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사람이 한밤중에 나무닭 울음소리를 듣는다

2010. 6. 21. 20:38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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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사람이 한밤중에 나무닭 울음소리를 듣는다   

 

 

                                                      - 월호 스님 - 

 

 

 

사람石人이 한밤중에 나무닭木鷄 울음소리를 듣는다’는 말이 있다. 돌로 만들어진 사람이 한밤중에 나무로 만든 닭의 울음소리를 듣는다는 말이다.

 

돌로 만들어진 사람이 어떻게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게다가 나무로 만든 닭이 울음소리를 내다니? 닭은 보통 새벽에 우는데, 한밤중에 소리를 낸다고?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길을 걸어가면 여러 가지 풍경이 펼쳐지지만, 그때그때의 마음 상태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르다. 관심이 가는 것만 보이는 것이다.

 

예컨대, 모자가 필요해서 사려고 하는 경우, 온통 사람들의 모자만 눈에 뜨인다. 둥근 모자, 캡 모자, 검은색 모자, 흰색 모자, 빨강 모자, 무늬 모자 등등 형형색색 모양도 여러 가지가 관찰된다. 이렇게 다양한 모자가 있었던가 의아할 정도이다.

 

신발을 하나 새로 장만하려고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길을 걸으면서 온통 사람들의 발밑을 보기에 여념이 없다. 가죽신, 운동화, 검은 신발, 갈색 신발, 이런 신발 저런 신발 가운데 어떤 것이 좋을까? 이런 경우 모자는 눈에 안 들어오고 신발만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고 해서 없었던 신발이나 모자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전부터 그런 신발을 신고, 그런 모자를 쓰고 다녔건만 내 눈에 유심히 띄지 않았을 뿐이다. 다만 내가 거기에 관심을 갖고 보니까,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일 뿐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세상은 그저 세상일 뿐이다. 자신의 시각에 맞추어서 좋다 싫다 추하다 아름답다 단정할 뿐이지, 세상은 본래부터 좋고 싫거나 추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세상이 밝고 즐겁게 보이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이 밝고 즐거운 것이다. 세상이 온통 암흑처럼 느껴지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이 암흑처럼 어두운 것이다. 시비분별에 익숙한 사람은 세상사를 온통 시빗거리로 본다. 고요함에 익숙한 사람은 시끄러운 가운데서도 고요함을 본다, 이처럼 마음 가는 대로 세상을 보고 산다.

 

그렇다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려면 마음이 어디에 가 있어야 할까?

 

 

돌사람이 한밤중에 나무닭 울음소리를 듣는다.

 

石人夜廳木鷄聲

석인야청목계성

 

                                

                   고요함에 익숙한 사람은

                       시끄러운 가운데서도 고요함을 본다. 

 

                   

 

                                             - 휴식 / 해들누리 -  

 

 

 

 

 

 

 

                                            

                                범능스님의 명상음악 2집 관세음보살 제 6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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