는데, 어떻게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느냐고 늘 노엽게 생각하셨죠. 소신공양 이야기 하실 때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되신다'고 했는데도, 결국 이렇게 소신공양으로 세상을 떠나셨네요. 스님의 소신공양은 순교라고 생각합니다."

 

스님이 자필로 쓴 유서에는 4대강 개발 중지와 부정부패의 척결 그리고 서민생활을 위한 정책을 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친필로 쓴 유서는 수첩에다가 쓴 것이다. 그리고 스님이 평소 입으시던 삼베 법복에도 유서와 같은 문구가 적혀있다. 늘 강직하시던 문수 스님. 오늘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군위 삼성병원 문수 스님의 빈소에서 말을 잃었다. 그저 하릴없이 스님의 영정만 바라보고 있는데 한 남자분이 이야기를 한다.

 

  
▲ 법복에 쓴 유서 명주로 지은 법복에 쓴 유서.
ⓒ 하주성
문수스님

 

"문수스님의 법구를 보고 놀랐습니다. 스님의 법력이 대단하시다고 느꼈죠. 사람이나 짐승이나 불에 타면 신체가 오그라드는데, 스님께서는 일자로 꼿꼿이 숨지셨습니다. 가슴께로 두 손을 모으신 채로요. 몸이 타는데도 정신을 잃지 않으셨다는 것이죠."

 

이야기를 들으면서 억장이 미어지는 듯하다. 4대강은 인간들만을 위한 것이지만, 그 많은 생명들은 다 어떻게 할 것이냐고 하시던 문수 스님. 소신공양으로 인해 스님의 그 큰 뜻이 이루어질 수만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서로에게 감정은행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관계에서 오가는 신뢰 정도에 따라서 입금과 인출이 생기게 되는 거지요. 예를들어 내가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었다면, 그의 감정 은행에 입금을 한 셈이 되는 거고, 약속을 어겼다면 인출을 한 셈이 되는 거예요. 사랑의 정도를 수치로 표현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한번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나는 그에게 어떤 계좌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 말이에요. 나의 사랑이 그의 계좌에 차곡차곡 입금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의 계좌에서 야금야금 빼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에요. 별것 아니게 생각했던 지키지 못했던 약속들 편하다고 맘놓고 부렸던 짜증들... 조금만 신경 썼다면 더 예쁘게 표현했을 말들 혹시 이런 작은 일들로 그의 계좌가 비어버린 건 아닐까요? 마음을 가다듬고 오늘부터 열심히 저금해야지 하고 마음 먹어 봅니다. ‘화나는 일이 있어도 3초만 참아보기 잘못을 저질러 울상을 하고 있을 때 3초만 말없이 웃어주기... 변명을 하고 있을 때라도 3초만 잘 들어주기 사랑하다 보면 싸울 때도 있고 그러다 보면 인출이 생기는 건 당연하겠지요. 작은 투정들로 그의 사랑의 계좌가 비어버릴 만큼 작은 마음도 아닐테구요. 그래도 아슬아슬 바닥이 보이는 통장보다 차고 넘치는 통장이면 더 좋지 않을까요? -좋은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