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21. 20:46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연꽃을 주제로 한 詩 모음
1
關西樂府百疊中 七十一疊 / 申光洙
맑은 밤 연꽃 향기피고
달빛 찬 못
얼마동안 길 손이 넔을 잃었다
널판지 깐 부둣가에
붉은 빛 닻 줄
물기슭 다락집
남과 북을 두루 돌았다
치맛자락 날리는 아가씨들 붉은 연꽃 딴다
맑은 달빛 내린 南湖가 아름답네
붉은 연밥 따내니
물결은 어느새 밀려들고
한밤중 서리 머금은슬 심고 돌아가는 배
2
연꽃/오세영
불이 물 속에서도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은
연꽃을 보면 안다
물로 타오르는 불은 차가운 불,
불은 순간으로 살지만
물은 영원을 산다
사랑의 길이 어두워
누군가 육신을 태워
불 밝히는 자 있거든
한 송이 연꽃을 보여 주어라
닳아오르는
육신과 육신이 저지르는
불이 아니라
싸늘한 눈빛과 눈빛이 밝히는
3
연꽃/묵필규
만삭된 몸
풀 날이 언제인지
탱탱 불은 젖가슴
열어볼 날 언제인지
진흙밭에 발 묻고
열 손가락으로 문 열며
지긋히 마음 다스리더니
스르르 이슬 구르는 날
반야심경 음송으로
꽃잎 하나 연다
4
採蓮曲 / 이태백
약야의 시냇가서
연꽃 따는 아가씨들
웃고 지꺼리며
연꽃과 어울렸네
햇살은 분단장을 비추어
물 속도 밝고
부는 바람 향긋 소매를
흔들어 공중에 날리네
5
蓮花詞三疊 / 鄭寅寶
君子國 花中君子
뿌리 깊어 몇 千年고
비바람 불어친들
짙은 정 어이하리
옛날 빛 새로히 나니
봉도 울까 하노라
淸水에 높이 솟아
엄연할싸 순화롭다
행내는 咫尺인데
어으 그리 멀으시고
담은봉 트랴는 소리
들레는 듯 하여라
6
연꽃 에밀레/손택수
연꽃 잎위에 비가 내려친다
에밀레종 종신에 새겨진 연꽃을
당목이 치듯 가라앉은
물결을 고랑고랑
일으켜 세우며 간다
수심을 헤아릴 길 없는
끔직하게 고요한
저 연못도 일찍이
애 하나를 삼켜버렸다
애하나를 삼키고 나선 단 한번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다 니다.
7
연꽃/이수익
아수라의 늪에서
오만 번뇌의 진탕에서
무슨
저런 꽃이 피지요?
칠흙 어둠을 먹고
스스로를 불사른 듯 화안히
피어오른 꽃봉우리
8
연꽃 심우도/박제천
연꽃 보러간 연꽃 늪에
연꽃은 보이지 않고
우산만한 연잎에
모여든 빗방울들만
비에 젖은 나를 기다리네
어떤 빗방울은
제 몸속에 피보다
붉은 연꽃을 피워내고
어떤 빗방울은
아직 피어내지 않은
꽃 줄기마다
가시를 번쩍이고 있네
9
연잎에 핀 연꽃같은 당신/김종원
참, 놀라워라
토란 잎 위에서는
흙탕물로 지껄인 언어들도
반짝이는 구슬이 된다.
참 신기해라
당신 마음 위에서는
먼지 낀 내 마음도
첫 눈처럼 순수로 설레어
눈물로 데워진
순한 눈빛이 된다.
10
절 물 연꽃/양전형
뉘 가르침 있어 이렇게
꽃송이가 선명한지
내 안에서 부풀다 부풀다
한사코 피어버린
사람을 닮았네
거울진 물 그림자를
연못 밖에서 손짓하는데
누 가르침으로 이렇게
말문마다 조용한지
내 가슴만 열어놓고
입잠근 사람을 닮았네
11
연꽃에 관한 관념/이화은
진흙 판에서
살아남으려면
신발에 묻은
흙을 털어서는
안된다 스스로
거울진 물 그림자를
뉘 가르침으로 이렇게
말문마다 조용한지
내 가슴만 열어 놓고
입 잠근 사람을 닮았네
12
꼼의 蓮못/金相沃
물 속에 잠긴 구름
千年도 덮어줄 너의 입을
제 혼자 귀밑머리 풀고
문풍지 우는 한 밤중
어느 쥐 두레박이 퍼올리리오
저 푸른 꿈의 蓮꽃
고와라 蓮꽃 수렁
깊숙히 깔린 자욱한 人煙
천당도 푸줏간도 한지붕 밑
연신 일렁이는 還生
눈부신 지옥, 드높은 시렁에
너는 꺼꾸로 매달렸다
13
연꽃/李光洙
임 주신 연꽃봉을
옥화봉에 꽂아놓고
밤마다 내일이나
필까필까 하였더니
새벽이 가고 또 가도
필 뜻 아니보여라
뿌리 끊였으니
핀들 열매 바라지만
모처럼 맺힌 봉을
못 펴보고 가량이면
제 비록 무심하여도
내 애닯아 어이리
14
수련/박영근
물 위로 꽃을
올리지 못한 봉우리 하나
몸이 얼마나 썩어야
자궁이 열릴까
숨을 틔울 바람
한 점 없는 저 물 속에
꽃도 뿌리도 없이
내가 꿈 꾸는 것
15
한 송이 수련으로 /이해인
내가 꿈을 긷는
당신의 못 속에
하얗게 떠다니는
한 송이 수련으로
살게 하소서
겹겹이 쌓인 평생의 그리움
물위에 풀어 놓고
그대로 목말라
물을 마시는 하루
도도한 사랑의 불길조차
담담히 다스리며 떠다니는
당신의 꽃으로 살게 하소서
16
별과 수련/채호기
밤하늘은 어두운 연못
젖은 별처럼 수련은
검은 수면에 불을 켠다
흰빛,
그것은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는 수영선수처럼
곧장 눈으로 뛰어든다
죽음이 그대 눈시울을
검은 손바닥으로 꼭 한번
남김없이 덮어야 한다면
살아서 그대 이고 받든
가도가도 끝이 없던
그대 이승의 하늘-
그 떫디 떫던 눈웃음을 누가 가지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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