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으니
오직 분간하고 선택하지만 말라.
증오하거나 애착하지만 않는다면
툭 트여 명백하리라.
(至道無難이니 唯嫌揀擇이라 但莫憎愛하면 洞然明白이라) - <신심명>
미국 9.11테러의 주범이라 하는 오사마 빈 라덴은 선인(善人)일까, 악인(惡人)일까? 얼마 전, 미국의 언론에서는 한결같이 그를 악마의 화신이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엄청난 살상을 일으킨 증오의 대상인 것이다. 하지만 성전(聖戰)을 주장하는 이슬람권에서도 그를 악마의 화신이라 생각할까? 오히려 최고의 영웅으로 신봉하는 이들이 많다. 하얼삔역에서 이토오 히로부미를 살해한 안중근 의사는 선인일까, 악인일까?
당시 일본 측 입장에서 보자면, 안중근은 살인범이자, 무장테러범이었다. 그래서 사형을 언도받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하지만 대한민국 입장에서 그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위대한 의사이자 열사인 것이다. 왜 이렇게 동일한 사람의 동일한 행위에 대해서 서로의 판단이 엇갈릴까? 그것은 각자 저마다의 입장에서 분간하고 선택하기 때문이다.
미국 9.11테러의 주범이라 하는 오사마 빈 라덴은 선인(善人)일까, 악인(惡人)일까? 얼마 전, 미국의 언론에서는 한결같이 그를 악마의 화신이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엄청난 살상을 일으킨 증오의 대상인 것이다. 하지만 성전(聖戰)을 주장하는 이슬람권에서도 그를 악마의 화신이라 생각할까? 오히려 최고의 영웅으로 신봉하는 이들이 많다. 하얼삔역에서 이토오 히로부미를 살해한 안중근 의사는 선인일까, 악인일까? 당시 일본 측 입장에서 보자면, 안중근은 살인범이자, 무장테러범이었다. 그래서 사형을 언도받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하지만 대한민국 입장에서 그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위대한 의사이자 열사인 것이다. 왜 이렇게 동일한 사람의 동일한 행위에 대해서 서로의 판단이 엇갈릴까? 그것은 각자 저마다의 입장에서 분간하고 선택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행위에도 판단 엇갈려
‘나’ 벗어난 무아법 통달해야
백 명의 사람이 ‘나쁜 놈’이라고 손가락질하더라도, 내가 그에게 큰 신세를 진 적이 있다면, 그는 나의 은인이다. 이와는 반대로 수많은 사람들이 덕을 칭송하고 추앙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내가 그로 인해 큰 해악을 입은 적이 있다면, 그는 나의 원수인 것이다. 결국 선과 악을 판단하는 기준은 오로지 ‘나’ 혹은 ‘내 입장’에 달려있는 것이다. 나에게 이익이 되었으면 선인이요, 나에게 해악을 끼쳤으면 악인이라고 생각할 따름이다. 이에 따라 증오하거나 애착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서 애착하는 이는 좀 더 가까이 하려하고, 증오하는 이는 좀 더 멀리 하려하지만, 뜻대로만 되지 않는 것이 세상사다. 이른바 애별리고(愛別離苦)와 원증회고(怨憎會苦)가 생겨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고통, 미워하는 사람과 만날 수밖에 없는 고통이다. 결국 근본적으로 고통이 쉬려면 사랑과 미움을 쉬는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려면 사실상 ‘나’가 사라져야 한다. 무아법(無我法)에 통달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무아법에 통달할 수가 있을까?
무아법에 통달하는 비결은 다름 아닌 원(願)을 세우는 것이다. 예컨대, ‘법륜(法輪)을 굴리겠습니다’는 발원에 사무치다보면, 모든 것이 법륜을 굴리기 위함이 된다. 밥을 먹는 것도 법륜을 굴리기 위해서, 잠을 자는 것도 법륜을 굴리기 위해서, 돈을 버는 것도 법륜을 굴리기 위해서, 결국 살아가는 것도 법륜을 굴리기 위해서, 죽는 것도 법륜을 굴리기 위해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서원을 세우기 전에는 모든 것이 ‘나’ 혹은 ‘내 가족’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발원을 세우게 됨으로써 모든 행위의 핵심에는 ‘나’ 대신 ‘법륜’이 들어서게 된다. 저절로 ‘나’가 없어지는 것이다.
월호스님 / 쌍계사 승가대학 교수
[불교신문 2392호/ 1월12일자]
못다 핀 꽃 한 송이
세상이란 가지에 달린 우리 모두는
한껏 꽃 피우기를 갈망하는
제각기 못 다 핀 꽃 한 송이입니다.
가슴에 담고 있는 소망들이
고운 빛깔로 흐드러지게 피어나
알토란 열매로 거듭 나기를 염원하며
미처 피어보지도 못한
이 세상의 모든 꽃망울들에게
눈물겨운 격려를 보냅니다.
비록 피지 못했어도
그대, 당찬 꿈이 있기에
지금만으로도 너무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