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門)이 없음으로써 문을 삼는다/현정선원

2010. 9. 16. 23:1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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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의 삼보합니다.
답답하기만하고, 도무지 이놈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경계에 휩쓸리고나면 뒤늦게 알아차리고 후회합니다.
도무지 정진력이 쌓이지 않고 마냥 그 모양입니다.

제 자신이 절망스럽습니다.
법정님, 쉬라고 하시는데 어떻게 쉬어하는지요.
가르침을 청합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시기를, 「불법은 '마음'을 종(宗)으로 하고,

문(門)이 없음으로써 문을 삼는다」고 했습니다.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니, 결코 밖으로 구할 일이 아니잖겠어요?

이렇게 묻고 대답하면서, 혹은 알고, 혹은 알지 못해 애쓰는 등,

모두가 오직 '마음'이니, 이렇게 날마다 쓰고 있으면서

새삼 깨달아 들어갈 게 무엇이겠어요?

그러니까 법문(法門), 곧 <깨달아 들어갈 문>이 필요치 않으니,

무문(無門)으로써 문을 삼는다고 한 겁니다.

 요는, 「마음이 곧 부처니라」 「마음이 그대로 법이다」

한 말은 자주 듣고, 남에게 그렇게 말하면서도 막상 그 말의 뜻을

사무칠 생각은 하지 않고, 매양 전에 하던 버릇대로 밖으로 구하고

찾고 하면서, 도무지 쉴 줄 모르니, 어느 세월에

<마음을 돌이켜서>(廻心) 무시이래의 진로환망(塵勞幻網)에서

벗어날 수가 있겠어요?

 이 세상의 일체 존재는 유정(有情) 무정(無情)을 막론하고

모두가 환(幻)과 같이 존재하는 것이니, 왜냐하면 저들이 모두

인연소생(因緣所生)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몸도 마찬가지 구요. 따라서 이 육신은 마치

<요술로 된 사람>처럼 지각(知覺)도 없고, 힘도 없어서,

결코 <작용의 주체>(主宰者)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그것은 엄연한 진실입니다.

 

그러므로 경에 이르기를,
「때를 당하여 드러낼 바 요체(要諦)는 곧장 가로질러서

사사(私私)로움 없음이니라」 한 겁니다.

요컨대 불법의 나아갈 바 요체는 당장 금시(今時)를 다하고

공겁(空劫) 이전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니,

행여 정식(情識)으로 이 법을 배우려 해선 안됩니다.

그저 당장 무심(無心)하기만 하면 이 사람은 마지막(究竟)

도를 닦는 사람이라 것이니, 결코 말이나 문자 속을 뒤지는

일은 지금 당장 그만 둬야 합니다.

 

 

- 현정선원 <법정>님  법문