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17. 21:47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圓覺山中生一樹 開花天地未分前 원각산중생일수 개화천지미분전
非靑非白亦非黑 不在春風不在天 비청비백역비흑 부재춘풍부재천
- 석문의범
- 두렷이 깨달은 산 가운데 나무 한 그루 있어서 꽃은 피었는데
천지가 아직 나눠지기 이전이네.
푸른색도 아니고 흰색도 아니고 검은 색도 아닌데
봄바람에도 있지 않고 하늘에도 있지 않네.
- <해설> ; 무비스님
뚜렷이 깨달은 산이란 다름 아닌 우리들 마음의 산이다.
우리들 마음의 산에 나무 한 그루가 났고 그 나무에는 꽃이 피었다.
세존이 영산회상에서 꽃을 들어 보이고 가섭존자가 미소했다는 그 꽃이다.
화엄(華嚴)의 그 꽃이며, 묘법연화(妙法蓮華)의 그 꽃이다.
마음의 본체는 본래로 공적한데 공적한 대로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부단히 작용한다. 그 작용은 변화무쌍하고 예측불허다. 활발발 그 자체다.
그것이 사람의 삶이다. 무엇이라고 규정을 지을 수 없다.
규정을 지을 수 없기에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공적하면서 활발발한 큰
작용은 한 순간도 멈추는 법이 없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른다.
하늘과 땅이 나눠지기 이전부터 피어있다고 했으니 청정심체의 그
활발발한 작용은 놀랍다. 그리고 그 꽃은 청, 황, 적, 백이 아니다.
무엇이라고 규정지을 수 없는, 참으로 신묘불측한 작용이다.
그 꽃이 봄바람을 타고 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날씨를 따라서 핀 것도 아니다.
독존무비다. 세상에 있다고 하는 것은 오직 이것이 있을 뿐이다.
세상은 온통 천지가 생기기 이전부터 피어있는 한 송이의 꽃이다.
선의(禪意)가 아니면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이 게송은 산사에서 이른 새벽에 목탁석을 끝내고 다음으로 이어지는
종성을 할 때 외우는 글이다. 예부터 염불의 백미는 새벽종성이라고 말하고 있다.
무수한 생을 동진출가로 이어져 거듭하며 살아온 동자승의 청아하면서도
애조를 띤 음성으로 길게 끊어질듯 이어지고 이어질듯 끊어지는
염불소리에 가끔 한 번씩 두드리는 종소리와 어울리면서,
여명이 아직 밝기도 전의 어둠이 깔린 산사의 정취는 무어라고 표현할 길이 없는
미지의 천상세계가 된다. 그야말로 천지가 나눠지기 전의 소식이다.
내겐 모두 은혜(恩惠)인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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